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읽다보니 문득 진주성을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요 며칠 남해안에 위치한 진주성과 두 개의 왜성을 방문했다. 목 뒷덜미가 햇빛에 타서 아직도 따갑다-_-
여행은 버스도 좋지만, 기차가 더 여행스럽다-_-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기차편을 알아봤다. 대구에서 진주로 가는 직통 기차편은 하루에 딱 한 편 뿐이다. 오후 1시 반경에 출발하니까 늦잠을 자다가 대충 씻고 튀어 나왔다.

진주역에서 진주 대로를 따라 북쪽방향으로 대략 1km 정도 걸어가서 진주교를 건너면 진주성이 나온다. 저녁때쯤이라 걸어가면서 저녁밥 먹을 식당이나 찜질방 등을 물색하면서 갔다. ㅋ

진주성은 입장료가 천원이다. 여기가 임진왜란 두 번의 격전이 있었던 그 곳이라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다르다. 진주 국립 박물관은 진주성 안에 위치한다. 해질녘이라서 박물관은 포기하고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1차 진주성 전투의 의미는 무척 크다. 곡창지대인 전라도의 진입을 위해서 일본군이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경로가 있는데, 충청도 방향에서의 진입은 각지의 의병활동에 의해 저지되었고, 해상으로의 진입은 음력 7월 8일 한산도 대첩으로 해군이 궤멸되면서 완전히 저지되었다. 따라서 음력 10월 4일의 1차 진주성전투는 겨울이 오기 전 일본군 전라도 진입의 마지막 찬스였다.

일본군이 2만명의 군대로 공격했지만, 결국 김시민 목사 외 3천 8백명의 성공적인 방어로 좌절되었고, 도요토미는 꽤나 분노했던지 이듬해에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전 거주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프로이스의 ‘일본사’에서도 2차 진주성 전투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가 나온다.
p305-306
|
그런데 조선 국왕의 가까운 친척이 되는 장수 하나가 해안 가까운 성채10에 주둔해 있으면서 가끔씩 일본군에 대해서 위해를 가했기 때문에, 노 관백(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가리킴)은 그에게 복수할 것임을 결심하였다. 그래서 전군(全軍)을 철수시키기에 앞서 이 장수가 주준하고 있는 주성(主城)을 공격하여 모두 불태우고 베어 죽이라고 명령하였는데, 일본군은 전력을 다하여 그 명령을 수행하였다. 그 성은 대단히 견고하고 조선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잇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그 성을 점령하고서 장수11를 살해하였다. 그 장수의 수급(首級)은 성안에서 함께 농성했던 다른 장수들12의 머리와 함께 노 관백에게 보내졌고 나머지 모든 병사들은 죽이거나 또는 포로로 삼았다.13
10 여기서는 진주성(晉州城)을 가리킨다고 하겠다. |
진주성 입구에서 약간 올라가면 의암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가 나온다. 이곳에는 2차 진주성 전투 패배 이후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내렸다는 의암이 나온다. 그 왜장이 누구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한다.

근데 논개 언니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떨어져 죽을만한 견적이 안 나온다-_-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넓어지는 구조인데, 돗자리 깔고 술먹을만한 면적이면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다. 낙하 이후 필사적으로 물 위에 안뜨려고 노력했다면 (그리고 운도 따라준다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ㅎ

진주성 내에 호국사라는 절이 있는데, 실제로 스님이 거주하는 것 같다. 이곳은 임란 당시 의승병들이 집결한 곳이라 한다.
진주성 앞에는 수많은 장어구이 식당들이 포진해 있는데, 본인 같은 빈한한 사람이 먹기에는 장어가 꽤 비싸다. 그래서 맥주 피쳐 한 개와 오징어 하나를 사 들고 진주 남강변에 혼자 앉아서 맥주를 까 먹었다.

어디 먼데서 90년대 히트곡들이 계속 들린다. 이 동네는 시간이 정지된 건가.. 어두워지니 진주성 방향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경을 안주로 술 먹으니 술맛이 죽였다. ㅎㅎㅎㅎ 위 사진의 좌측에 보이지는 않지만 논개가 떨어졌던 의암이 있다. 사백년의 세월을 느끼면서 맥주 한 잔 까먹고 근처의 찜질방에 들어가 하루밤을 보냈다. ㅎ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다시 진주성을 찾았다. 오전 9시에 국립 진주 박물관이 개장하는데, 그 전에 진주성을 좀 더 둘러봤다. 이야, 이렇게 큰 성을 3천 8백명으로 방어했다는게 믿기 어렵다. ㅎㅎ
박물관은 볼게 많지만 사진을 찍기에는 적절치 않으므로 사진이 별로 없다. 국내 여러 박물관을 가 봤는데, 본인이 방문해 본 박물관 중에서는 진주 박물관이 제일 괜찮은 것 같다. 관람객의 동선도 잘 돼 있고, 임진왜란의 격전지라서 그런지 임진왜란에 특화된 유물들이 잘 소개되어 있다. 예전에 봤던 후쿠오카 시립 박물관에 비견할만 하다. 같은 국립인데 대구 국립박물관은 조금 안습이다-_-
박물관 내 3d 영화관도 운영하는데, 한 편 관람해 봤다. 안경을 끼고 보는 3d 영화는 처음 봤는데, 3d를 만든 컴퓨터 디자이너(혹은 프로그래머?)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ㅎㅎ 상설 전시 외에 특별 전시로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든데, 이 부분은 관심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그냥 대충 보고 나왔다.
오전 11시가 넘어서 박물관을 나왔는데, 사천에 있는 선진리 왜성에 방문하기 위해 발길을 서둘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