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닐스의 신기한 여행

닐스의 신기한 여행 110점
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배인섭 옮김/오즈북스

어릴 적에 읽은 여러가지 작품들이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원작이 무엇일까 검색하게 되는데, 몇 안되는 단서와 미미한 기억에 의존해 마침내 제목을 알아내는 순간의 쾌감이 꽤 대단하다. ㅎㅎ 그리하여 성인이 되어 다시 완역본을 읽을 때의 느낌은 또 꽤 다르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나 ‘여우 이야기‘는 그렇게 알아낸 작품들이다.

마찬가지로 어릴 적에 만화로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농장의 어린애가 말썽만 피우다가 요정의 마법에 의해 난쟁이가 되어 거위를 타고 기러기떼에 합류하여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여러가지 고생 끝에 집에 돌아온다는 이야기인데, 지금 회상해보면 틀림없이 만화가가 창작한 이야기일리가 없을 듯해서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역시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라는 작품이 아닌가. 더군다나 이 책의 작가 Selma Lagerlöf는 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니 이만저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켁. 그녀는 최초의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최초의 스웨덴 수상자라고 한다.

동화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다니!!! 그런데 이 책은 동화이지만 동화같지가 않다. 뭐 이 서평에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라. ㅎㅎ 사실 그녀는 동화 전문 작가는 아니라고 한다. 이 작품은 조국 스웨덴의 자연과 풍속 등을 어린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교육계의 의뢰를 받아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릴 적에는 몰랐지만 동화 속에서 닐스가 거위를 타고 여행하는 경로가 실제 지명과 연결되어 있다. 백년 전의 스웨덴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어릴적에 만화로 읽을 때는 축약된 내용이라 그런지 몰랐는데, 동화치고는 분량이 상당히 많다.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 권을 다 합치면 900페이지가 넘으니 어지간한 책 보다도 두껍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중에 축약된 내용의 책이 너무 많은데 역시 뭐든 읽으려면 완역본을 읽는 편이 좋다.

동화라서 성인에게 권고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아이와 읽어보는 것은 괜찮을 듯 싶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어릴 때 부터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듯. ㅎㅎ

[서평]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 : 법곤충학자는 어떻게 범죄를 해결하는가?

곤충이 말하는 범죄의 구성10점
도로시 제나드 지음, 신상언.현철호 옮김/글로세움(북스온)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란 곤충의 생태와 성질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사건(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법의학의 한 분야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법곤충학에 관한 책으로 일전에 Mark Benecke의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와 Lee Goff의 ‘파리가 잡은 범인‘ 두 권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마크 베네케의 책은 뒤로 갈수록 법곤충학에서 벗어나므로 주의하기 바란다.

법곤충학의 주요 목적은 곤충의 생태를 이용하여 시신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데 있다. 살인사건에서 사망시각은 매우 중요한 팩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사망시각 추정에만 법곤충학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본서의 서술에 따르면 밀수된 대마초가 어느 지역에서 채집되었는지 알아내거나, 곤충이 침입하여 오염된 식품이 어느 단계에서 오염되었는지와 같은 민사소송에도 쓰일 수도 있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이 책은 각종 곤충(주로 파리와 딱정벌레)에 관한 증거수집, 사육법, 사망시각 추정, 종판별, 생태, 법정에서 증언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일전에 소개한 마크 베네케의 책과 리 고프의 책은 주로 사례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어 대중서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책은 대중서라기 보다는 교본에 가깝다. 법곤충학자가 알아야 할 다양한 부류의 지식을 분야별로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고, 사진자료도 꽤나 풍부하다. 컬러사진이었으면 교본으로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읽어보면서 법곤충학자도 상당히 데이터 중심의 엄밀성이 높은 분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사망시각 추정을 할 때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가지고 사망장소의 온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정을 해주는 부분도 있다. 그 밖에 몰랐던 실전 주의사항들이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시신에서 발견된 딱정벌레는 서로 포식할 가능성 때문에 개체별로 취급해야 한다든지, 법정에서 법곤충학자로서 증언할 때의 주의사항 같은 것들이다.

몇몇 지식은 보충설명이 있었으면 문외한에게 더 좋았을 법한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구더기를 배양하여 파리로 변태시키는 방법이 서술되어 있지만, 법곤충학자가 왜 구더기를 배양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사실 파리의 정확한 종은 성충일 때 비로소 분별가능하며 구더기 상태에서는 종의 판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마크 베네케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곤충을 분석하여 희생자가 살아 있을 때 섭취한 독극물의 종류를 알아내는 내용(p37)도 있는데, 왜 시신을 직접 분석하여 독극물을 알아내지 않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책 자체가 이론적 배경지식보다는 실전 지식에 더 치중한 느낌이다.

한가지 대단히 아쉬운 점은 상당히 많은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출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누구누구의 연구결과라고만 언급되어 있는데, 논문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렵다. 어쩌면 원문에는 있을법도 한데, 아무튼 많이 아쉽다.

p121와 p122에 약간 이상한 도식이 있는데, 정황상 파리 다리에 난 털을 분류하여 설명하는 도식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사진을 빼 먹은 것 같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아 대중적 재미를 주는 것에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법곤충학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목차를 먼저 읽어보고 독서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서평] 사코와 반제티 : 세계를 뒤흔든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사코와 반제티10점
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삼천리

보스턴은 미국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본인은 보스턴 차 사건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근래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80년도 더 전에 있었던 보스턴이 미국의 양심을 팔아넘긴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20세기 초 아나키즘 운동사에 있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이 사코와 반제티 사건인데,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는 미해결 케이스로 남아있지만, 편견에 가득찬 인간들이 행했던 사법살인이 주는 메세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전반적으로 그들에 대한 판결은 편견에 가득한 판사와 정의를 망각한 검사, 그리고 무능한 변호사의 합작품이다. 미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지만, 드레퓌스는 결국 풀려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처형되고 만다.

이 책은 사코와 반제티 사건의 경과를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고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제화공장의 임금 지불일에 있었던 노상 무장강도의 살인사건 이후, 아무런 범행동기가 없는 아나키스트였던 사코와 반제티가 검거된다. 당시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은 사회의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고, 때마침 월스트리트 폭탄테러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의 간략한 부분은 일전에 소개한 ‘자동차 폭탄의 역사‘의 앞부분에도 소개가 되어 있다. 이후 이들의 부당한 재판과정에 반응한 전 세계의 아나키스트들이 항의하면서, 점차적으로 아나키스트는 아니지만 양심이 있는 지식인들까지 부당한 판결에 맞서 그들의 석방을 주장하게 된다. 결국 이 사건은 원래 강도사건을 떠나 이데올로기와 정치세력간의 대결로 격화되고, 결국 7년의 시간을 끈 끝에 그들은 전기의자에 처형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진범이 자백하고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서면도 아직까지 당시 유죄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의견을 굽히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면에서 보자면 인간은 참으로 터무니 없이 비논리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노상강도 사건 당시의 정황을 알려진데까지 상당히 상세하게 설명한 후, 그 뒤에 펼쳐지는 법정공방에 관한 내용이 앞부분 절반정도에 해당하고, 후반부에서는 그들의 석방을 위해 헌신한 다양한 부류의 사람과 전세계에 울려퍼지는 함성을 그리고 있다.

몇 가지 코멘트할 부분이 있다.

p20에 미국 국가가 울릴 때 자리에 일어서지 않던 사람을 해병이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죽이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가 아나키스트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 수 없다.

(통상 공산주의자라고 불리는) 마르크스주의자와 아나키스트는 전통적으로 매우 관계가 좋지 못한데, 마르크스주의자는 혁명의 중간부분에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과도기적 단계를 필수적으로 보았고, 아나키스트는 그 부분을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마르크스주의 독립운동가와 아나키즘 독립운동가들간의 투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부분은 일전에 소개한 바도 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사코와 반제티 문제를 이용했던 부분(p390)에서는 치가 떨린다.

디테일한 묘사 때문에 약간 지루하다고도 생각될 수 있지만, 그만큼 사건의 상세한 부분을 알려주려는 저자의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앞부분은 약간 늘어지지만 조금 지나서 법정 공방 부분에 들어가면 법정 드라마를 연상시킬만큼 긴장되는 공방이 오고가므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세계를 울리는 함성이 있었건만 세월에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알려주는 기념물이 거의 전무한 듯 싶다. 다행히도 이런 출판물이 국내에까지 번역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고나 할까.

[서평] 화성 연대기

화성 연대기10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샘터사

사실 이 책을 사 놓은지는 한참 됐는데, 원체 읽을 책이 많아서 차일피일 미루며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화성 개척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알 자지라에서 읽었는데, 이 뉴스를 보니 이 작품이 불현듯 생각나서 읽어보았다.

알 자지라 Volunteers wanted for one-way ticket to Mars 24 Apr 2013 06:12

이들의 계획이 지나치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세상은 무모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는 법이다. ㅎㅎ 최근 큐리오시티 착륙건도 그렇고 화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모양인 듯 하다.

브레드베리 선생의 명성은 뭐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터이라 생각한다. 브레드베리 선생의 작품은 본 블로그에서도 두 개 소개되어 있다. 일전에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에서 소개한 바가 있고, ‘밤을 켜는 아이‘에서도 소개한 바가 있다. 사실 Big Three(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에 버금가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빅 쓰리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면이 많아서 ‘빅 포’라고는 부르기는 힘들 것 같다. ㅎㅎㅎ

이 책은 그의 화성에 관한 단편 연작을 모은 것인데, 서로 다른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을 소설 내의 시간 순서대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묘하게 일관성이 없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잘 짜여져 있다. 조세희 선생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비슷하다.

그의 작품은 SF의 소재를 빌려 쓰고 있긴 하지만, 거의 환상문학에 가깝다. 과학적 엄밀성은 떨어지지만 상상력을 자극하여 내용을 전개해 나가므로, 하드 SF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신, 매우 서정적인 문체와 사람의 근원적인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을 높이 사는 것 같다.

끝에서 두 번째 작품인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는 일전에 소개한 ‘최후의 날 그후‘에도 실려 있는데, 이 작품 하나만 떼 놓고 보면 별 감흥이 없다. 본인도 당시에는 별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화성 연대기를 차례로 읽고보니 이 작품의 맥락이 느껴진다. 역시 브레드베리 선생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됐다. ㅎㅎ

뭐 사실 SF를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미 읽어보고도 남을 작품이라 소개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행여나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서평] 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언어의 진화10점
크리스틴 케닐리 지음, 전소영 옮김/알마

이 책, 대단한 책이다. 여태 본인이 관심있게 읽어온 읽은 여러 책들의 내용을 한데 종합정리해 주는 책 같다. 사실 과거에 핑커 형님의 책을 읽을 때는 너무 열광한 나머지 핑커식의 강한 선천론적 주장을 열렬히 지지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주장을 보니 그런 생각도 조금씩 사그러 들어가는 느낌이다. ㅎㅎ

책의 지향점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언어의 최초 형태가 어떻게 발생하였는지에 관해 탐구하는 책이지만, 전반적으로 진화언어학에 대한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진화언어학 자체는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학문이지만, 이 학문 자체는 언어학, 고인류학, 진화생물학, 동물언어학, 분자생물학 등 넓고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차점에 놓여 있다. 그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도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분포해 있다.

촘스키 선생의 명성은 꽤나 들어온 바가 있지만, 촘스키 선생이 열풍을 몰고오던 당대의 현상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은 일전에 포스팅한 바가 있으니 참조 바란다. 애석하게도 책의 후반부에 언어학 분야에서 촘스키의 악영향에 관한 내용도 언급된다. 촘스키 선생이 꼭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친 것은 아닌 듯.

본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부분부분이 과거에 읽어온 책들의 내용에서 좀 더 자세한 부분이 언급되고 있다. 이를테면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p164)는 대단히 오래된 언어학적 떡밥으로 색을 가리키는 언어가 대표적인데, 이는 일전에 소개한 기 도이처의 저서가 매우 유용하다. 또한 피라하 어에 관한 언급(p169)은 일전에 소개한 대니얼 에버렛의 저서에 매우 상세하다. 일전에 수사가 없는 언어에 대한 포스팅도 참조하기 바란다. 또한 비교언어학으로 고인류의 경로추적을 하는 내용(p251)은 일전에 소개한 스펜서 웰스의 저서를 참고하면 좋다.

본인은 지금까지 언어는 뇌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베르니케 영역으로 제어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따르면(p269) 이 지식은 20년전에 폐기된 낡은 지식이라고 한다. 허걱 이럴수가..-_- 최신 뇌과학에 관한 저서를 좀 더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p319에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전에 한 포스팅도 참고 바란다.

본인이 잘못 알고 있었던 지식도 교정할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지식도 담겨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가 아닐 수 없다. 잡다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보니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는 이런 책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 같다. 언어학이나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오역위키

외신 요약번역 사이트 Newspeppermint를 운영하시는 분 중 한 분이 번역서의 오류를 기록하는 위키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해서 소개한다.

http://oyukwiki.com/

이름은 ‘오역’이지만 대충 보니 꼭 오역이 아니더라도 오타나 오류를 모두 기록하는 듯 하다. 사이트의 취지 자체가 개정판에서 더 나은 역서가 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라 그런 듯. 아직은 등록된 책이 몇 권 없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여 바란다.

세상의 많은 정보 전달흐름이 단방향에서 점차 양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정보소비자는 피드백을 제공하기를 원하고 정보생산자는 점진적으로 그러한 피드백으로 개선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사실 웹페이지를 가진 출판사가 꽤 많고 또한 그들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 웹페이지를 가지지 않은 출판사도 많고 이와같이 피드백을 취합해서 받을 수 있다면 더 나은 출판문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서평] 천황의 하루 : 오늘, 일본 황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천황의 하루6점
요네쿠보 아케미 지음, 정순분 옮김/김영사

일본의 메이지 천황의 하루 일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메이지 천황은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 듯 한데, 이 책은 그러한 규칙적인 생활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아침 기상 순간부터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본 궁중의 독특한 예절이나 기괴한 관습 등등 재미있고 신기한 묘사가 많다. 과거 궁궐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기록을 토대로 메이지 천황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메이지 천황의 역사적 위치를 제외하여 사람 자체로만 보면 꽤나 매력적인 사람인 것 같다. ㅎㅎ

저자가 일본인이니만큼 천황의 소소한 행위의 의도들을 꽤나 미화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러한 부분은 감안을 하며 읽어야 할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다이쇼 천황쇼와 천황의 일상도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독특한 일본 궁중 예절의 묘사가 재미난다. 많지는 않은 분량이라 금방 읽을 수 있다. 관심이 있다면 볼만할 것 같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알라딘에 북펀드라는 제도가 있다. 출간 예정인 책에 돈을 후원해서 그 책이 얼마 이상 팔리면 보상을 얻는 제도인데, 아무래도 킥스타터를 모방한 듯 하다. 일전에 했던 불온서적 이벤트도 그렇고, 이런걸 보면 알라딘이 참 똑똑하단 말이지.. ㅋ

http://www.aladin.co.kr/bookfund/bookfundmain.aspx

본인은 정말 보고싶은 책이 있다면 일이백만원 정도는 후원해 줄 생각이 충분히 있다. 아쉽게도 여태까지는 출간 예정인 책들이 보통 별로 흥미가 없는 책이라 여태 한 번도 후원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 처음으로 후원해보고 싶은 책이 올라왔다. 바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20세기 초 아나키즘 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이 개인적인 관심에 얼마나 충족해 줄지는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1인당 5만원 이상 후원이 안 된다니 아쉽다…… 출간되면 바로 사서 읽어봐야겠다.

[서평] 에베레스트의 진실

에베레스트의 진실10점
마이클 코더스 지음, 김훈 옮김/민음인

세계 최초의 14좌 완등자로 더 유명한 라인홀트 메스너산악 문학을 읽다보면 에베레스트 등반은 극한을 이겨내는 인간의 고고한 취미로 비치겠지만, 인간사가 뭐든 그렇듯이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그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일전에 크라카우어의 저서를 소개한 바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으로 인해 오히려 상업 등반대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경험이 별로 없는 초심자를 산에 올려 놓는 것이 돈이 되는 것이다.

저자인 마이클 코더스는 자신이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합류하면서 있었던 팀 내부 갈등과, 닐스 안테사나가 경력을 속인 사기꾼 가이드에게 버림받고 동사하는 과정, 두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사건을 전개하면서 중간중간에 자신이 조사했던 에베레스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범죄행위들을 짬짬이 소개하고 있다. 엉터리 산소통을 속여 팔아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이들, 환경 등반대라고 속이면서 환경정화에는 거의 노력하지 않는 사기꾼들, 준비없이 와서 다른 이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이들, 남의 정상등정 사진을 훔쳐 자신이 등정했다고 사기치는 인간들…

이런 상황에서 좀도둑 같은 것은 별반 큰 범죄에 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 높은 곳에서의 도둑질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전에 포스팅한 에베레스트에서의 범죄도 참조바란다. 후반부(p426)에는 죽어가는 David Sharp를 보면서 지나친 많은 산악인에 대한 사건의 경과와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이 친구 수학선생이었다고 하는데, 빈궁한 사전 준비로 인해 재앙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왠지 내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다면 딱 이 사람 꼴이 될 것 같아 씁쓸하다-_- 안타깝게도 그런 죽음의 지대에서 쓰러지게 되면 자신의 정상등정의 꿈을 희생하여 도와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정하기는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의 맨 마지막(p480)에는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국경 수비대가 티벳인을 학살하는 랑파 라 학살사건을 직접 목격한 많은 등반가들이 중국에서 등산 입장을 제한할까 두려워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 산행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의미할까.

책 중간에 2004년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 사고에 관한 묘사가 잠시 나온다.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역시 인간사 별거 없는 거 다들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해오고 있던 것이긴 하지만, 새삼 에베레스트 등정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서평] 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

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10점
이매뉴얼 더만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승산

물리학을 공부하는 본인의 지인은 이 책을 두고 너무 읽기 괴로와서 못 읽겠다고 하였다. 과연,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인생과 일에 대해 품고 있던 허황된 환상이 세상이라는 거친 사포에 아프게 쓸리며 서서히 벗겨져나가는‘(p203) 이야기이다. 이 표현 한 줄로 이 책을 압축할 수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ㅎ

책의 절반정도는 물리학을 공부하던 저자가 느끼는 암울함과 답답함을 그리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월스트리트에서 좌충우돌하며 성찰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체로 담담한 문체를 유지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인데, 전반부에 저자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끼는 암울한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읽기가 벅차다. 나는 내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느낌의 글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ㅎ

전반적으로는 저자 자신의 개인사에 관한 내용이지만, 중간중간에 자신이 연구하던 이론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도 잠시 들어있다. 저자 자신이 수학이나 과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을 중시하므로 내용상 크게 난해한 부분은 없다. 관심있는 아마추어들도 읽어볼만 할 것이다. 물리학사에 관심이 있으면 전반부에 설명하는 여러 물리학적 발견들(오메가 바리온의 발견, 패리티 비보존 등)에 관한 이야기가 더 잘 이해될 것 같다.

물리학과 경제학에 모두 관심이 있는 본인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물리학 쪽이든 경제학 쪽이든 본서에 등장한 전체 인물의 절반정도는 이래저래 여러 경로로 이름을 한 번 이상 들어본 사람들인 것 같다. 특히 피셔 블랙에 관한 묘사와 존 메리웨더에 관한 묘사는 약간 인상깊었다.

유명한 투자은행 Salomon Brothers를 본서에서는 ‘잘로몬’으로 번역했던데,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투자은행인줄 알았다. ㅋ 역자의 의도가 궁금하다. 사람이름이나 여러 고유명사의 스펠링이 궁금하면 맨 뒤에 색인이 있으니 찾아보면 된다. 이걸 몰라서 원문을 직접 뒤져보는 삽질을 몇 번 했다-_-

결국 괴롭고 긴 여정을 거치긴 했지만 저자 자신은 자신이 설 자리를 찾았으니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직업에서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만큼 중요한 부분은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그가 진실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