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활동이 뜸한 듯 하지만, 예전에 이글루스에서 유명한 기생충 블로거로 활동했던 byontae님의 책이다. 읽으려고 봐 두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일단 첫 느낌은 맨날 번역서의 번역투의 문장만 읽다가 한국인이 쓴 진짜 한국어 책을 보니, 문장이 너무 읽기 편하다. ㅎㅎ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의 하나라고 본다. 본인은 여간해서는 과학/경제 분야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 저자의 책을 잘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첫째로 출처가 너무 부실해서 독서 중간에 추가적인 조사가 쉽지 않고, 둘째로 가격에 비해 책의 깊이가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을 읽으면서 과학서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는데, 뭐 이정도는 안 바래도 교양서의 예의 정도는 갖추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고자료가 두터운 편은 아니지만, 요구를 충족시키는 책이라 말할 수 있다. 사실 내용의 상당부분은 그의 블로그에서 이미 접한 지식이므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지만, 책을 통해 복습한다는 의미로 읽어봤다.
평소에 글 소양이 있으신건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되어 있다. 각 챕터 앞에는 유명인의 경구(警句)나 인용구를 소개하고 있고, 챕터 말미에는 각 챕터에 연관된 다양한 컬러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이런 면은 외국의 다양한 교양 과학서적에서도 볼 수 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든다. 꼼꼼하게 신경썼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기생충에는 학명을 소개하고 있고, 일부 결과는 참고 문헌을 찾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중서의 목적에 충실하게 모든 이론적 내용은 없으므로 쉽게 속독할 수 있다.
뒤로 가면서 역사, 고생물학, 정치 등과 기생충학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대단히 광범위한 분야까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점이 놀랍다. 또한 과학서 답지 않게(?) 역사적 배경이나 의료 낙후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해 주고 있어 저자의 교양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뒤로 갈수록 공중 보건에 주제가 너무 집중해 있어서, 공중 보건 외 다른 재미있는 주제를 다룰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예를 들어 CCD에 관해서라든지,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에서 있었던 개인적인 에피소드라든지, 기생충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라든지, 다양한 소재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이런 이야기를 모두 넣으면 중구난방이 되어 전반적인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지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대중서의 기능을 매우 충실히 수행하는 모범적인 책이다. 일전에 소개한 ‘기생충 제국‘과 같이 읽으면 훨씬 재미있을 듯 싶다. 그의 블로그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거의 확실히 만족할 수 있을 듯 하다. 헬스로그에서 했던 저자의 예전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다.
헬스로그 20대 기생충 학자, 블로그를 품다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