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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의 세기 – ![]() 야마무로 신이치 지음, 정재정 옮김/소화 |
본인은 여행을 갈 때는 항상 작은 책을 하나 휴대하는 습관이 있다.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하루종일 관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나 자기 전에 가지고 온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데, 일전에 구마모토를 답사할 때 들고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다다미 방에 앉아서 이 책을 읽었는데, 너무 내용이 흥미로와서 추위를 잊고 읽어내려갔다. ㅎㅎ
이 책은 러일전쟁 앞뒤로 약 50년, 즉 백년간 일본을 중심으로 한 국제 정세의 변화를 묘사하는 책이다. 사상적 흐름부터 미시적 사건들까지 러일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가는데, 개인적으로 러일전쟁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무척 유익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서남전쟁을 전후로 일본내외의 정세변화에 대한 분석이 시작되는데, 책을 읽던 당시에 방문했던 구마모토 성이 바로 사이고 다카모리의 반란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농성했던 성이다.
러일전쟁을 전후로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국제정세의 변화를 해설해나가는데, 오쓰 사건 등의 국제 관계를 보여주는 사건부터 시작하여 일본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 시기에 관한 대부분의 국내저서가 일제의 조선 침탈에 과도하게 집중해서 해설하므로 다른 시점의 국제 정세 및 사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가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러일전쟁을 인식하는 아시아 인들의 관점이었다. 안중근 의사 자서전을 읽어보면 러일전쟁 당시에 일본이 대외적으로 외친 ‘동양의 평화’라는 구실을 글자 그대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부분이 여러 번 나온다. 이것을 안중근 의사가 순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듯 하다. 당시 많은 아시아인들이 서구열강대 아시아인 이라는 대결구도로서 러일전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p203 (강조는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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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쑨원은 수에즈 운하를 항행하던 중 동해 해전에서 일본이 이겼다는 보고를 접한 아랍인들이 환희하는 모습을 회고하면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이 강연 자체는, 일본이 러일전쟁의 승리를 통해 희망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에는 아시아에 대해 서구와 마찬가지로 침략적인 정책을 취한 것에 강하게 반성을 요구하고, 일본에게 아시아 민족독립운동을 지지할 것을 호소한 것이지만, 적어도 전승 직후에 러일전쟁이 아시아의 민족독립운동을 자극했음은 틀림없다. |
그 밖에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이 나오는데, 중간에 ‘아무르 강의 유혈이여アムール川の流血や‘에 관한 이야기(p118)도 나온다. 이 노래의 멜로디가 뭔지 무척 궁금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이곳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가사 자체는 무척 일본의 제국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ㅎㅎ
일전에 여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의 전기를 읽으면서 일본의 군국주의적 사회로의 변화 요인에 대한 궁금증이 좀 있었는데, 완전히는 아닐지 몰라도 이 책에서 어느정도 도움이 될만한 해설을 포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이쇼 데모크라시를 통과하는 사상적 격동이나 사회운동에 대한 언급이 책 속에서 거의 없는 점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니 일본 근대사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