Bill Ackman의 Herbalife 공매도 사건

미래를 확신하는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포트폴리오를 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은 일전에 루비니씨가 금값 하락을 주장할 때, 루비니의 금 공매도 내역을 보기 전에는 헛소리라고 판단한 이유였다. ㅎ

Bill Ackman이라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가 2012년 12월에 Herbalife라는 다단계 영업 회사가 현재 사기를 치고 있으며 왜 망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함께 대규모 공매도에 베팅한 모양이다. 이런게 지행합일 아니겠는가. ㅎㅎㅎ 헌데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이 Herbalife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한때 둘이 설전이 일어나기도 한 모양이다. 억만장자 대 억만장자의 대결이구만. ㅎ 그러나 애석하게도 Herbalife는 21쿼터 연속 증시 분석가의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는 듯. 아래 그래프는 지난 3년간 Herbalife의 주가 변동 추이이다. 출처
herbalife
13년 초의 저점 찍은 저 부분이 Ackman이 보고서를 쓰는 시점이랑 대충 일치한다.

본인 생각으로는 회사가 대략 망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어도 언제 망할 지는 절대 알 수 없다. 부동산 꾼인 John Paulson이 서브프라임을 정확히 예측해서 그해 최고 수익을 날린 것 처럼, 망한다는 예측과 더불어 시기까지 적중한다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Bill Ackman은 덕분에 ‘이 주의 패배자‘로 선정된 듯. ㅋ

그러나 어쨌든 그가 한 행위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업을 감시하고 부정을 탐지하는 분석이 행해질 수록 바람직한 거 아니겠나 싶다. 일전에 닉 리슨과 반대 포지션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험준한 투기 세상에는 누가 루저로 찍힌다 싶으면 반대 포지션을 취해서 포트폴리오를 뜯어먹는 하이에나들이 널려있다. Ackman씨도 아마 반대 포지션으로 고생 좀 하고 있는 듯. ㅎ

2014 인도네시아 대선

이달 초에 있었던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정치신인인 조코 위도도씨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당선되었다고 한다. 꽤 많은 외신 보도가 있는 듯 한데 국내에서는 그리 화제가 되지 않길래 본인이 함 포스팅해본다. ㅎ 조코 위도도씨는 줄여서 조코위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듯.

이코노미스트 Jokowi’s day Jul 26th 2014
BBC What does Jokowi win mean for Indonesia? 22 July 2014 Last updated at 17:49

원래 가구 판매업자였다고 하는데, 자카르타 시장을 거쳐 정치 입문 단 9년만에 대선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조코위씨가 여론 수렴의 도구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듯 한데, 뭔가 개혁적 정치인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ㅎ

반면에 상대는 과거 수하르토 독재 시절 장군이었던 Subianto라는 사람이라는데, 과연 이것만 봐도 신-구 대결의 느낌이 팍팍 난다. ㅎㅎ 그는 아직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데, 대규모의 부정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맞다면 수백만표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임인 유도요노도 군인이었기 때문에 그는 군인 출신이 아닌 인도네시아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고 한다. 드디어 인도네시아에도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이번 1쿼터 GDP 증가율이 지난 4년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각종 부패와 국지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일전에 유도요노가 재선에 성공해서 인도네시아의 긍정적 미래를 점쳤지만, 꼭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현 상황은 나빠 보일 지는 모르지만, 인도네시아 국민이 과거로의 퇴보가 아닌 미래로의 진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당선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2014.7.31
알 자지라 Indonesia’s jarring wealth gap 29 Jul 2014 09:53
근래 들어 인도네시아의 지니계수도 증가하는 추세인 듯.

Notices지의 미국 수학 교수 연봉 보고서(2013-2014)

AMS Notices지의 2014년 6월호에 실린 수학교수 연봉 보고서를 봤는데, 돈에 관심이 높은 본인으로서는 지나칠 수 없다. ㅋ 본인은 미국에 살지 않아서 이게 어느정도로 잘 받는건지는 모르겠다.

2013-2014 Faculty Salaries Report in Notices (pdf)

근데 연간 박사과정 배출 수별로 분리해 그래프를 그려놨는데, 왜 그런 기준으로 분리했는지는 잘 모르겠음.

비엔나의 Reichsrat 까페 : 괴델이 불완전성 정리를 처음 발표한 곳

대략 84년전인 1930년 8월 26일, 비엔나에 소재한 Café Reichsrat에서 괴델은 Rudolf Carnap, Herbert Feigl, Friedrich Waismann에게 불완전성 정리를 처음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비엔나 대학 철학 동아리인 Vienna Circle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Gödel’s Vienna: Finding Café Reichsrat in Logblog: Richard Zach’s Logic Blog

이 까페에서 수학기초론에 대한 유명한 심포지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위 블로그의 설명으로는 Carnap이 논리주의를, Arend Heyting이 직관주의를, 폰 노이만이 공리주의를 설명했다고 한다. [1]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본인은 안 읽어봤다. ㅋ

근데 이 Reichsrat 까페는 오늘날 어디일까? 애석하게도 이 까페는 오늘날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위 블로그 주인장이 비엔나를 방문하는 괴델 순례자를 위해서 지도를 만든 모양이다.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애석하게도 구글 스트리트 뷰는 안 되는 듯. 아 나도 비엔나에 한 번 여행가고 싶다.

 


[1] John W. Dawson, Jr., Karl Sigmund, 2006. Gödel’s Vienna The Mathematical Intelligencer 28(3), 44-55

핵융합 벤처 기업들

해커뉴스에 링크된 네이쳐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포스팅해본다. 약간 길지만 관심있으면 읽어볼만 하다.

네이쳐 Plasma physics: The fusion upstarts 23 July 2014

핵융합 기술을 시도하는 민간 벤처 기업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벤처는 벤처 맞는데 너무 벤처 한거 아닌가 모르겠다. ㅎㅎ 여기 투자하는 사람들은 아마 30년 안에는 본전 찾을 생각이 없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하는 것 같다. 대인배 벤처 캐피탈일 듯… ㅋ

Norman Rostoker라는 물리학자가 당시 72세(!)의 나이였던 1998년에 투자를 받아 Tri Alpha Energy라는 핵융합 연구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일전에 NIF의 레이저 방식을 이야기하면서 핵융합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직은 토카막이 대세이다. 국내의 KSTAR도 토카막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토카막 방식은 먹는 돈에 비해 그 발전이 꽤 지지부진하고 있는 모양인 듯 하다. ITER에 들어간 돈이 벌써 500억달러로 이미 예상치의 10배나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도 ITER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대안 핵융합 시도가 있는 모양인데, 토카막과 비슷한 Stellarator도 대안으로 꽤 떠오르고 있는 듯 하다. 위 네이쳐 기사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위키피디아의 List of fusion experiments 항목을 참조하시라.

Norman Rostoker 선생은 이보다 더 새로운 방식인 Field-reversed configuration이라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뭔지는 잘 모르지만, 위 네이쳐 기사를 보니 선형가속기에서 붕소와 양성자를 고속으로 충돌시키는 방법 같다. 필요한 온도가 10억 캘빈으로 태양 중심부의 100배나 높은 온도라는데-_- 과연 숫자만 들어도 성공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온다-_-

그래도 역시 사기업이다보니 토카막 방식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는 모양이다. 엘론 머스크씨의 우주택시도 나사보다 훨 저렴하게 발사한다고 들었는데, 역시 생존과 관계가 먼 사업은 민영화가 답일지도… -_- 또한 사기업이다 보니 보안에도 엄청 신경쓰는 듯 하다.

또한 토카막은 에너지의 상당부분이 중성자 가속으로 유실되는 모양인데, 붕소- 양성자 충돌 방식은 그런 부분도 적어서 에너지 효율도 높은 모양이다. 뭐 내용은 본인도 잘 모르니 넘어갑시다.

위 네이쳐 기사 말미에 다른 스타트업인 General Fusion사도 소개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와 개인 벤처 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모양인데, 이건 또 다른 Magnetized target fusion이라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한다. 뭐 이것도 모르니 걍 넘어갑시다-_-

여하간 민간에서도 핵융합에 대한 시도가 이만큼 이루어지고 있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알면 알 수록 진짜 가능할지 회의감만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듯-_-

튜링을 주제로 하는 영화 : The Imitation Game

일전에 영화 ‘튜링의 수수께끼‘를 소개한 적이 있으나, 튜링에 대한 영화가 하나 더 개봉될 예정인 모양이다. 영화제목은 The Imitation Game이고, 11월에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예정.

위키피디아를 대충 보니 수학자이자 게이 해방 운동가인 Andrew Hodges가 쓴 책 Alan Turing: The Enigma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본인이 알기로 이 책은 아직 국내 번역서가 없지만, 그의 다른 저서 ‘1에서 9까지‘가 번역되어 있다. 근데 본인은 읽어본 적은 없다. ㅋ

뭐 영화는 잘 모르지만 위키피디아를 보니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모양인데, 영화 제작비는 뽑아야 할 테니 아마 국내에 개봉될 가능성이 쬐끔은 있어 보인다. ㅎㅎㅎ 개봉되면 보러 가야징. ㅋㅋ

트레일러를 링크해본다.

계속 읽기

야생 동물 부위별 불법 거래 가격

이코노미스트 Bitter pills Jul 19th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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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불법 거래 가격과 코카인 및 금가격의 비교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로그스케일임에 주의할 것.

역시 최고가격은 웅담인데, 일본에서는 키로당 백만달러 이상에 거래되는 모양이다. 엄청나구만. 켁. 한국도 만만치 않은 가격에 거래된다. 뭐든 먹는다는 중국인들은 다양한 종류가 거래되는 모양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42개국이 불법 야생 동물 거래를 막는 협약에 가입한 모양이다. 그런데 5월에 필리핀 정부가 바다거북과 대합조개, 상어 등을 밀거래하는 중국어선을 검거하니 중국 정부는 도발적 행위라고 항의하는 모양이다. 중국 정부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일전에도 남아공의 코뿔소 밀렵 급증이야기를 했고, 한국인의 웅담 관광 이야기도 들은 바 있지만, 이런 저급한 야생동물 섭취 문화는 언제 없어지려나 모르겠다.

TGN1412 임상실험

벤 골드에이커 저/안형식, 권민 역, “불량 제약회사”, 공존, 2014

p28-30

치명적인 신약 TGN1412의 비극

2006년 3월 임상시험 참가자 6명이 런던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했다. TGN1412라는 신약이 처음으로 인체에 투여됐고 참가자들은 각각 2천 파운드씩 받았다.7 1시간도 지나지 않아 6명 모두에게서 두통, 근육통, 불안이 나타나났다. 그리고 나서 점점 악화됐다. 고열이 나고, 안전부절 못하고,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지 수시로 망각했다. 이어서 곧 그들은 오한, 홍조, 심박수 증가, 혈압 저하 증상을 보였다. 그 다음에 위기가 왔다. 한 참가자가 호흡부전으로 혈중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허파에 물이 찼다.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참가자 하나는 혈압이 65/40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호흡곤란이 와 집중치료실(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기도 삽관 후 인공호흡을 하게 됐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6명 모두 초주검이 됐다. 허파에 물이 찼고, 호흡곤란이 심했으며, 신부전이 왔고, 전신에서 혈액 응고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고, 백혈구가 사라져갔다.

의사들은 그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여했다.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면역계 수용체 차단제까지 투여했다. 6명 모두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을 했다. 그들은 콩팥에서 오줌이 만들어지지 않아 혈액투석을 받았으며 혈장, 적혈구, 혈소판의 공급도 필요했다. 한 참가자에게 폐렴이 발생했다. 잠시후 그들은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됐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처음에 붉어졌다가 점점 갈색으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시커메졌고 결국 괴사하고 말았다. 의료진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들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되살리진 못했다.

보건부는 과학전문가그룹(ESG)을 소집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했다. 과학전문가그룹은 두 가지 문제 제기를 했다.8 첫째, 과연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적절한 투여량이 전혀 결정되지 않은 경우 ‘최초의 인체 적용’ 임상시험에서 6명의 참가자 모두에게 동시에 시험약을 투여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신약은 반드시 적응증을 지닌 참가자에게 천천히, 하루에 걸쳐 투여돼야 한다. 이 의견은 규제 당국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보다 덜 주목받은 두 번째 문제 제기는 이러하다. 과연 우리가 이런 불상사를 예측할수 있었을까? TGN1412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백혈구의 표면에 있는 CD28이라는 수용체에 결합하는 분자물질이다. 새로운 시험약이었기 때문에 면역계를 어떤 식으로 교란할 지 거의 알지 못했고, 동물 실험의 결과를 모델로 삼기도 어려웠다. (면역계는 종에 따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그룹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비슷한 의학적 중재(intervention) 시험이 있었지만 그것이 발표되지 않았다. 한 연구자가 자신이 1명의 피험자에게 실시한 연구 가운데 발표되지 않은 자료를 조사단에게 제출했다. 10년 전 그는 CD3, CD2, CD28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임상시험을 했다. 이 항체의 효과는 TGN1412의 효과와 비슷했고 피험자는 건강이 악화댔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시험 결과가 과학계에서 한 번도 공유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6명의 참가자가 끔찍하고 살인적이고 피할 수도 있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할 수 있었던 순간에도 그 결과는 발표되지 않아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연구자는 자신이 일부 원인을 제공한 이 위해를 예견할 수 없었다. 또 그는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완전히 정상으로 여겨지는 학문적 풍토 안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그에게 개인적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똑같은 학문적 풍토는 지금도 존재한다. TGN1412에 관한 최종 보고서에서는, 모든 ‘최초의 인체 적용’ 임상시험에서 나온 결과들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지극히 당연하게 발표됐어야 했다. 하지만 제1상 임상시험의 결과는 당시에 발표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7. Suntharalingam G, Perry MR, Ward S, Brett SJ, Castello-Cortes A, Brunner MD, et al. Cytokine storm in a phase 1 trial of the anti-CD28 monoclonal antibody TGN1412. N. Engl. J. Med. 2006 Sep 7; 355(10):1018-28.
8. Expert Group on Phase One Clinical Trials: Final Report [Internet] 2006 [cited 2012 Apr 5]. Available from : http://www.dh.gov.uk/ … (중략) … nce/DH_063117

위 주 8의 링크는 여기로 이동되었음.

[서평] 가브릴로 프린치프- 세기를 뒤흔든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10점
헨리크 레르 글.그림, 오숙은 옮김/문학동네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얼마전에 지나간 6월 28일은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암살이 있었던 바로 그 날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의미가 더 깊은 듯 하다.

이 책은 사라예보 사건 전후로 가브릴로와 황태자의 행적의 경과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만화이다. 보통 1차 세계대전이면 전쟁 그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거나, 사라예보 사건이면 사건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는 편인데 독특하게도 가브릴로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독특한 책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써서 그런지 쉽게 술술 읽혀서 좋다. 그러나 사소한 역사적 팩트의 정확성에도 신경이 쓰이는 본인으로서는 출처가 정확히 표시된 그냥 글로 된 매체가 더 좋았을 것 같다.

가브릴로가 대단히 아나키스트에 가깝게 묘사되어 있는데, 책의 여러군데에 아나키즘의 유명인사의 어록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그가 아나키스트라는 것은 금시초문인데다가 위키피디아에서도 아나키즘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는 걸로 봐서는 내용 자체는 뭔가 좀 걸리는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검거 당시 나이가 19세인데, 너무 중년같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ㅎ

1차 세계대전의 복잡한 정치 지형도와 경과 과정은 존 키건 선생의 저서 ‘1차 세계대전사‘ 앞부분에 비교적 상세히 나온다. 좀 더 자세한 과정을 원한다면 참고할만하다.

전반적으로 일전에 소개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과 상당히 흡사하다. 역사적 재구성이기도 하고, 거대사에 휩쓸리는 개인의 미시사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라든지, 만화가 주는 유사한 분위기조차 닮아있다. 같이보면 좋을 것이다.

만화라서 비교적 쉽게 읽히지만, 당대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에 관한 배경이 있으면 더 잘 이해가 될 듯 하다. 만화라는 매체를 선호한다면 볼만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