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은이), 정준희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11-17 | 원제 Free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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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ckshot님의 소개글[1]을 보고 산 책이다. 산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이미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밀려 있었지만, 그런 책을 뒤로하고 먼저 읽어보았다. 상당히 인상깊은 구절이나 내용이 많은 책이었다. 이미 몇몇 인상적인 구절은 이곳에 인용을 해 둔 바 있다.[2,3]

사실 공짜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범주에서 도외시되어 왔다. 그럴것이, 경제학은 ‘돈’에 대한 학문이고 공짜는 ‘돈’이 아니니까. ㅋㅋ 경제학자들이 공짜를 근본적으로 연구하지 않은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고 늘 외치지 않은가.

그런데 디지털 컨텐츠가 상업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제를 해도 진품과 가짜의 구별이 없고, 너무나 손쉽게 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인터넷이 도래하기 이전의 공짜 제품이 차지하는 마케팅 전략과 의미를 간단히 서술하고, 이후 디지털 컨텐츠가 상업적 가치를 가지는 이후의 시기에서 디지털 제품의 공짜가 마케팅에서 의미하는 바를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유료 디지털 컨텐츠가 공짜화 되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에 대한 여파를 짐작케 해주는 현상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 인용해본다.
p205-207

첫 번째 투자회사였던 인포노틱스infornautics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참고 문헌 검색 사이트였다. 그곳에서 나는 ‘경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1991년 사업을 시작했을 때, 백과사전 시장은 약 12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었다. 당시 시장 리더는 브리태니커였다. 약 6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브리태니커는 백과사전 시장의 표준으로 간주되었다. 월드북 엔사이클로피디아World Book Encyclopedia는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브리태니커와 월드북 엔사이클로피디아 모두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백과사전 세트를 연간 수십만세트씩 판매했다.

하지만 1993년 백과사전 산업의 판도가 영원히 바뀌었다. 그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엔카타Encarta를 99달러에 출시했다. 처음에 엔카타는 당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던 펑크앤드웨그널Funk&Wagnall의 백과사전을 CD에 담아 재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변화와 생산비용을 이용하면 경쟁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996년경 브리태니커의 매출은 3억 2500만 달러, 즉 1991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들은 한때 이름을 날렸던 방문판매 사원들을 대량 해고해야 했다. 그리고 1996년 백과사전 시장은 6억여 달러로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해 엔카타의 미국 매출은 1억달러로 추정되었다.

겨우 3년 뒤 파괴적인 기술(CD-ROM)과 비용 구조(라이선스한 콘텐츠 대 사내 편집팀), 유통 모델(컴퓨터 매장에서의 소매거래 대 방문판매 인력), 그리고 가격 결정 모델(99달러 대 1000달러)의 지렛대 효과로 백과사전 시장은 절반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10억 달러 이상이 시장으로부터 증발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때문에 프리태니커가 자산으로 생각했던 무엇인가(방문판매 인력)가 부담스런 ‘부채’로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억 달러를 벌었지만, 백과사전 시장은 6억 달러 이상 그 규모가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달러의 수익을 올릴 때마다 경쟁업체들은 6달러의 수익을 잃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1달러를 벌 때마다 시장은 그 몇 배에 달하는 매출 감소의 고통을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백과사전 시장을 축소시킴으로써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키피디아가 종이 백과사전과 CD-ROM 백과사전 시장 모두를 포함해 백과사전 시장을 또 다시 축소시키고 있다.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카타 서비스를 중지했다.)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 서비스로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모두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유례없는 이 정보원 덕에 우리는 보다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수익창출 능력이 계속 향상되고 있다.

(중략)

이것이 바로 공짜 비즈니스 모델이 하는 일이다 10억 달러 산업을 100만 달러 산업으로 바꾸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일반적으로 그러한 부는 증발하지 않는다. 다만 측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재분배될 뿐이다.

즉, 공짜는 집중되는 부와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재분배되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큰 돈을 들여서 대규모 공기 정화기를 지상에 설치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엄청난 자산을 잃게되지만 세상의 모든 이들이 미미하게나마 맑아진 공기를 흡입하여 혜택을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이들이 원하는 부와 복지가 고르게 분배되는 이상적인 사회시스템이 아닌가! 위키피디아가 만드는 이러한 기적의 이야기는 ‘위키노믹스‘라는 책[4]에 더 자세히 나와있다. (‘위키노믹스’에 따르면 아직도 브리태니커는 위키피디아를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지만.. ㅋ)

여하튼 이러한 시대적 경향성의 변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업이 있다면 단연 구글이다. 본서에서도 구글 이전 세대와 구글 세대로 사람들의 공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갖는 다른 세대를 정의한다.(p25) 그런 의미에서 구글은 IT 역사 뿐 아니라 인터넷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에 해당하는 기업일 것이라 생각한다. 뭐 지메일, 구글 닥스, 구글 어스 등 이채롭고 다양하며 경이로운 서비스를 놀랍게도 무료로 사용하는 지금의 현상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싶다. 구글 어스나 구글 맵이 없었더라면 국내 포털들 중에 누가 지도서비스를 했을까. 그 결과는 매우 회의적이 된다.

여담으로 책의 중간 중간에 본인이 읽은 책들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 중 스티븐 레비Hackers: Heroes of the Computer Revolution이 언급(p152)된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국내에서는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5]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본서에서는 ‘해커: 컴퓨터 혁명의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번역서는 꽤 재미있지만 아쉽게도 입소문으로 이리저리 유명세를 탄 탓에 현재로서는 아마 중고조차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본인도 꽤 힘들게 구했다.)

위에 브리태니카와 엔타카 이야기 외에도 이 책에서는 공짜가 바꾸어 놓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사례들이 언급되는데, 가장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음악시장 이야기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라디오 헤드(본인은 이 친구들 음악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ㅋ) 가 무료 음원을 제공함으로서 이룬 성공사례(p242-244)부터, 무료 음원으로 수익을 내는 브라질 음반시장의 현황(p321-324)까지 무척 인상깊은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다. 아직까지 여러 음반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익구조의 경직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은 실질적으로 사회 전체의 부를 조금씩 깎아서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제도인데, 이것이 국제적인 스케일에서는 기술발전이나 창작활동에 진정 도움이 되는 방향보다는, 부의 유통과 흐름을 막는 형태로 더 많이 악용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저작권과 특허권을 이용하여 불합리한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사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6]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여하튼 저자는 금전적인 이익에서 오는 가치 외에도 관심 (웹의 세계에서는 트래픽)이나 명성과 같은 비물질적이고 비화폐적 자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실질 자산으로 변환시키는 트렌드와 기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능력이 무료 디지털 컨텐츠가 세상을 바꾸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경영전략이 아닐까 싶다. 부의 넓은 분배와 더불어 거기서부터 수익을 창출해내는 이중구조를 이용하여, 더 나아진 세상과 이와 공존하는 기업이 살아나가는 지혜다.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에 관심이 있다면 필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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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짜, 알고리즘 (read-lead.com)
[2] 내 백과사전 이성의 상실을 일으키는 공짜 2010년 5월 27일
[3] 내 백과사전 무어의 법칙을 이해하기 2010년 5월 30일
[4] 위키노믹스 –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 집단의 지성과 지혜, 개정증보판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지은이), 윤미나 (옮긴이), 이준기 (감수) | 21세기북스 | 2009-02-28 | 원제 Wikinomics (2006년)
[5] http://zariski.egloos.com/2446858
[6]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은이), 이순희 (옮긴이) | 부키 | 2007-10-10 | 원제 Bad Samaritans

3 thoughts on “[서평] 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1. 핑백: Read & Lead

  2. 귀한 트랙백 감사합니다. 공짜가 부를 측정하기 힘든 방식으로 재분배한다는 말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부의 재배분이란 귀한 키워드를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ㅎㅎ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상당히 인상깊게 읽은 책입니다. 공짜 컨텐츠를 통한 마케팅의 다변화와 새로운 형태의 수익구조를 도모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인상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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