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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 – ![]() 도로시 제나드 지음, 신상언.현철호 옮김/글로세움(북스온) |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란 곤충의 생태와 성질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사건(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법의학의 한 분야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법곤충학에 관한 책으로 일전에 Mark Benecke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와 Lee Goff의 ‘파리가 잡은 범인‘ 두 권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크 베네케의 책은 뒤로 갈수록 법곤충학에서 벗어나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법곤충학의 주요 목적은 곤충의 생태를 이용하여 시신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데 있다. 살인사건에서 사망시각은 매우 중요한 팩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사망시각 추정에만 법곤충학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본서의 서술에 따르면 밀수된 대마초가 어느 지역에서 채집되었는지 알아내거나, 곤충이 침입하여 오염된 식품이 어느 단계에서 오염되었는지와 같은 민사소송에도 쓰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이 책은 각종 곤충(주로 파리와 딱정벌레)에 관한 증거수집, 사육법, 사망시각 추정, 종판별, 생태, 법정에서 증언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일전에 소개한 마크 베네케의 책과 리 고프의 책은 주로 사례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어 대중서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책은 대중서라기 보다는 교본에 가깝다. 법곤충학자가 알아야 할 다양한 부류의 지식을 분야별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고, 사진자료도 꽤나 풍부하다. 컬러사진이었으면 교본으로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읽어보면서 법곤충학자도 상당히 데이터 중심의 엄밀성이 높은 분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망시각 추정을 할 때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가지고 사망장소의 온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정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그 밖에 몰랐던 실전 주의사항들이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시신에서 발견된 딱정벌레는 서로 포식할 가능성 때문에 개체별로 취급해야 한다든지, 법정에서 법곤충학자로서 증언할 때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이다.
몇몇 지식은 보충설명이 있었으면 문외한에게 더 좋았을 법한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구더기를 배양하여 파리로 변태시키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지만, 법곤충학자가 왜 구더기를 배양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실 파리의 정확한 종은 성충일 때 비로소 분별가능하며 구더기 상태에서는 종의 판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크 베네케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곤충을 분석하여 희생자가 살아 있을 때 섭취한 독극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내용(p37)도 있는데, 왜 시신을 직접 분석하여 독극물을 알아내지 않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책 자체가 이론적 배경지식보다는 실전 지식에 더 치중한 느낌이다.
한가지 대단히 아쉬운 점은 상당히 많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출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누구누구의 연구결과라고만 언급되어 있는데, 논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렵다. 어쩌면 원문에는 있을법도 한데, 아무튼 많이 아쉽다.
p121와 p122에 약간 이상한 도식이 있는데, 정황상 파리 다리에 난 털을 분류하여 설명하는 도식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진을 빼 먹은 것 같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대중적 재미를 주는 것에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법곤충학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고 독서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