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그린 문양

스파이크 아시아(Spikes Asia)는 칸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구 칸 국제광고제) 조직위원회와 영국의 미디어 그룹인 헤이마켓(Haymarket)이 주최하는 아시아 지역 광고제라고 한다. 2011 스파이크 아시아 디자인 부문 금상 수상작을 소개한다.

일본의 광고 에이전시 I&S BBDO에서 출품한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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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거치대 디자인

지난 11월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design concept의 Public Space부문 best of the best상을 수상한 현대건설의 작품 ‘Mole’s Hide and Seek Bike Rack‘을 소개한다.

design concept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실제로 제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제품소개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땅속에 기둥이 박혀 있다가 사람이 밟으면 위로 기둥이 솟아오른다.

기둥의 상부에는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평상시에 모아두고 야간에는 LED로 빛을 낸다. 사용중일 때는 붉게 빛나고 사용을 중지하면 파랗게 빛난다고 한다.

자전거를 거치하면 잠글 때 지문을 기록하고 해제할 때 다시 지문을 이용하여 해제한다.

근데 실용화가 가능할까? ㅋ 지문인식기 + 솔라 패널 + LED 가격이 만만치 않을 듯. ㅎㅎ

아이패드의 직관적 인터페이스

월터 아이작슨 저/안진환 역,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

p782

잡스는 마이클 노어가 포브스닷컴에 올린 일화를 읽고 감동을 받아 내게 전달했다. 노어가 콜롬비아의 보고타 북부 시골 지역에 있는 어느 낙농장에 머무르고 있을 때 겪은 일이었다. 그가 아이패드로 공상과학소설을 읽고 있는데 마구간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섯 살 짜리 소년이 다가왔다. 호기심이 생긴 노어는 소년에게 아이패드를 건네주었다. 전에 컴퓨터를 본 적도 없는 이 소년은 설명서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화면을 밀고 앱들을 작동해보더니 핀볼 게임을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여섯 살짜리 문맹 소년도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를 설계했다. 그것이 마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가 쓴 글이다.

본인도 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바가 있다. 아버지에게 간단한 컴퓨터의 사용법을 알려드렸는데, 컴퓨터를 평범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더블클릭에 대한 지식도 없는 사람에게 진정 사소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당연하지 않게 알려주는 것이 참으로 여렵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피쳐폰의 알람 시간을 바꾸는 일도, 삼성 텔레비젼의 설정을 바꾸는 일도 어려워 하신다. 그런 아버지에게도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법 만큼은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드웨어 기술이 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에 해박한 사람들일 수록 이것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게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끊임없는 단순성, 직관성을 지향하는 디자인을 추구한 스티브 잡스는 그의 평생의 바람대로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데 성공한게 아닐까.

새로운 런던 지하철 노선도

런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이자 지하철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예를 들어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의 틈을 조심하라는 표현인 ‘Mind the gap‘이라는 문구는 너무 유명해서 ‘Watch your step’이라는 문구보다도 더 쓰이는 듯 하다.

초기의 지하철 노선도는 실지형에 맞춰서 도로지도 위에 그려졌으나, 1931년 영국 공학자 Harry Beck이 실제 지형을 무시하고 색으로 각 노선을 구별하는 현대의 디자인의 노선도를 만들었는데, 지도에 거리를 무시했다는 점이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이어서 성공여부를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Beck은 지하철 이용객은 거리보다는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그의 짐작은 적중하였다. 기하학적 지리정보 보다는 연결상태에 더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이야기는 위상수학에 관한 대중교양서에서 종종 나오므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정보의 부재로 인해 사람들은 실제 최단거리보다 더 먼 경로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뉴욕대학의 Zhan Guo 교수는 30%의 이용객이 최단거리보다 더 긴 경로를 이용하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A new take on an old design Jul 4th 2011

그리하여 Mark Noad라는 친구가 원 지하철 노선도의 명료함을 유지하면서 실지형에 가까운 새로운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다시 디자인한 모양인데,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일전에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라는 책을 소개한 바가 있지만, 이런 사례 하나만 봐도 산업 디자인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C 보드 미학

앤디 허츠펠드 저/송우일 역, “미래를 만든 Geeks“, 인사이트, 2010

p82-83

PC 보드 미학
잡스가 PC 보드의 미학에 신경을 쓰다

첫 번째 맥 프로토타입은 ‘와이어 래핑’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수제작했다. 이는 핀 두 개 주위에 각각 배선을 감싸 각 시그널이 라우트되는 것이었다. 버렐이 직접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와이어 래핑했고 다른 프로토타입은 브라이언 하워드와 댄 코트키가 만들었다. 그러나 와이어 래핑은 시간을 낭비하고 오류를 일으키기 쉬웠다.

1981년 봄, 맥 하드웨어 설계가 PCB(printed circuit board)를 만들 정도로 안정되자 프로토타입을 더욱 빨리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애플 II 부서에서 콜렛 애스키런드를 데려와 보드 레이아웃 작업을 맡겼다. 콜렛은 버렐 스미스, 브라이언 하워드와 몇 주간 일한 후 PCB 설계를 끝내고 생산 라인에 보내 양산 보드 수십 대를 한정 생산했다.

6월 부터는 팀원이 대부분 참석하는 주간 관리 회의를 열기 시작했고 그 회의에서 그 주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번째인가 세 번째 회의에서 버렐이 난해한 PC 보드 레이아웃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몇 대를 만드는 데 이미 쓰였던 것으로 실제 크기의 네 배로 확대한 것이었다.

잡스는 순전히 미학 원칙에 따라 보드 레이아웃을 비평하기 시작했다. “그 부분은 꽤 예쁘군.” 잡스가 칭찬했다. “그런데 메모리 칩을 봐. 추해. 선이 너무 가깝게 붙어 있잖아.”

최근에 채용한 아날로그 보드 엔지니어인 조지 크로가 잡스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었다. “PC 보드 모양을 신경 쓸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얼마나 잘 동작하느냐가 중요하죠. 아무도 PC 보드를 보지 않을 거에요.”

잡스가 거칠게 응수했다. “내가 본다니까! 보드가 케이스 안에 있어도 최대한 아름다워야 해.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장식장 뒷면에 형편없는 나무를 쓰지 않아.”

조지는 잡스와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조지는 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이 지는 싸움임을 알지 못했다. 다행히 버렐이 조지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메모리 버스 때문에 레이아웃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버렐이 얘기했다. “그 부분을 바꾸면 전기적으로 동작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좋아. 이러면 어떨까.” 잡스가 말했다. “보드가 예쁘게 보이도록 레이아웃을 하나 더 만들어 보고 만약에 돌아가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려놓자고.”

그래서 5000달러 정도를 더 들여 잡스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메모리 버스를 라우트한 새로운 레이아웃으로 보드를 몇 장 더 만들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버렐의 예측이 들어맞아 새 보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고 그 다음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옛 설계로 다시 되돌아갔다.

뭔가 잡스가 예전에 한 말이랑 상충되는데-_-

2016년 올림픽 브랜드 표절 논란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될 2016년 올림픽 로고가 얼마전에 공개되었는데, 이 그림이 텔루라이드 재단(Telluride Foundation)의 로고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 본인은 부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Rio 2016 logo designers deny plagiarism Sunday, January 2, 2011; 4:11 PM

근데 올림픽 로고를 자세히 보면, 사람의 팔 연결이 왠지 재활용 로고처럼 뫼비우스의 띠 같이 생겼다. ㅎㅎㅎ

[서평] 유쾌한 이노베이션,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

유쾌한 이노베이션10점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지음, 이종인 옮김/세종서적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10점
톰 켈리 외 지음, 이종인 옮김/세종서적

한 포스트 안에 두 권의 서평을 쓰는 일은 드물지만, 이 두 책은 같이 읽으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로서 매우 좋으므로, 두 권의 서평을 한 포스트에 쓰기로 하겠다.

사실 혁신이나 이노베이션에 얽힌 스토리는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 잡스 형님의 애플을 살려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 그 자체인 것이다. 시장 환경이나 적응력이 중요한 회사에서 이러한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주로 IT쪽의 회사가 많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면 구글을 많이 들 것 같은데, 구글 보다도 더욱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전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포스트에서 언급한 IDEO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는 혁신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가장 선두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일 것이다. 그 IDEO의 co-founder가 쓴 책이 바로 이 두 책이다. 시간상으로 ‘유쾌한 이노베이션’이 먼저 나왔고, ‘이노베이터의 열 가지 얼굴’이 나중에 나왔으므로 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 두 책은 내용상으로 어느정도 겹치는 면이 있기도 하고, 좀 더 발전된 논의를 담고 있기도 하다.

IDEO가 혁신이라는 주제로 얼마나 명성이 있는지는 ‘유쾌한 이노베이션’의 책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

p126

지난 몇 년 동안 IDEO의 고객들은 우리에게 전통적인 제품 개발과 디자인 이상의 것을 요구해 왔다. 숱한 기업들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팀을 보내 IDEO의 실무 경험을 배우게 했는데, 어떤 경우에 그들은 팔로알토 사무실 주변에 집이나 아파트를 빌려 한번에 몇 달씩 머물면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우리의 방법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어떤 회사들은 몇 주 동안 IDEO를 방문하고서 그후 주기적으로 다시 찾아 왔다. 그들은 IDEO에서 기업 문화를 강화하는 실무를 익혔고, IDEO가 신속하게 조정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참관했고, 여러 부문에서 모은 팀원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견학했다.

몇 년 전에 우리의 고객인 포춘500대 기업 가운데 많은 회사가 ‘IDEO 경험’을 단 이틀만에 체험하는 패키지 투어를 우리에게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IDEO 유니버시티’ 혹은 간단히 ‘IDEO U’라고 부르는 견학 투어가 생겨났다. 나이트라인이 심층취재했듯이 우리의 이노베이션 방법론을 강렬하게 압축한 ‘IDEO U’는, 외부인이 우리의 이노베이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에게 그것은 쌍방향 통행이다. 우리는 다른 산업과 팀에게서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 배우면서 우리의 방법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다시 고안했다. 또한 ‘IDEO U’팀은 그런 활동 결과를 회의석상이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IDEO의 나머지 직원들에게 보고했다.

본 블로그에서 일부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 놓은 포스트가 있으니 구입 이전에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치약뚜껑 : 최선의 이노베이션이 항상 최적은 아니다
와인 마개의 이노베이션
종이처럼 얇은 프로토타입

사실 본인이 예전에 잠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여러가지 면에서 답답한 점을 많이 느꼈는데, 그러한 면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 책은 혁신으로 가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수없이 열거하고 있었고, 수없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처럼 기업내 조직내에서의 혁신을 불러 일으키려면 한국은 이미 글렀다. 켁. 혁신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요소는 너무나 쓰레기 같은 한국적 기업 문화와 거리가 있다. 우린 안될거야 아마…-_-

특히 ‘유쾌한 이노베이션’의 11장 ‘경쟁을 즐겨라’에 등장하는 인력 자동차 경주대회의 에피소드는 무척이나 인상깊다. 이 드라마같은 이야기는 이것 하나만으로 책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창조하고 혁신하는 사람들의 삶은 무척 경이롭다.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은 이노베이션을 이룩하기까지 과정에 참여하는 10가지 역할에서 각 참여자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분석하는 책이다. 정말 미세한 차이를 관찰하여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내고, 서로 다른 영역을 조합하여 발전시키는 이 모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드라마같다. 특히 책 속에서 브레인 스토밍을 강조하는데, 그들이 하는 브레인 스토밍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 싶다. 대단히 인상깊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책 속에서 브레인 스토밍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이걸 보면 실제로 보고싶어질 것이다. ㅎㅎㅎ

여하간 무척 인상깊은 에피소드와 문구들이 많았다. 아마 올해 읽은 책 중에서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백 권을 못채웠으니 책을 좀 적게 읽은 듯 하다. 켁.

와인 마개의 이노베이션

일전에 이야기한 ‘치약뚜껑 : 최선의 이노베이션이 항상 최적은 아니다‘와 조금 비슷한 이야기이다.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공저/이종인 역, “유쾌한 이노베이션”, 세종서적, 2002

p245-249

사실, 사람들이 변화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는가 하는 건 알아 맞히기 힘든 문제이다. 소중한 관습을 바꾸려고 해 보라. 그러면 커다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유서 깊은 코르크 마개가 좋은 예이다. 누구나 고급 와인에는 좋은 코르크 마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오직 싸구려 와인에만 비틀어 여는 마개가 달려 있다. 와인과 코르크 마개에 대한 신화가 이런 식으로 대중들 사이에 완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코르크 마개가 매력적이고 전통적이긴 하지만 고급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하자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코르크 마개는 와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코르크 마개의 틈이 갈라지면 산소가 드나드는 작은 길이 열리고 와인은 산성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IDEO의 숀 코코런(Sean Corcorran)은 대형 와인 제조업체를 위해 이런 현상을 깊이 파고들었다. 브레인스토밍은 화끈했다. 숀은 스스로 말했듯이 ‘모든 마개와 병’을 구입했다. 그런 마개 중에는 플라스틱 뚜껑에 기이한 걸쇠가 들어있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화장품 병도 있었다. 어떤 와인 창고에는 샴페인 코르크를 만들 때의 제작 단계를 묘사한 콜라주 액자가 있었는데, 숀은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그것도 빌려왔다.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비전통적인 재료, 가령 플라스틱(고급스럽게 만들어서)을 쓰자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혹은 코르크와 디스펜서 시스템(술병 입구에 꽂아서 술을 조금씩 따르게 만드는 장치)을 종합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산소는 와인을 상하게 하지만 질소는 보존하는 점을 감안하여 질소 충전한 마개의 아이디어도 나왔는데, 그러면 마시다 만 와인을 쉽게 보관할 수 있었다.

와인 전문가와 상담한 뒤 숀은 금속이 실제로 와인을 가장 잘 보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맥주병에 사용되는 것과 같이 실용적인 왕관 뚜껑은 고급 와인의 품질을 한결 잘 유지시켰고, 고무를 입힌 금속 뚜껑은 코르크보다 공기를 잘 막아주고 오래 가게 했다.

물론 당신은 동네 와인가게에서 이런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와인 마개를 금방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와인병에 쓰인 코르크의 밀봉 능력이 아무리 신통치 않더라도, 와인 수집가가 희귀한 와인을 코르크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밀봉해야 하더라도, 코르크 마개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와인을 따는 모든 과정에 정서적이고 관습적인 애착을 부여해왔다. 그들은 납 포장(지금은 알루미늄)을 벗기고, 코르크를 힘차게 잡아당기고, 향기를 맏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나서야 와인병의 코르크는 더 나은 대안에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수천년 동안 와인을 만들면서 강한 관습이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신화와 미학과 습관이 뒤섞여 뿌리를 깊게 내린 것이므로 변화에 완강히 저항한다.

(중략)

당신은 1980년대 LP 레코드에서 컴팩트 디스크로 바뀐 과도기를 기억할 것이다. CD는 향상된 음질, 단단한 내구성, 간편한 저장 방식을 예고했다. 전통과 이노베이션을 바꿈으로써 우리는 음악 경험의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레코드를 처음 들면서 사람들은 아주 큰 앨범 커버를 벗기고 해설이 든 레코드재킷을 읽으며 예술 활동을 감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CD 커버는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에 책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누구나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감각을 좋아한다. 일반적인 의견은 전자책이 절대 종이책과 똑같이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점은 확실하지만 전자책이 종이책의 경계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을 지켜보라. 전자책이 대단히 저럼한 가격, 종이만큼의 우수한 해상도, 새로운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한다면 결국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치약뚜껑 : 최선의 이노베이션이 항상 최적은 아니다

톰 켈리,조너던 리트맨 공저/이종인 역, “유쾌한 이노베이션“, 세종서적, 2002

p67-68

작은 이노베이션

최선의 이노베이션이라고 하더라도 간단하고 예방 가능한 계산 착오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 팀은 무엇보다도 ‘굉장한’ 아이디어가 폐기되는 장면을 볼 때 심한 좌절을 느낀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팀이 인간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P&G 는 우리에게 새로운 치약 튜브의 개발을 요청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튜브를 연구했는데, 큰 문제는 역시 뚜껑에 있었다. 오래된 치약 찌꺼기는 치약 튜브의 끝에 흔히 들러붙고, 그러면 뚜껑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그래서 뚜껑을 잃어버리거나 아예 뚜껑을 제쳐놓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쯤 사용한 치약 튜브의 끝에 마른 찌꺼기가 잔뜩 들러붙은 모양은 아주 보기 흉하다. P&G의 중역이 첫 번째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제품에 치약이 들러붙지 않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뚜껑을 돌려서 여닫는 대신 마개처럼 뽑았다 꽂았다 하면 어떨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뚜껑을 없애면 여닫을 때 생기는 찌꺼기를 아예 없앨 수 있다. 뚜껑 대신 튜브 끝에 원뿔형의 마개를 닾으면 치약 전체가 아주 깨끗해진다.

우리는 시제품을 만들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면밀히 관찰한 결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람들은 치약 튜브에 나사선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뽑도록 되어 있는 마개형 뚜껑을 ‘돌리려고’ 애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십 년 전부터 수없이 돌려서 열고 닫았던 뚜껑에 익숙해 있었고, 그래서 돌리는 습관은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였다. 치약 튜브의 뚜껑은 돌려서 열고 닫는 것이라는 인식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곧 뽑는 뚜껑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것은 몹시 뿌리 깊은 습관의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야 했고, 그 결과 절충형으로 한 번만 돌리는 뚜껑을 생각해냈다. 쉽게 깨끗해지는 부드러운 뚜껑과 딱 한 줄의 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P&G도 절충형 제품에 만족했고, 일반 소비자들도 이 크레스트 니트 스퀴즈(Crest Neat Squeeze) 치약을 첫해에 5천만 달러 넘게 구매했다. 한번만 돌리는 뚜껑을 가진 제품은 9년 넘게 단일 품목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똑같은 디자인으로 히트 상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이런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람들은 늘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며, 또 익숙한 습관을 놔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비약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일반 대중이 널리 받아들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민한 관찰은 그런 변화의 사이클을 단축시키고 또 사용자에게 그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