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요법

마이클 베네케 저/김희상 역,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알마, 2008

p92-97

구더기 요법

살아 있기는 하지만 돌보는 사람이 없어 방치된 환자의 상처에서도 구더기가 발견되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구더기는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손상된 피부 조직을 갉아먹는다. 지나친 흡연이나 당뇨로 인해 생겨나는 말초순환장애1를 제때에 치료하지 않아서 손상된 조직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이때 구더기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기보다 도움을 준다. 상처를 분비물로 소독하기 때문이다(그 중에 요소가 결정적인 작용을 함). 게다가 썩은 조직까지 먹어치우지 않는가.

아예 의사에게 가지 못하는 탓에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구더기의 은혜 덕택이다. 구더기가 다리의 상처나 몇 주 동안 갈아 신지 않은 신발 안의 박테리아들을 처치해주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들은 얼마 가지 않아 전신이 썩을 것이다. 구더기는 언젠가 이 사람을 발견해 옷과 신발을 벗겨줄 구급대원이 처리하면 된다. 대도시에서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으며 악취로 코를 싸매게 만드는 이런 경우를 경험하지 않은 구급대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오늘날 병원에서는 워낙 여러 잡균의 공격을 받아 짓무른 상처에 어떤 약을 써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구더기 요법을 쓴다. 구더기는 곪은 부위만 먹을 뿐 건강한 살은 전혀 건드리지 않으므로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상처에서 놀라운 효과를 일으킨다. 요즈음 아예 구더기 요법을 전문화한 병원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흡연이나 당뇨로 인한 말초순환장애1로 생긴 상처 외에도 넓적다리뼈에 염증이 생겼다거나 배에 상처가 나서 곪은 경우에도 구더기 요법의 효과는 막강하다. 앞서 말했듯 어떤 항생제를 써도 통하지 않는 박테리아를 구더기가 잡아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박테리아의 좋은 예로는 어떤 약을 써도 내성을 가지고 있어 의사들이 두려워마지 않는 ‘초강력 포도상구균‘을 들 수 있다.

(중략)

물론 썩은 조직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는 구더기는 박테리아를 지녔다. 이런 박테리아가 상처로 옮겨지면 안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시체의 독은 아니다. 구더기 요법을 위해서는 파리의 알과 구더기에 살균처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구더기를 살균처리를 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것 이 좋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구더기 요법에 쓰는 유충은 앞서 언급한 루실리아종과 칼리포라종이다. 녹색과 푸른색의 광택을 가진 이런 파리들은 사람들은 흔히 똥파리라고 부른다.

구더기 요법에 있어 최근 이루어진 커다란 발전으로는 1930년대에 이미 고안해난 구더기 무균 배양 외에 구더기를 넣어 꿰멘 봉지(바이오백Biobag)의 개발을 꼽을 수 있다. 봉지에서 주둥이만 내민 구더기는 상처 부위의 손상된 부분을 갉아먹으면서 살균작용을 하는 물질을 배출한다. 이 방법을 쓰면 상처 위를 기어 다니는 구더기의 불쾌감은 피할 수 있다. 그래도 환자나 그 가족에게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바이오백’이 없다면 상처에 그냥 구더기를 풀어 놓은 다음 핀셋으로 나중에 다시 접으면 그만이다.)

아주 깊은 상처의 경우에는 구더기가 조직 깊숙이 파고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벌린 상처가 닫히지 않도록 조그만 약솜을 끼워 넣으면 좋다. 하지만 이런 요법은 직접 다룰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의사에게게만 맡겨야 한다. 현재 서양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구더기 요법을 행할 때 의사를 부르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1. Peripheral circulatory disturbance : 말초혈관순환부전 혹은 말초혈행장애라고도 한다. 혈관이 막힌 탓에 팔이나 다리의 통증을 수반하는 몇 가지 질환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급격한 전신쇠약과 의식장애를 동반하며, 부족한 혈액순환으로 일부 조직이 죽어가는 현상을 일으킨다.

오오 구더기도 도움이되는 경우가 있구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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