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슨의 선택과제 Wason selection task

뭐 이 문제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많이들 알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냥 소개해본다.


탁자위에 네 장의 카드가 놓여있다. 각각의 카드는 모두 한 쪽면에는 숫자가 씌여있고, 다른 쪽 면에는 색이 칠해져 있다. 현재 탁자위에는 3, 8, 빨간색, 갈색을 볼 수 있다. 다음 주장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느 카드를 뒤집어봐야 하는가? : 만약 한쪽 면에 짝수가 적혀있다면, 반대쪽 면은 빨간색이다.

이 문제는 1966년 심리학자 웨이슨이 고안한 것으로 Wason selection task라고 불린다. 일전에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라는 책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이 문제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만약 짝수가 적힌 카드의 반대쪽이 빨강이 아니면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짝수를 뒤집을 필요가 있다. 3의 반대편이 빨강이라고 해서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빨간색 카드 반대편에 홀수가 있다고 해도 규칙을 깨는 것이 아니다. 반면 갈색 카드의 반대편에 짝수가 있다면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갈색 카드를 뒤집어야 한다.

약간 더 전문 용어를 써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짝수이면 빨강이다’의 대우명제는 ‘빨강이 아니면 짝수가 아니다’이고, 따라서 8과 갈색을 뒤집어야 한다.

위키피디아에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중을 상대로 한 이 문제의 정답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사람의 논리적 성향으로 자주나오는 예로서 유명한 린다 문제도 있다. 재미로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시라.

Linda는 31세이며, 미혼이며, 솔직하며 매우 똑똑하다. 그녀는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일 때 그녀는 차별과 사회 정의의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았으며 반핵 시위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 (Linda is 31 years old, single, outspoken, and very bright. She majored in philosophy. As a student, she was deeply concerned with issues of discrimination and social justice, and also participated in anti-nuclear demonstrations.)

다음 중 어느 쪽이 가능성이 더 높은가? (Which is more likely?)

(a) Linda는 은행원이다. (Linda is a bank teller.)
(b) Linda는 은행원이며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이다. (Linda is a bank teller and is active in the feminist movement.)

이 문제는 전망이론으로 유명한 Amos Tversky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Daniel Kahneman에 의해 수행된 질문인데, 피시험자의 85%가 (b)를 선택했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그냥 은행원일 확률이 은행원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적일 확률보다 더 높다. (교집합이니까!) 이러한 오류를 Conjunction fallacy라고 한다.

위 웨이슨 선택과제도 그렇고 린다 문제도 그렇고 사람은 그다지 논리적 생각을 하도록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등수학(상)의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학생들에게 설명해본 경험이 좀 있는데, 역시 사람은 논리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구나 하는걸 느낀다. 가카 같은 인간이 당선된 이유라든지 ‘국개론™‘과 같은 현상이 잘 설명이 되지 않는가? 켁.

로르샤흐 테스트는 효과가 있는가?

일전에 로르샤흐 테스트라는걸 소개한 적이 있다. 종이에 번진 잉크얼룩을 보여주면서 ‘이게 뭘로 보이냐’고 물은 다음에, 그 대답을 통해 환자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는 성격테스트 프로그램이다. 이 로르샤흐 테스트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회의주의자 사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의문스럽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로르샤흐 테스트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가 소개되어 있어 기사를 소개한다.

이코노미스트 A few blots in the copybook Nov 12th 201

이 친구들의 주장에 따르면 로르샤흐 얼룩의 반응이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일부 전통적인 해석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뭐 그러나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인데, 그림에 대한 어떤 반응이 성격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무지 애매한 것 아니겠나 싶다.

기사의 말미에 나와 있듯이, 로르샤흐 테스트의 최대 위기는 사람들이 만년필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이 낡은 정신분석 테스트의 효용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

한겨레 사이언스온 [연재] 참지 않고 공부 오래 하기 2011.11.07

이러한 결과로부터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이 한정된 자원(limited resource)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진실로 감동적이다. 평소에 내가 누누이 주장한 바인데, 주변사람이 쉽게 공감하지 않았던 주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상으로 얻은 추측이 실험으로도 지지되고 있었다니, 이거 놀라운 일이구만.

 


2011.11.24
한겨레 사이언스온 의지력 3부작
[연재] ‘나’를 공부하게 만들어 보자
[연재] 자기통제는 근육이다

소변기 속의 파리그림

카스 R. 선스타인, 리처드 H. 탈러 저/안진환 역, “넛지”, 리더스북, 2009

p17-18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 해도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에서 도출한 유용한 한 가지 법칙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작은 요소들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집중시킴으로써 힘을 발휘한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훌륭한 예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화장실의 모든 남자용 소변기에는 중앙부분에 검정색 파리가 그려져 있다.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변기 주변이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눈앞에 목표물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히 발사물을 변기 가운데에 맞출 확률도 높아진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아드 키붐(Aad Kieboom)의 말을 빌자면 이 방볍은 ‘경이로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적중률이 매우 높아졌지요. 파리를 본 남자들은 그것을 향해 발사하니까요.” 경제학자인 키붐은 스키폴 공항 건물의 확장공사를 감독했다. 그의 팀원들은 이 파리그림이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나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

 


1 http://www.coathanger.com.au/archive/dibblys/loo.htm 참조. 이 예는 또한 Vincente, Kim J. The Human Factor: Revolutionizing the Way People Live with Technology. New York: Routledge, 2006 에 의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 파리 그림이 그려진 소변기 사진을 찾아봤다. 출처


엌 … 진짜 파리 같다. ㅋㅋ

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저, 이경식 역, “픽사 이야기“, 흐름출판, 2010

p374

각 등장인물들의 피부에는 새로운 수준의 사실성이 구현되었다. 이른바 ‘표면 산란subsurface scattering‘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는 기술 덕분이었다. 사람의 피부는 완전히 불투명하지 않고 어느 정도 광택이 있다. 사람의 피부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빛이 피부 안의 여러 층까지 도달해서 산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의 피부를 다른 고체의 표면처럼 렌더링을 하면,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헨릭 완 젠센이라는 연구원이 개발한 표면 산란 알고리듬 덕분에 기술 팀은 사람의 피부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피부를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었다. 사람을 흉내 낸 물체에 사람들은 호감을 가지지만, 그 유사성이 지나쳐서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오히려 혐오감을 느낀다는 이론이 있다. 이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하는데,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 박사가 1970년대에 주장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인간과 너무 닮은 형상이 어떤 원시적인 혐오감을 유발하는 듯 하다. 그래서 사람 피부의 땀구멍이나 두피의 털구멍같은 극히 세밀한 부분은 만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묘사하지 않았다.

http://en.wikipedia.org/wiki/Uncanny_valley

[서평] 생각이 직관에 묻다 : 논리의 허를 찌르는 직관의 심리학

생각이 직관에 묻다4점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추수밭(청림출판)

기거렌처의 명성을 많이 듣긴 했지만, 그의 저서를 읽는 것은 처음이다. 뭐 이 책이 유일한 번역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ㅎㅎ

다른 블로거들의 관련 포스트를 소개한다.
게르트 기거렌처, [생각이 직관에 묻다] by 덱스터
비판자 기거렌처(1) 오타쿠의 몸무게 by 아이추판다
[서적] 생각이 직관에 묻다(Gut Feelings, 2007) by 월덴지기

나온지 꽤 된 책인데, 사놓고는 이제서야 읽게 되는구만… 켁. 그런데 사실 썩 인상이 깊지는 않았다. 책 서문에는 이 책이 직관의 작동방법에 대해서 설명할 것처럼 시작해놓고는, 실제로는 직관의 영향력이나 직관의 성질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 실망했다. 뭐 직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영역의 학문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직관의 성질에 대해서 연관성이 낮은 개별의 장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실제로 찾아보면 실망스러울정도로 적은 수의 샘플이나 특정 성질의 집단만으로 실험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서 쉽게 인정해야할지 의문이다.

뭐 여하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실험 내용은 행동 경제학에서 써먹는 다양한 심리학적 결과를 소개하고 있어, 행동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읽어볼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 서평에서 소개할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y)를 다루고 있는데, 도모노의 책에서의 맹목적 결과 수용보다는 기거렌처의 책에서의 해석(probable의 모호성)이 더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닐까 싶다.

몇 가지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을 나열해본다.
p29에 병아리 감별사는 자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믿기 어렵다. 어떤 판단근거 없이 어떻게 암/수라는 이분법적 결과를 도출해내는지 의아하다. 체스나 저술과 같은 활동은 이분법적 결과가 아니지만, 병아리 감별은 이분법적인 결과인데 명확히 결과물이 다른 것이 아닌가.
p47에 워렌 버핏이 증권 전문가의 가치는 점쟁이의 가치와 다를바 없다고 한 내용이 나오는데, 아주 적절하지 않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는 저자가 버핏의 말을 미세하게 오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일전에 소개한 ‘투자전쟁‘이라는 책에서 느낀 바가 있는데, 투자자들의 성향은 모멘텀 투자가치 투자의 양극단에서 스펙트럼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버핏은 가치 투자쪽의 극단에 가깝다. 저자는 버핏의 말을 ‘펀드 전문가보다 직관이 낫다’의 근거로 쓰고 있지만 사실 버핏의 말은 모멘텀 투자의 성향을 비난하기 위해 한 말이었을 뿐이다.
p120에 ‘go‘라는 게임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go’라는 게임은 바둑이다. 바둑은 영어권에서 ‘go’라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모르는 번역자들이 그냥 ‘고’라고 번역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마이클 모부신의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의 번역자도 동일한 실수를 하고 있다.
p128에 and의 모호성과 직관적 해석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일전에 소개한 ‘이상한 나라의 언어씨 이야기‘에서 and의 사용이 전혀 모호하지 않은 언어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연결해서 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썩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는데, 역시 심리학에 대한 선입견(트라우마?)만 더 강해진 느낌이다. 위 소개한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개가 사무실 생산성을 높여준다

이코노미스트지를 읽다가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일전에 뉴 사이언티스트지에서 애완동물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와는 반대로 사무실에 있는 개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 간의 협업 능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Manager’s best friend Aug 12th 2010

실험방법을 보니 4명으로 구성된 12그룹을 모아서 각 그룹별로 15초짜리 광고 제작을 의뢰한 후, 마지막에 모든 사람에게 협동 작업의 능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모양이다. 물론 몇몇 그룹에는 개를 투입하였다.

다른 실험에서는 4명으로 구성된 13그룹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실시한 모양이다. 죄수의 딜레마가 뭔지는 다들 잘 아실터이다. 4명이 죄수의 딜레마를 실시하는데, 여기에서는 혼자 밀고하면 가장 가벼운 형량을, 모두 침묵하면 두 번째로 가벼운 형량을, 두 사람이 밀고하면 좀 덜 가벼운 형량을, 혼자서 침묵하면 가장 무거운 형량을 얻는다. 재미있게도, 개가 있으면 평균 30% 정도 밀고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뭐 본인이 보기에는 실험 집단이나 회수가 너무 적어서, 이런 실험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될런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겠다.

회사의 오너가 이 글을 본다면 사무실에 개 한마리씩 키워보는 것은 어떠실런지? ㅎㅎㅎㅎ

 


2010.8.19
강아지가 Collaboration에 도움이된다 by Jisurk P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