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크리스틴 케닐리 저/전소영 역, “언어의 진화“, 알마, 2009

p48-52

1950년대 초반, 촘스키는 MIT에서 헤브라이어 문법을 다룬 석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그와 동시에 ‘언어 이론의 논리 구조The Logical Structure of Linguistic Theory’라는 제목의 추상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문법에 관한 방대한 원고를 쓰고 있었다.3 그는 실제 언어를 묘사하기보다는 언어가 묘사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식을 논했다. 그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 원고의 제 1장을 제출했지만, 논문을 읽은 언어학자들은 당시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하던 방식과는 무척 다른 그의 글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랐다.4 1954년, 언어의 소리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MIT 대학의 모리스 할레Morris Halle 교수는 저명한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언어학자로서 노암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다만 일을 가장 어려운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는 점이 문제죠.”5

촘스키의 그 다음 프로젝트는 동료들의 관심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것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는 MIT 전자공학과 연구실험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6 그는 자신의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동시에 언어학을 가르치고 충분한 돈을 벌고자 독일어, 프랑스어, 철학, 논리학도 가르쳤다. 1957년 촘스키는 자신의 첫 번재 언어학 강의 해설을 《통사 구조Syntactic Structure》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책에서 촘스키는 언어를 추상적으로 고찰하면 언어의 문법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언어의 모든 단어와 소리를 목록으로 만들기 보다 이 요소들의 연결방식을 규정하는 문법이야말로 그 언어의 진정한 이론이라고 주장했다.

문법도 하나의 이론으로서 모든 과학 이론과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최소한의 설명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 간단하면서도 정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 언어에 대한 여러 문법 후보를 비교할 때도 다른 과학 이론들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즉 의문의 현상에 대해 가장 적은 용어를 사용하여 더 완전하게 설명하는 것이 성공한 문법인 것이다.

이를테면 《통사 구조》는 문법을 쓰는 두 가지 방법을 서로 대조한다. 촘스키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언어의 모든 것을 하나의 규칙 체계로 만드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서 출력을 생성하듯이, 이 규칙들도 언어 전체를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어 문장은 ‘S → NP VP’로 기술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문장(S)은 명사구(NP)와 동사구(VP)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NP → Det N’의 의미는 명사구는 관사 ‘a’ (Det)와 명사(N)로 구성된다는 의미다.7

또한 촘스키는 일정한 문장들을 서로 연결하는 방법을 포함하면 언어 규칙들이 적어지고 더 단순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The man read the book”과 “The book was read by the man”사이에는 강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촘스키는 이 문장들 각각에 개별적인 규칙을 부여하지 않고, 더 복잡한 두 번째 문장이 첫 번째 문장에서 연역적으로 추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변형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다.8

만약 “The man read the book”의 구문 구조 분석이 ‘S → NP1 VP NP2′면, “The book was read by the man”은 ‘S → NP2 VP by NP1′로 표시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는 단순한 능동형 문장과 수동형 문장은 두 개의 단순한 구조와 그것들을 잇는 변형 규칙에 의해 기술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기본적으로 일련의 문장들이다. 그리고 문법, 즉 언어 이론의 기능은 언어에서 허용되는 모든 문장(“고양이가 그 방석 위에 앉았다.” “비행기는 난기류로 크게 흔들렸다”)을 생성하되, 비문非文(“고양이 방석 그 위에 앉았다.” “난기류 비행기 크게 그 흔들렸다”)은 제외하는 것이다. 하나의 문법은 한 언어의 가능한 모든 발화를 생성한다면서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화학이론이 가능한 모든 화합물을 생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9

촘스키는 《통사 구조》를 내면서 학계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출간 당시 특별히 유명해지지는 않았다. 2년 후 촘스키는 스키너B.F. Skinner의 《언어행동Verbal Behavior》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면서 세상을 더 크게 놀라게 했다. 그 평론은 당시 언어학 분야의 최고 잡지인 <언어Language>에 실렸다. 스키너는 행동주의 이론으로 이미 유명한 심리학자였다. 행동주의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기계와 같아서, 일정한 방식으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모든 것이 행동주의로 설명될 수 있으므로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이나 사고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인간이든, 고양잇과 동물이든, 조류이든, 자신이 상대하는 기계의 종류를 안다면 그 기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매우 복잡한 행동이라도 몇 번의 추가된 버튼 누르기로 환원될 수 있다.

스키너를 향한 당대 사람들의 태도는 후대 사람들이 촘스키에게 보인 태도와 같은 수준이었다.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저서 《동물과의 대화Animals in Translation》에서 대학생 시절에 이 행동주의자한테서 받은 영향을 이렇게 회고한다. “스키너 박사는 전국 모든 대학생들의 책장에 《자유와 존엄을 넘어Beyond Freedom and Dignity》가 한 권씩은 꽂혀 있을 만큼 무척 유명했다.” 행동주의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이 개념이 미친 영향력을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거의 종교와도 같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만찬가지로 내게 스키너 박사는 신이었다. 심리학의 신!”10

촘스키의 평론은 스키너의 책이 출판되고 2년 후에 나왔는데, 이는 학계에서도 서평치고는 이상하다 싶을 만큼 늦은 시기였다. 그랬는데도 이 평론은 즉각 영향을 미쳤다. 스키너는 언어가 단순한 행위라고 주장했는데, 촘스키는 이 관념을 어처구니 없는 것으로 일축했기 때문이다. 스키너는 실험실 쥐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쥐가 먹이를 얻으려고 지렛대를 누르는 행위는 언어의 사용에 비견될 수 없다. 사람은 말을 하기 위해 여러 복잡한 규칙을 지키는 동시에 엄청난 창의성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촘스키의 주장은 이러했다. “스키너에게 자극 제어의 전형적인 예는 음악 한 곡에 ‘모차르트’라고 반응하거나 그림 한 점에 ‘네덜란드 풍’이라고 반응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물리적 대상이나 사건의 ‘극히 미묘한 특성을 제어’하여 나오는 반응이다.”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만약 우리가 ‘네덜란드 풍’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벽지랑 안 어울리네, 네가 추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본 적 없는 그림인걸, 기울었다, 너무 낮게 걸었어, 아름다워, 끔찍해, 작년 여름 우리 캠핑 간거 기억나?” 등과 같이 반응하거나, 그림을 보고 아무 생각이든 떠오르는 대로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의 반응은 그들이 그림에 대해 아는 것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촘스키는 말했다. 그들의 반응은 내부에서 나오며 언어의 무한한 창의성은 그것을 촉진한다.11

스키너의 행동주의의 핵심 개념, 만약 무엇을 일정한 방식으로 자극하면 그 대상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개념은 자극-반응 이론으로 불렸다. 그러나 언어에 관한 한 촘스키는 특히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배우는 경우에 자극-반응 이론은 타당한 모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언어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아이가 수백만 개의 단어와 그 단어들을 결합하는 많은 규칙들을 배워가는 놀라운 속도다. 사실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듣는 말에는그 용례를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충분치 않다. 촘스키는 이 현상을 ‘자극의 빈곤Poverty of stimulus‘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언어가 그렇게 터무니없이 복잡하다면 아이는 어떻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그의 결론에 따르면 아이는 이미 그러한 일에 준비되어 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게 하는 정신적인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촘스키가 스키너와 행동주의를 크게 한 방 먹인 것 같은 파장을 몰고 왔다.12 이 서평은 학계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많은 학자들은 그 사건을 촘스키가 그들의 관심을 잡아채 영원히 고정시킨 순간으로 기억한다.

 


3. 그후 20년이 지나서야 출판되었다.
4.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8.
5. 로만 야콥슨 연구집Roman Jakobson Collection, MIT Archives.
6.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9.
7. 위의 책.
8. 촘스키가 그 용어나 기본 개념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개념에 대한 촘스키의 관점이 그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9.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9.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점점 변화되어 문법은 심리적으로 실제적이고 구구조규칙도 화자들의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
10. T. Grandin, C. Johnson 《Animals in Translations》, 9~10.
11. N. Chomsky, “B. F. 스키너의 언어 행동에 대한 비평”, 26~58.
12. 이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한다. 촘스키 자신은 아니더라도 촘스키 이론은 동물은 사고하지 못하는 기계라는 관점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오오오오오오오 촘스키 형님 대단하다. 이와 유사한 논의는 핑커의 ‘언어본능’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적 견해

예전에 이글루스의 漁夫씨가 쓴 진화심리학에 대한 지위가 진화론에 대한 지위와 비슷하다는 주장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진화심리학이 상당히 주류 대접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듯.

조지프 르두 저/강봉균 역, “시냅스와 자아”, 소소, 2005

p151-152

최근 정신기능의 자연선택에 대한 관심이 큰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바로 진화심리학이다.71 이 분야의 목표는 어떤 요인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우리의 다양한 정신적 기능들의 진화를 추동해 왔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스티븐 굴드 같은 비판론자들은 키플링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진화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설명들을 ‘그냥 그런 이야기들just so stories’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럴듯한데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이야기라는 뜻이다.72 결론적으로 마음은 화석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마음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설명은 근본적으로 실험불가능하다. 그래서 스티븐 굴드는 언어를 비롯해 진화심리학자들이 흔히 선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간의 여러 정신기능들은 자연선택된 진화상의 적응이 아니라 일종의 전용exaptation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결과적으로 인간의 적응도를 높여 주긴 했지만 애초에 현재의 용도로 디자인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73 일례로 그는 새의 깃털은 애초에는 체온 조절 수단으로 발달되었다가 나중에 하늘을 나는 데 전용되었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굴드의 말을 빌면, “일단 당신이 복잡한 기계를 만들고 나면, 그 기계는 예상치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 가령 수력발전소의 갑문을 조절할 ‘목적’으로 컴퓨터를 개발했더라도 나중에 이 컴퓨터를 틱택토tic-tac-toe 게임에서 상대방을 이기거나 최소한 비길 목적으로 써먹을 수 있다”74 언어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에 대한 또 한 명의 비판자는 원숭이 언어 연구의 선구자인 심리학자 프리맥이다. 그는 “인간의 언어는 진화론의 골칫거리다. 왜냐하면 선택론의 적응도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75라고 쓰고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공격에 줄곧 맞서왔다.76 그들에 따르면 나쁜 설명(정말로 ‘그냥 그런 이야기’에 불과한 설명)도 더러 있지만, 좋은 설명(좀더 근거 있는 설명)도 못지안헥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것이 좋은 설명이고 어떤 것이 나쁜 설명인지를 판가름하는데 해석의 여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좀 더 일반적인 비판은 힐러리 로즈스티븐 로즈가 공저한 《아, 불쌍한 다윈Alas, Poor Darwin》에서 찾을 수 있다(스티븐 로즈는 기억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이면서 선천주의 심리학에 대한 반대론자다).77 이 뜨거운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선천주의자들이 휘파람을 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공짜는 아니지만)

비록 진화심리학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더라도(물론 나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진화심리학의 설명들이 장차 엄격한 과학적 시험에 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선천주의가 완전히 틀렸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 두 질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X라는 기능은 선천적인가?’ ‘왜 X라는 선천적인 기능이 진화했는가?’ 전자는 유전학적 질문으로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반면, 후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에 관한 질문이다. 스티븐 굴드의 전용설이 지적하고 있듯이, 설령 현재의 용도가 애초에 진화한 목적이 아닐지라도 그것은 선천적일 수(유전적으로 대물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1. Cosmides, L., and J. Tooby 1999 In Encyclopedia of Cognitive Science, 295-97. Cambridge: MIT Press.; Barkow, J. H., et al. eds. 1992. The Adapted Min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72. Gould, E., et al. 1997. J. Neurosci. 17:2492-98
73. Gould, S. J. 1991. J. Social Issues 47:43-65
74. Gould는 Gazzaniga, M. S. 1992. Nature’s Mind. New York: Basic Books.에서 인용했다.
75. Premack, D. 1985. Congnition 19:207-96
76. Pinker, S. 1997. How the Mind Works. New York: Norton.; Pinker, S. and P. Bloom. 1990 Behav. Brain Sci. 13:723-24.; Cosmides, L., and J. Tooby 1999 In Encyclopedia of Cognitive Science, 295-97. Cambridge: MIT Press
77. Rose, H., and S. Rose. 2000. Alas, Poor Darwin. New York: Harmony books.

뒤쪽 72번 참고문헌에서 E. Gould는 스티븐 굴드가 아니라 Elizabeth Gould인 것 같고 논문 내용도 본문과 무관한 듯해 보이는데, 오타인지 알 수 없다.

Richard Wiseman의 Quirkology

영국의 하트퍼드셔 대학의 심리학 교수 Richard Wiseman블로그를 종종 보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일전에 그의 동영상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유튜브에서 그의 채널 Quirkology에는 재미있는 동영상이 많은데, 그 중 ‘공중에 뜬 코르크’가 가장 재미있어 소개한다. 코르크를 어떻게 공중에 띄운 것인지 영상 후반부에 알려주니 한번 맞춰보시기 바란다. 재미로 그의 다른 동영상도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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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기도

게슈탈트 기도 전문

나는 나의 할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너 또한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너는 너. 만일 우리가 우연히 서로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 Fritz Perls . 1969 -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You are you, and I am I,
and if b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If not, it can’t be helped.
(Fritz Perls, “Gestalt Therapy Verbatim”, 1969)

게슈탈트 기도는 심리 치료의 한 종류인 게슈탈트 치료에서 쓰인다고 한다. 치료의 유효성을 떠나 일단 멋진 문구가 아닐까 싶다. ㅎ

게슈탈트 치료 by 하얀용WhtDrgon

누가 파일럿으로 성공할 것인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저/유지연 역,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타임비즈, 2012

p41-42

바이오데이터의 유래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제2차 세계대전까지 다다른다. 애나폴리스 항공기지라고 불렸던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에 있는 미 해군 항공기지는 월 1,100명에 달하는 사관생도의 교육을 맡게 되었다. 평시의 10배가 넘는 숫자였다. 후보자들 모두가 파일럿이 되기에 적합한 인재인 것은 아니었다. 교육은 혹독하고 돈이 많이 들었으며, 훈련생들은 며칠 동안 앓아눕기 일쑤였다. 다수가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는 누가 성공할 재능과 끈기를 가졌는가를 정확하게 가려내는데 달려있었다. 군 심리학자들은 성장배경, 교육, 흥미를 평가하는 최첨단 설문지를 고안해냈다. 펜사콜라에 있던 심리학자 중 하나였던 에드워드 큐어튼(Edward Cureton)은 각각의 질문에 대한 훈련병의 답변과 훗날 교육에서 그들의 성과를 비교해보얐다. 큐어튼은 결과에 깜짝 놀랐다. 질문지에 있던 질문 하나가 질문지 전체를 합친 것 보다 정확한 예측 수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느냐가 곧 후보자가 파일럿으로 성공할지 여부를 판가름 해 주었다.

질문은 이것이었다.

“하늘을 나는 모형비행기를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후보생들이 파일럿으로 성공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비행기를 향한 그런 열정이 이후 오랫동안 그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의 예보가 되어주었던 셈이죠.”라고 구글의 인력 관리부에 있는 심리학자 토드 칼라일(Todd Carlisle)은 설명했다.

“그런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아무리 많이 토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옛말에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그랬던가.

웨이슨의 선택과제 Wason selection task

뭐 이 문제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많이들 알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냥 소개해본다.


탁자위에 네 장의 카드가 놓여있다. 각각의 카드는 모두 한 쪽면에는 숫자가 씌여있고, 다른 쪽 면에는 색이 칠해져 있다. 현재 탁자위에는 3, 8, 빨간색, 갈색을 볼 수 있다. 다음 주장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느 카드를 뒤집어봐야 하는가? : 만약 한쪽 면에 짝수가 적혀있다면, 반대쪽 면은 빨간색이다.

이 문제는 1966년 심리학자 웨이슨이 고안한 것으로 Wason selection task라고 불린다. 일전에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라는 책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이 문제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만약 짝수가 적힌 카드의 반대쪽이 빨강이 아니면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짝수를 뒤집을 필요가 있다. 3의 반대편이 빨강이라고 해서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빨간색 카드 반대편에 홀수가 있다고 해도 규칙을 깨는 것이 아니다. 반면 갈색 카드의 반대편에 짝수가 있다면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갈색 카드를 뒤집어야 한다.

약간 더 전문 용어를 써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짝수이면 빨강이다’의 대우명제는 ‘빨강이 아니면 짝수가 아니다’이고, 따라서 8과 갈색을 뒤집어야 한다.

위키피디아에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중을 상대로 한 이 문제의 정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사람의 논리적 성향으로 자주나오는 예로서 유명한 린다 문제도 있다. 재미로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시라.

Linda는 31세이며, 미혼이며, 솔직하며 매우 똑똑하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일 때 그녀는 차별과 사회 정의의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았으며 반핵 시위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Linda is 31 years old, single, outspoken, and very bright. She majored in philosophy. As a student, she was deeply concerned with issues of discrimination and social justice, and also participated in anti-nuclear demonstrations.)

다음 중 어느 쪽이 가능성이 더 높은가? (Which is more likely?)

(a) Linda는 은행원이다. (Linda is a bank teller.)
(b) Linda는 은행원이며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이다. (Linda is a bank teller and is active in the feminist movement.)

이 문제는 전망이론으로 유명한 Amos Tversky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Daniel Kahneman에 의해 수행된 질문인데, 피시험자의 85%가 (b)를 선택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그냥 은행원일 확률이 은행원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일 확률보다 더 높다. (교집합이니까!) 이러한 오류를 Conjunction fallacy라고 한다.

위 웨이슨 선택과제도 그렇고 린다 문제도 그렇고 사람은 그다지 논리적 생각을 하도록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등수학(상)의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학생들에게 설명해본 경험이 좀 있는데, 역시 사람은 논리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구나 하는걸 느낀다. 가카 같은 인간이 당선된 이유라든지 ‘국개론™‘과 같은 현상이 잘 설명이 되지 않는가? 켁.

로르샤흐 테스트는 효과가 있는가?

일전에 로르샤흐 테스트라는걸 소개한 적이 있다. 종이에 번진 잉크얼룩을 보여주면서 ‘이게 뭘로 보이냐’고 물은 다음에, 그 대답을 통해 환자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는 성격테스트 프로그램이다. 이 로르샤흐 테스트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회의주의자 사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의문스럽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로르샤흐 테스트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가 소개되어 있어 기사를 소개한다.

이코노미스트 A few blots in the copybook Nov 12th 201

이 친구들의 주장에 따르면 로르샤흐 얼룩의 반응이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일부 전통적인 해석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뭐 그러나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인데, 그림에 대한 어떤 반응이 성격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무지 애매한 것 아니겠나 싶다.

기사의 말미에 나와 있듯이, 로르샤흐 테스트의 최대 위기는 사람들이 만년필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이 낡은 정신분석 테스트의 효용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

한겨레 사이언스온 [연재] 참지 않고 공부 오래 하기 2011.11.07

이러한 결과로부터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이 한정된 자원(limited resource)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진실로 감동적이다. 평소에 내가 누누이 주장한 바인데, 주변사람이 쉽게 공감하지 않았던 주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상으로 얻은 추측이 실험으로도 지지되고 있었다니, 이거 놀라운 일이구만.

 


2011.11.24
한겨레 사이언스온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소변기 속의 파리그림

카스 R. 선스타인, 리처드 H. 탈러 저/안진환 역, “넛지”, 리더스북, 2009

p17-18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 해도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에서 도출한 유용한 한 가지 법칙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작은 요소들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집중시킴으로써 힘을 발휘한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훌륭한 예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화장실의 모든 남자용 소변기에는 중앙부분에 검정색 파리가 그려져 있다.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변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눈앞에 목표물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히 발사물을 변기 가운데에 맞출 확률도 높아진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아드 키붐(Aad Kieboom)의 말을 빌자면 이 방볍은 ‘경이로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적중률이 매우 높아졌지요. 파리를 본 남자들은 그것을 향해 발사하니까요.” 경제학자인 키붐은 스키폴 공항 건물의 확장공사를 감독했다. 그의 팀원들은 이 파리그림이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

 


1 http://www.coathanger.com.au/archive/dibblys/loo.htm 참조. 이 예는 또한 Vincente, Kim J. The Human Factor: Revolutionizing the Way People Live with Technology. New York: Routledge, 2006 에 의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파리 그림이 그려진 소변기 사진을 찾아봤다. 출처


엌 … 진짜 파리 같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