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 : 법곤충학자는 어떻게 범죄를 해결하는가?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10점
도로시 제나드 지음, 신상언.현철호 옮김/글로세움(북스온)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란 곤충의 생태와 성질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사건(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법의학의 한 분야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법곤충학에 관한 책으로 일전에 Mark Benecke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와 Lee Goff의 ‘파리가 잡은 범인‘ 두 권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크 베네케의 책은 뒤로 갈수록 법곤충학에서 벗어나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법곤충학의 주요 목적은 곤충의 생태를 이용하여 시신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데 있다. 살인사건에서 사망시각은 매우 중요한 팩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사망시각 추정에만 법곤충학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본서의 서술에 따르면 밀수된 대마초가 어느 지역에서 채집되었는지 알아내거나, 곤충이 침입하여 오염된 식품이 어느 단계에서 오염되었는지와 같은 민사소송에도 쓰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이 책은 각종 곤충(주로 파리와 딱정벌레)에 관한 증거수집, 사육법, 사망시각 추정, 종판별, 생태, 법정에서 증언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일전에 소개한 마크 베네케의 책과 리 고프의 책은 주로 사례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어 대중서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책은 대중서라기 보다는 교본에 가깝다. 법곤충학자가 알아야 할 다양한 부류의 지식을 분야별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고, 사진자료도 꽤나 풍부하다. 컬러사진이었으면 교본으로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읽어보면서 법곤충학자도 상당히 데이터 중심의 엄밀성이 높은 분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망시각 추정을 할 때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가지고 사망장소의 온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정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그 밖에 몰랐던 실전 주의사항들이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시신에서 발견된 딱정벌레는 서로 포식할 가능성 때문에 개체별로 취급해야 한다든지, 법정에서 법곤충학자로서 증언할 때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이다.

몇몇 지식은 보충설명이 있었으면 문외한에게 더 좋았을 법한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구더기를 배양하여 파리로 변태시키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지만, 법곤충학자가 왜 구더기를 배양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실 파리의 정확한 종은 성충일 때 비로소 분별가능하며 구더기 상태에서는 종의 판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크 베네케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곤충을 분석하여 희생자가 살아 있을 때 섭취한 독극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내용(p37)도 있는데, 왜 시신을 직접 분석하여 독극물을 알아내지 않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책 자체가 이론적 배경지식보다는 실전 지식에 더 치중한 느낌이다.

한가지 대단히 아쉬운 점은 상당히 많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출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누구누구의 연구결과라고만 언급되어 있는데, 논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렵다. 어쩌면 원문에는 있을법도 한데, 아무튼 많이 아쉽다.

p121와 p122에 약간 이상한 도식이 있는데, 정황상 파리 다리에 난 털을 분류하여 설명하는 도식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진을 빼 먹은 것 같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대중적 재미를 주는 것에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법곤충학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고 독서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서평]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10점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알마

문국진 박사는 일전에 읽은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에서 이미 그 이름을 들은 바 있지만, 한국 법의학의 효시인 줄은 몰랐다.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라 불리는 이 분의 인터뷰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단순히 법의학적 상식을 다루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터뷰 현장에서 직접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생동감있는 대화체로 글을 풀어간다. 법의학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어떻게 법의학자가 되었고, 법의학 학회를 최초로 열기위해 생각치 못했던 난관을 헤쳐가는 이야기들 하며 모두 너무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그밖에 인권에 관한 이야기들과 여러가지 사례도 흥미롭다. 일전에 보았던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명화의 각 장면을 보면서 법의학자의 소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림에 흥미가 있다면 이것도 읽을만할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어가 전자책을 찾아서 즉석에서 책을 인용하거나 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서 인터뷰어도 준비를 많이 해야할 듯 하다.

읽은지 오래돼서 디테일한 내용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_- 여하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사실이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 할 것이다. 뒤쪽 참고도서 목록이 국내 출간된 도서들 목록이라 상당히 도움이 될 듯 하다. 그의 저작인 ‘지상아와 새튼이’도 읽어봐야겠다.

물에 뜬 익사체의 체위는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인가

문국진, 우에노 마사히코 저/문태영 역,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해바라기, 2003

p56-58

물에 뜬 익사체의 체위는 성별에 따라 다른 것인가

우에노 : 익사체가 되어서 강을 떠내려갈 때 여자는 위를 향하고 남자는 아래를 향해서 떠내려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문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 : 경찰대학에 가서 수사과장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년간 수사를 해온 과장들로 모두 전문가들이었고 저는 대학을 나와 얼마되지 않은 때였지요.
강의 중에 “선생님, 남자 익사체는 아래를 향하고 여자 익사체는 위를 향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만, 왜 그런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부끄럽게도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대답을 못했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군요. 조사해 보겠습니다. 알게 되는 대로 연락하지요. 지금은 양해바랍니다”학고는 돌아가서 문헌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법의 고전인 《세원록洗寃錄》에 ‘남복여앙男伏女仰’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 책에서 험익수변생전후사후驗溺水辯生前後死後라는 항에 “생전生前 익사시수溺死屍首, 남복男伏, 여앙女仰, 두면앙頭面仰, 양수각구향전兩手脚俱向前, 구합口合, 안개폐부정眼開閉不定, 차시생전익사지험此是生前溺死之驗”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즉, “살아서 물에 들어간 후 익사한 경우 남자는 복위伏位, 여자는 앙위仰位를 취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익사와 사후투수死後投手를 구별하는 주요한 소견이 된다”는 것입니다.
《세원록》을 보완한 것이 《무원록無寃錄》이고, 1438년(세종20년)에 《무원록》을 번역하여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이라는 책이 발간되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익사체가 남복여앙이라는 것을 굳게 믿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후 표류 시체의 부검이 있을 대마다 그 발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곤 하였습니다. 남자 시체의 경우 발견될 때의 체위가 어떠하였는가를 제 나름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까운 강에 가서 뱃사공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여기는 많은 익사체가 떠내려올 텐데요. 남자 익사체는 아래를 향하고 여자는 위를 향해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그분이 대답하기를, “아뇨, 그렇지도 않습니다. 10퍼센트 정도는 반대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놓더군요.
그 후에 다시 여러가지 문헌을 조사해 보았더니, 독일의 한 문헌01에 여자는 복부 지방이 남자보다 많기 때문에 위를 향하고 남자는 아래쪽을 향한다고 써 있더군요. 하지만 그 문헌보다 뒤에 나온 문헌을 읽어보니 익사체는 항상 여자가 위를 향하고 남자가 아래를 향하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10퍼센트의 비율로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곧바로 질문했던 경찰에게 편지를 써서, 그때 질문에 대해 알아봤더니 대체로 여자가 위를 향하고 남자가 아래를 향하는 익사체가 많지만 항상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었지요.

우에노 : 그건 파도 관계로 바뀔 수 있지요. 제 경험으로는 그 확률이 반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 : 그에 관해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만, 독일에서도 그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본 논문에서는 여자는 복부의 지방 때문에 위를 향하고 남자는 지방이 적기 때문에 아래를 향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몇 년 후 이에 반대하는 논문이 나와 있었는데 약 10퍼센트가 그 반대라고 쓰여 있었죠.
제가 놀란 것은 처음 찾아갔던 나룻배 선주의 대답이었습니다. 10퍼센트 정도는 반대 방향이라던 선주의 경험적인 충고가 독일의 조사 결과와 같았다는 거죠.

 


01 Cameron. J. M. : Drowning, Immersion, In Gradwohl’s Legal Medicine, 1st Ed., A John Wright & Sons LTD, 1956.

피로 나이를 짐작하기

DNA 감식법 덕분에 범죄현장에 혈흔이 있다면 대단히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현장을 조사할 때는 사소한 혈흔이라도 주의해야 하는데, OJ 심슨사건이 좋은 사례가 된다. 당시 현장에 흩어져 있던 대량의 피 가운데 시신의 몸쪽에 떨어져 있던 피는 튀긴 위치가 적절하지 않았으므로 범인의 혈액으로 충분히 추정할 수 있었으나, 경찰의 초기 현장조사의 미흡한 조치로 인하여 유실되고 말았다.

용의자가 이미 알려져 있다면 유전자 감식을 통해 범인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용의자가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생체 정보를 활용하기 매우 어렵다. 범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피를 통해서 범인의 어떤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사이언스지 기사에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내용이 올라와서 소개해본다.

사이언스 Your Blood Holds Clues to Your Birthday 22 November 2010, 12:00 PM

피속에는 T세포가 들어있는데, 바이러스 등의 항원이 인체내에 침입했을 때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항원이 침입하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 표면에 독특한 고리를 형성하는데, 이 고리의 남는 부분이 나이가 들 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을 수록 아무래도 다양한 병원균에 노출된 경험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기사에 따르면 오직 피만 가지고 9년의 오차를 가진 나이의 추정치를 산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 뭐 기사 제목에 비해 그다지 만족할 정도의 정밀성은 아니지만 이정도도 각종 살인 현장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서평] 타살의 흔적 : 죽음과 의혹에 대한 현직 법의학자들의 현장 리포트

타살의 흔적8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강신몽 지음/시공사

국내에 나와있는 여러 법의학을 주제로 한 대중서를 읽어봤는데, 주로 외국서적이다보니 설명에 사용되는 사건이나 소재가 외국의 케이스라서 약간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이 읽어본 법의학과 관련된 책은 다음 다섯 권이다.

법의학의 세계
파리가 잡은 범인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살인의 현장 : 법의학과 과학수사 최신 이론편

이 밖에 법의학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범죄수사와 심리분석에 관한 책으로 ‘한국의 연쇄살인‘이라는 책과 DNA분석을 활용한 과학수사법을 소개한 ‘DNA분석과 과학수사’를 읽은 바 있다. 책들이 조금씩 연관되어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모두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관들이 엮은 책으로, 외서를 번역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 국내 사건의 케이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어 훨씬 이해가 쉽고 잘 와닫는다. 다만, 역시 법의관들이 쓴 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약간 건조하고, 설명위주의 서술이 많다. 부검을 할 때의 주의사항이라든가, 유명한 사건에 대해 법의학자가 보는 견해 등이 서술되어 있다. 제목은 ‘타살의 흔적’ 이지만 실제로는 책 속에서 소개하는 케이스 중 자살을 다루는 케이스가 더 많은 듯 하다. 제목과 달리 타살을 판정한다든지 하는 기법은 별로 많이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제목은 그냥 독자를 모으기 위해 지은 센스인 듯 보인다. ㅎㅎ

책의 전반부는 뉴스에서 접한 유명한 사건들에 관한 케이스 분석이 주된 내용이고, 뒤쪽으로 갈 수록 낙뢰 사망이나, 물 중독 등 보기 힘든 사망 사고에 대한 케이스 분석이 이어진다. 대부분 국내 사건들이고 또한 그리 오래된 사건들이 아니라서 확실히 긴장감은 있다. ㅎㅎ 법의학의 소소한 지식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볼만할 것 같다.

루미놀 혈흔 검출 실험

박기원 저, “DNA분석과 과학수사”, 살림출판사, 2008년

p50-52

혈흔 검출 실험

혈흔을 검출하는 실험은 매우 다양하다. 현재 법과학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루미놀LMG 시험법이다. 이외에도 벤지딘 실험, 헤모크로모겐 결정체 실험 등이 있으나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혈흔 검출 시험은 일부 회사에서 키트로 만들어 실험실 및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루미놀 시험

루미놀(Luminol: 3-aminophthalic acid hydrazide)의 알칼리 용액과 과산화수소 혼합액을 혈색소 헤민에 작용시키면 촉매작용에 의해 강한 화학적 발광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반응을 이용한 것이 루미놀 시험이다. 루미놀 시험은 사건 현장 등 광범위한 곳에서 혈흔을 찾을 경우나, 범인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옷, 신발 등 피 묻은 증거물들을 세탁하거나 닦은 경우와 같이 육안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있는 혈흔을 찾고자 할 때 사용한다. 특히 옷이 검은색 또는 청바지 같이 짙은 색 계열인 경우 적은 양의 혈흔이 묻어 있으면 혈흔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때에 루미놀을 옷 전체에 분사하면 매우 소량의 혈흔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시험에 사용하는 루미놀 시약은 루미놀 1g, 무수탄산나트륨 50g, 30% 과산화수소 150ml 에 증류수 1000ml 을 첨가하여 잘 녹여 만든다. 그리고 이 시약을 분무기에 넣고 주위를 어둡게 한 후 의심이 가는 증거물에 가까이 분무한다. 혈흔이 있는 경우 반응하여 형광을 발하게 되는데, 혈흔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하여 채취후 LMG 시험을 병행 실시하여 재차 확인 한다. 이렇게 확인한 시료는 건조시켜 혈액형 및 유전자 분석에 사용하게 된다.

루미놀 시험은 약 1만~2만 배의 희석된 혈액에서도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지만, 구리, 철 등의 금속과도 반응하여 혈흔의 경우와 같이 발광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기 실험을 해야 하며, 여러 번 분무하면 유전자 분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루미놀 시약을 분사하면 혈흔이 있는 경우 형광을 발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두운 곳에서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사건 현장 등과 같이 광범위한 곳을 실험할 때에는 실내의 경우 불빛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모두 가려야 하며, 야외의 경우에는 어두운 밤에 실험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만든 시약은 냉장 보관해야 하며 일주일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루미놀 혼합액 제조에 사용되는 시약은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제조 및 시험할 때에 시약이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루미놀 시약을 취급할 시에는 반드시 비닐장갑 및 마스크 착용해야 한다. 또한 사건 현장까지 운반할 경우 특히 날씨가 더울 때는 폭발 위험이 있으므로 용기 위에 작은 구멍을 뚫어 주고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하여 저온에서 운반해야 한다.

[서평] 파리가 잡은 범인

파리가 잡은 범인10점
M. 리 고프 지음, 황적준 옮김/해바라기

와우! 대단한 책이다. 현재 이 책은 대부분 서점에서 절판되었기에, 새책으로는 구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중고로는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꼭 일독을 권한다.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에 흥미가 생겨 일전에 소개한 마크 베네케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를 읽어봤는데, 앞부분만 법곤충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뒤로 갈 수록 경찰기관이 생물정보 DB를 축적하면 도움이 되는 이유로 이야기가 좀 삼천포로 빠져서, 적잖이 실망한 바 있다.

이 책은 곤충학자가 법곤충학으로 자신의 전공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과, 그 중에 발생한 사건들의 조사 사례를 반쯤 수필에 가깝게 저술한 책으로서, 대부분이 법곤충학으로 채워져 있어 만족스럽다. 게다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몇몇 사례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나오는 이야기와 좀 겹치는데, 아무래도 마크 베네케가 이 책을 참조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책 속에 생물학 용어나 곤충의 종명이 많이 등장하는데 조금씩 검색해가며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용어는 어렵지만, 적당히 패스하며 읽으면 문외한도 소화 못할 수준은 아닐 듯 하다. 다만 사진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

본문 중에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이 시신이 죽기전에 흡입한 코카인이 구더기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험을 한 직후, 실제로 그러한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한 예(p177-183)가 등장하는데, 꽤 흥미로왔다. 시신이 흡입한 코카인때문에, 시신의 썩은 살을 먹은 구더기는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촉진되는데, 시신이 코로 마약을 흡입하면, 코 부분의 구더기는 다른 부위의 구더기에 비해 유달리 크기가 크다. 이런 기작들은 앞으로 법곤충학의 발전여지가 무궁무진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마크 베네케의 저서도 그러하듯, 이 책에서도 자신의 직업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비해 쓸데없는 관료주의적 행정이나 불합리한 사회문화적 요소 때문에, 역할에 지장이 있다는 토로(?)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p249-250

과거의 문제는 언제나 다시 등장하게 마련이다. 현재 학생들과 나는 시체의 위치에 따른 부패 유형의 차이를 연구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소금물에 젖은 시체는 항상 나와 동료 과학자들에게 곤충학적으로 풀기 힘든 문제를 제시했다. 그래서 대학원생 중 한 명은 밀물과 썰물의 중간 지대에 놓인 시체와 건조한 지역에 버려진 시체의 차이를 연구한다. 이 문제는 아마 내가 지금까지 실험한 내용 중 가장 풀기 힘들었던 것 같다. 물리적인 법칙이야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 과정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돼지를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는 지역에 가져다 놓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환경보호소, 미 어류 및 야생생물청, 국립해양어업국, 미해안경비대, 공병 기술단, 하와이 국토자원부, 하와이 보건부 산하 맑은 물 유지본부, 하와이 기획연구처 경영경제 개발 및 관광부의 허가를 받거나 이들이 없는 곳에서 실험을 해야만 한다. 한때 해안가에서 죽은 돼지가 항해에 위험을 초래해서 관심을 모은 적도 있다. 당시 나는 돼지의 코를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칠해서 해안에 버리면 어떨까 궁리했던 적도 있으며, 혹은 학생들에게 논문의 주제를 ‘하와이 해안 거주 생물의 부패 유형’이 아닌 ‘물에서 조사할 경우 허락을 받는 법’으로 바꿀 의향이 없는지 물어본 적도 있다.

뭐 여하튼 다양한 재미있는 사례와 곤충을 통한 놀라운 추적들이 엮어지는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저자가 곤충학자이어서인지 곤충학을 벗어난 다양한 법의학적 접근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상당히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절판된 것이 아쉽다.

[서평]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8점
에두아르 로네 지음, 권지현 옮김/궁리

요즘 시중에 다양한 종류의 법의학 관련 대중서들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 시중에 나온 법의학 관련서중에서 가장 가볍고 심심풀이로 읽을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법의학 저널에 소개된 기괴하게 죽은 살인(대부분 자살)에 대한 사례를 모아서 저자의 재미있는 입담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자살에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 줄 몰랐네. ㅎㅎ 비록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워낙 사례가 엉뚱하고 저자가 유쾌하게 글을 서술한 탓에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구절 인용을 해 보겠다.

p66-67

못과 망치

머리에 못을 박아 자살하려는 건 완전히 바보같은 짓이다. 보통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실험해봤고, 법과학저널에 발표된 사례만 해도 12건이 넘은다. 공통된 지적은 출혈이 적다는 것과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인 신경장애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한다(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머리에 못을 박은 행위는 정신병자나 황당엽기쇼 전문가 – 두 부류를 구분하기가 항상 쉽지만은 않다 – 에게나 어울릴 법하다.

치료는 간단하다. 응급실 의료진이 짧은 경악의 순간을 맛본 후 핀셋으로 못을 뽑아내고 상처를 소독한다. 그리고 잡아먹을 듯 이글거리는 눈빛을 내뿜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넘겨준다. 사용된 못의 길이는 5~10센티미터 정도. 못을 박을 때에는 망치를 사용했거나 《뉴럴러지 인디아Neurology India》(제51권 제3호 411~413쪽)에 소개된 것 처럼 돌을 사용하기도 한다. 편집정신분열을 앓고 있던 45세 남성은 “대단한 참을성과 결단력을 보이며 돌로 못을 두들겼다.” 그 결과 못이 정말 깊이 박혔다. 참고로 브라질 학술지 《신경정신의학기록Arquivos de neuro-psiquiatria》(제56권 제2호 317~319쪽)에서 건진, 못 두개를 머리에 박은 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려둔다. 39세의 남자는 행동 장애 후유증 없이 살아날 수 있었다.

다른 인용을 보고 싶다면 일전에 포스트한 ‘가슴을 120번 칼로 찔러서 자살하다‘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건의 경위와 과정을 세세하게 전달하기보다는 기괴한 사례를 유사한 부류로 집약하여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방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저자의 노고에 감탄한다. 몇몇 케이스는 좀 더 세세한 내용이 알고싶어 직접 찾아봤는데, 여기서 소개한 사례들이 있는 저널들은 대부분 유료 컨텐츠라서 쉽게 구하기는 간단치 않은 듯 하다.

여하튼 지하철 같은데서 심심풀이로 읽기에 적절한 책 같다. 각 단락도 짧고 내용도 연결되지 않으므로 금방 읽고 접을 수 있다. 한 번 읽어보시라.

[서평]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8점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알마

일전에 읽은 브라이언 이니스의 책 ‘살인의 현장‘에서 잠시 언급한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에 상당한 흥미가 생겨서 찾아보게 된 책이다. 책의 앞부분은 법곤충학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점점 다른 쪽으로 빠져서 DNA 감식이나 생체 정보의 DB화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완전히 이야기가 빠져나간다. 법곤충학을 기대하고 읽은 본인으로서는 살짝 실망했지만, 뭐 인종학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흥미가 있으니 볼만했다.

마크 베네케의 저서에서는 Forensic entomology를 ‘법의곤충학’이라고 번역했지만, Lee Goff의 저서에는 ‘법곤충학’이라고 되어 있다. 아직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듯.

기본적으로 법곤충학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로 책이 시작되지만, 아무래도 법곤충학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이 책 보다는 ‘파리가 잡은 범인‘ 쪽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서평을 작성해보겠다. 내용중에 ‘구더기 요법‘이라는 부분이 조금 인상깊었다.

태국의 사례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주로 법곤충학을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서구권의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국내에는 어느정도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또한 유럽의 국가별로 생물범죄학을 이용하는 정도가 법률의 차이로 인해서 상당히 상이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저자가 독일인이니만큼 범죄수사에 대한 독일법의 부족함을 한탄하는 내용이 많은데, 한국이 독일보다 설마 낫지는 않겠지. ㅎㅎ 현재 읽고 있는 ‘한국의 연쇄살인‘에서 한국의 문제점도 언급하고 있다. 이 책도 조만간 서평을 써 볼 생각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 수록 범죄생물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에는 나치가 행한 인종청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지만 저자가 독일사람이니 뭐 그러려니 한다. 독일 지식인은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성찰이 있는 듯 한데, 일본 지식인은 별로 그런 면이 없는 듯. ㅋ

어려운 생물학적 지식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독서중에 등장하는 소소한 생물학 용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검색을 하면서 조금 지식을 쌓아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책 전체가 과학책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수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의 다른 시리즈가 세 권 시중에 출판되어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같이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가슴을 120번 칼로 찔러서 자살하다?

에두아르 로네(Edouard Launet) 저/권지현 역,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 궁리, 2010

p47-49

날 보러와요

법의학자에게 용의주도함은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그 자질은 특히 물음표를 얼마나 신중하게 찍는가에서 드러난다. 독일 학술지 《범죄학기록Archiv für Kriminologie》(제180권 제5호 143~149쪽)에 발표된 <가슴을 120번 칼로 찔러서 자살하다?>라는 제목에 찍힌 물음표를 보라.

법의학자는 의심하는 일로 벌어먹고 산다. 가可와 부否를 가늠하고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까지 따져본다. 단도에 100번 이상 푹푹 찔린 시체를 마주하면 당연히 살인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사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환각을 동반한 편집정신병을 앓던 41세의 남자가 아무리 봐도 자해를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미친 남자가 긴 시간에 걸쳐 무자비하게 자기 자신을 살해한 것이다.

시체에 난 상처의 수가 40군데 이상아면 살인으로 보는 것이 정설임에도 불구하고 논문의 저자들은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살자가 정신 병력을 앓고 있는 데다가 몸에 난 상처의 위치가 그 수보다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20번이나 찔렀다니 뭔가 이상한 걸! 법의학자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 배를 한 번이라도 찔러보라! 아마 논문의 제목 끝에 물음표가 자동으로 와서 찍힐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저자들이 용의주도해서라기 보다는 사건 자체가 도저히 믿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정말 자살이 맞다면 그 남자는 스스로를 어느 날 갑자기 우정과는 거리가 먼 의도를 품고 푸른 별 지구에 떨어진 거대한 변종 바퀴벌레로 착각한 것이리라. 바퀴벌레를 죽여서 지구를 구하려고 발버둥치는 동안 칼로 자기 몸 찌르기 세계 기록도 동시에 깬 것이다.

최근에 그 기록을 깨려다 실패한 사람이 있었다고 또 다른 독일 연구팀이 《국제법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Legal Medicine》(제115권 제3호 167~169쪽)에 발표했다. 한 남자가 욕실에서 자기 자신을 짐승처럼 공격했는데 작은 칼로 머리, 목, 가슴을 (겨우) 92번 찔렀다. 이마는 세 군데가 관통되엇다. 이번에는 제목에 물음표가 없었다(<두개골 관통상을 포함한 90군데 이상의 이상의 자상에 의한 자살>) 중요한 혈관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숨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논문의 저자들은 그 원인을 “해부학에 관한 지식 부족”과 “날이 짧은 칼 사용”이라고 기록했다. 그 어디에도 외계에서 온 바퀴벌레의 존재는 언급되지 않았다. 욕실 수납장은 제대로 살펴본 걸까?

칼로 자기를 찔러서 죽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 관광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53세의 미국 남성은 가슴과 배를 찌른 다음 차를 몰고 십자가의 길 14처를 꼬박꼬박 들른 후 가장 가까운 (11킬로미터) 교회에서 결국 일을 마쳤다. 자세한 사연은 《법과학저널Journal of Forensic Sciences》(제25권 제3호 634~637쪽)에 나온다 흔히 볼 수 없는 속죄의 과정을 지켜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