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을 이해하기

크리스 앤더슨 저/정준희 역, “프리“, 랜덤하우스 코리아, 2009

p140-143

사실 ‘낭비’는 금기시되어 왔다. 특히 1970년대 IT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당시 컴퓨터 전문가들은 값비싼 컴퓨터 자원을 알뜰살뜰 관리하는 것이 그들이 할 일이라고 배웠다. 유리벽으로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보호하던 메인프레임 시대의 시스템 관리자들은 이 고가의 컴퓨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되는지 결정할 권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들의 역할은 트랜지스터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엇이 가치 있는지 결정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래머들에게 가급적 컴퓨터 이용 가능 시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도록 독려했다.

이러한 시스템 관리자들이 초기 정보 시대를 지배했다. 만약 누군가가 컴퓨터를 쓰고 싶다면 그들을 거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IT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관한 그들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했다. 소프트웨어는 비즈니스 목적을 지녀야 하고, CPU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하며, (중앙처리장치를 보조하는 역할 정도의)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기준을 통과하면 카드 리더에 펀치 카드를 읽혀 중앙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이틀 뒤 시스템 관리자들은 당신이 그 과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오류 메시지를 출력해 전해주었다.

그 결과 초기 개발자들은 핵심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코드를 짜는 데 주력했다. 그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에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는 기계어 사용 시대였고,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중앙처리장치를 보조하는 것이었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무어의 법칙을 한 가지 차원에서 이해했다. 즉 그들은 당시의 메인프레임보다 더 작고 더 싼 컴퓨터가 등장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고 저렴한 컴퓨터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런 컴퓨터를 왜 필요로 할 것인가? 장시간의 숙고 끝에 1960년대 후반 컴퓨터 이용 세대는 가정에서 작고 저렴한 컴퓨터를 필요로 할 이유를 한 가지 찾아냈다. 즉 요리법 정리를 위해 가정에서 그러한 컴퓨터를 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969년 하니웰에서 현대적인 부엌 설비용품으로 출시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했다. 컴퓨터에 심지어 조리공간까지 붙어 있었다. 그해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1907년 텍사스주 댈러스에 세워진 유명한 백화점 – 옮긴이)의 카탈로그에서는 하니웰을 특집으로 다루었고, 1만 600달러의 할인된 가격에 그 컴퓨터를 판매했다. 명령어 입력 방법이 프런트 패널에 달린 토글 스위치toggle switch 뿐이고, 그것을 이용하려면 주부가 16진수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누가 한 대라도 구입할지 의심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드는 프로그래머들에게 트랜지스터를 ‘낭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머들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은 컴퓨터 파워를 낭비할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마우스의 부상

1970년대 제록스의 팔로알토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던 엔지니어인 앨런 케이는 그 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는 트랜지스터를 아끼기 위해 핵심적인 정보처리 기능에만 트랜지스터를 할애하기 보다 스크린상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하는 데, 즉 아이콘을, 그리고 마우스로 포인터를 움직이고, 스크린을 여러 개의 창으로 분할하고, 심지어는 아무 기능 없이 그저 ‘쿨’해 보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는데 트랜지스터를 할애한 컴퓨터 다이나북Dynabook을 개발했다.

이러한 낭비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린이를 포함해)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읻다. 케이의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작업이 제록스 알토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킨) 애플 매킨토시에 영감을 주었다.

물론 허니웰의 컴퓨터는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라 평가받는 알테어 8800 보다 이전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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