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다시 그 경계에 서다 : 100년 전 그날, 만주벌판을 향해 떠났던 선조들의 숨겨진 역사

다시 그 경계에 서다10점
이종걸 지음/옥당(북커스베르겐)

국내 정치인 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 이종걸 국회의원의 저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나키즘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있기도 해서 사 읽어봤다.

이 책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의원이 할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중국의 독립운동사 유적지를 방문한 일정을 묘사한 기행문이다.

일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지난 광복절에 KBS에서 광복절 특집 ‘항일 유적이 사라진다‘편을 방영했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말미암아 항일 기념 건물들이 급격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심지어 일부는 그 위치까지도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보았는데,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은 역사적 장소들이 위치를 정확히 동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 정도라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았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 책에서도 이종걸 의원이 여러 항일 유적들을 방문하면서 원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을 한탄하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뭐 대한민국에서조차 ‘한국현대사학회‘ 같은 파렴치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중국 사람에게 뭘 바라겠나만은… 큭.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나키즘 독립운동사의 역사적 개괄과 더불어 이종걸 의원의 감상적 의견으로 되어 있다. 초심자라면 꽤 읽을만하겠지만, 아나키즘 독립운동사에 관해 이런저런 지식을 접한 본인으로서는 거의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지식 습득의 차원에서는 거의 얻을 것은 없었다. 위 언급한 KBS 광복절 특집에도 나왔지만, 백정기 의사께서 의거했던 육삼정의 위치를 현재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책의 후반부에는 국내 독립운동가들의 현장답사를 했던 기행문이 있는데, 본인이 일전에 방문했던 정읍의 구파 백정기 의사 기념관도 있다. 일전에 한 번 가 본 장소라 그런지, 이종걸 의원의 기행문이 좀 더 특별히 느껴진다.

이종걸 의원이 정치인이 된다고 그의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리니, 그의 아버지께서 ‘할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즉시 정치를 그만둘 수 있느냐’는 대화가 꽤나 인상에 남는다.

독립운동사 또는 이종걸 의원에 관심이 있다면 읽을만할 것이다.

[서평]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스페인 내전10점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교양인

스페인 내전하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전에 소개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인데, 뭐 조작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현장감 있는 스틸컷으로 유명하다. 이 ‘스페인 내전’을 읽고 일전에 소개한 알렉스 커쇼가 쓴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인 ‘로버트 카파 : 그는 너무 많은 걸 보았다‘의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책에서 묘사한 각종 정치적 상황들이 매우 잘 이해되었다. 확실히 시대적 배경지식을 갖추고 나니 예전에 읽었을 때랑 느낌이 많이 다르군. 큭.

이 책은 스페인 내전의 시작부터 종말까지 꼼꼼하게 소개하는 앤터니 비버 형님의 책이다. 앤터니 비버의 저작은 일전에 소개한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세계 역사를 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 590일의 기록‘이라는 책에서 한 번 접한 바 있으므로,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은 없었다. 군사사의 지존이신 periskop님은 앤터니 비버의 책에서 크게 실망하셨다지만, 뭐 본인은 그 정도로 전문적이지는 않으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겠다. ㅎㅎ

부제의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이 너무나 적절할 정도로 스페인 내전의 독특함은 유명하다. 파시즘, 공산주의, 공화주의, 아나키즘, 게다가 가톨릭교 까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책 속에서 공화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좌파, 아나키스트와 같은 이념적 지형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난무하는데, 가끔은 문맥속에서 저자가 정확히 어떤 정의로 이런 단어들을 선택한 것인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좌파 팔랑헤당원’과 같은 기이한 조합의 단어(팔랑헤당은 내전 당시 극우파 정당임)도 책속에서 눈에 띈다. 문맥상 이해할 수 없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는 ‘좌파’, ‘공화주의자’ 등과 같은 단어를 어떤 의미로 쓴 것인지 좀 명백하게 설정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중의 하나가 세계에서 유래없이 아나키즘이 광범위한 세력을 형성한 스페인의 독특한 이념적 환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는데, 애석하게도 그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지적한 다른 어느 분의 리뷰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만하므로 링크해 본다.

앤터니 비버 –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교양인(2009) by 바람구두

앤터니 형님이 우파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아나키즘의 실제적 활동과 현실적 적용에서의 한계가 스페인 내전사를 통해 곳곳에서 느껴져 좌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가지는 아나키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다. 스페인 내전사를 조망하는 다른 관점에서의 저서를 꼭 읽어보고 싶다.

카탈루냐 함락 이후 공화진영에서 프랑스로 피난을 온 난민이 가져온 한 줌의 스페인 흙을 억지로 비틀어 버리게 하는 장면(p663)은 무척 인상깊다.

책은 전황의 설명도 많지만 이념적 갈등, 세력 다툼 및 외교와 같은 배경 사건에도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2차 세계 대전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텍스트의 양은 꽤 많고 등장 인물도 많아서 집중해서 읽어도 상당 기간 독서시간이 필요하다. 알라딘에서 반값 세일을 하길래 슥샥 샀는데, 완독의 보람이 있어 좋다. 일독을 권한다.

[서평]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10점
안종수 지음/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일전에 읽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에스페란토에 관한 정보를 더욱 알고자 구입한 책이다. 이 책은 아나키즘의 개략적 역사와 더불어 에스페란토어와 아나키즘과의 관계형성이 어떠했는가를 추적하는 책이다.

책의 전반적인 비중은 아나키즘쪽에 있다고 볼 수 있고, 그에 부수하여 에스페란토어가 아나키즘의 이상을 구현하는데 있어 아나키스트의 요구에 부응하는 언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아나키즘 운동사에 관해서 몇몇 자료를 읽어본 본인으로서는, 국내 아나키즘 운동과 관련된 많은 부분은 이미 접한바 있어 독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아나키즘과 에스페란토어의 관계에 관해서는 몰랐던 내용들이 꽤 있어 유익했다고 본다.

책의 서두에 오스기 사카에 평전이 출판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일전에 읽은 오스기 사카에 자서전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자서전은 사상적 관점보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더 잘 읽힐만한 내용이지만, 여하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할 것이다.

국내 아나키즘 운동사 연구는 불행히도 독립운동사와 뒤섞여 과도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그려져 있어, 아나키스트적 면모를 많이 흐리게 투영하는 면이 없지 않다. 평소에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바가 이 책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서 반가웠는데, 일전에 ‘한국 아나키즘 운동사 연구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로 그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한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더 얻고 싶은 정보가 이 책에는 널려있다. p127에 대구 아나키즘 연구회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에 관하여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서 좀 답답하다. 세계 무국적연대(Sennacieca Asocio Tutmonda)나, 에스페란토 연대(La Solidareco)에 대한 조사를 좀 더 해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는 아나키스트 FAQ와 같은 읽어볼 거리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집중으로 단시간에 완독이 가능하다. 과거 아나키즘 운동사와 이와 관련된 글의 에스페란토 원문도 실려있다.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자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석에 있는 다양한 아나키즘과 관련된 참고서적은 확실히 아나키즘에 관한 읽어볼 거리를 찾아보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듯 하다.

한국 아나키즘 운동사 연구의 문제점

안종수 저, “에스페란토, 아니키즘 그리고 평화“, 선인, 2006

p16

일레븐 크린스톤즈라는 아나키스트가 한국을 방문하여 한 말중에는 “한국의 아나키운동사를 알아내기 힘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많은 아나키스트들의 저작이 그 사람이 일제에 대항해 싸웠는가, 그리고 싸웠다면 어떤 이유로 일제에 대항했는가를 중요시하는 현재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23년에 ‘조선혁명선언‘을 작성한 신채호의 경우 역사는 그를 민족주의자로 기록하고 있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아니키스트들이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어 고문을 당했는데도 우리는 그들이 아나키스트가 아니라 ‘의사’ 라거나 ‘커다란 성공을 거둔 애국적 투사들’ 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역사나 운동사를 다룸에 있어 구별을 불명확하게 그저 애국투사, 독립운동가로 폭넓게 사용되는 부분에 있어서 아나키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분명한 구별과 주장을 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아직도 아나키즘 연구자들은 아나키즘의 권력 분산(과거 임정 참여와 독립 노동당)을 놓고 과거의 아나키즘 운동에 발목을 잡고 있다. 왜 새롭게 태어나는 자생적 아나키스트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학문적 업적으로만 아나키즘의 유령 탑을 세우려 하는지 모르겠다. 역사를 안다는 것, 재인식하는 부분은 중요하다. 아나키즘의 역사적 사실 속에 현실을 파악하는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