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엽충 :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

삼엽충10점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뿌리와이파리

삼엽충 오타쿠를 찾고 싶다면 아마 이 저자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ㅎㅎ 이 책은 삼엽충에 빠진 한 고생물학자의 수필 비슷한 과학책이다. 다행히 저자의 입담이나 재치가 상당해서 책이 꽤 재미가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삼엽충에 대한 지식보다도 오히려 잡생각이 많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삼엽충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잡담으로 새 나가는 것을 남발한다. 저자의 많은 생각과 입담이 책의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 자신이 즐기는 것과 생업을 위한 일이 일치한다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게다가 이 사람은 자신의 일을 즐기는 점을 넘어, 자신의 일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과학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사람의 생은 한없이 부럽다.

일전에 읽었던 ‘눈의 탄생‘에서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다룬 바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이 시기에 대한 해설로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 부근에서 굴드옹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의 내용을 자주 언급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굴드옹의 책을 먼저 읽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조금 든다. 이 책은 곧 읽고 다시 서평을 써 보겠다. 애석하게도 ‘눈의 탄생’의 저자 앤드류 파커의 견해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궁금했는데, 좀 아쉽다.

책 안에 잡다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꽤 재미있었는데, 이를 테면 영국 해리퍼드 대성당에 걸린 마파 문디에 대한 이야기(p226)라든지, 자크 데프라(Jacpues Deprat)와 관련된 논란(p287)과 같은 이야기들이 그렇다. 블로그에 옮겨보고 싶지만, 양이 많으니 넘어가야겠다. 한 번 읽어보시라. ㅎㅎ 이 밖에도 에드가 앨런 포 등 다양한 잡다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언급되는데, 저자가 꼭 과학에만 지식이 얽매이지 않은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은 사람인 듯 하다.

학문적인 관점에서 책의 내용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삼엽충의 눈에 관한 설명 부분인데, 이 부분은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불순물의 농도를 조정하여 광학적 초점을 맞추는 파콥스의 눈은 정말 경이롭다.

삼엽충은 지구에 3억년간을 번성한 생명체이다.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길게 잡아봐야 4,5백만년이 아닌가. 시간적 관점에서 본다면 삼엽충이 지구인이고, 인간이 외계인(혹은 이방인?)으로 취급할만할 것이라고 본인의 지인이 어느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듣고보니 그런 것 같다. 저자는 책 속에서 상상력으로나마 한 때 지구인이었던 이들의 흔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 자체가 이렇게 매력적이라고 느낀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과학자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데, 꽤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다.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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