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천재들의 실패

천재들의 머니게임10점
로저 로웬스타인 지음, 이승욱 옮김/한국경제신문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워낙 많이 쌓여있는 탓에 읽었던 책을 다시 보는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일전에 소개한 ‘라이어스 포커‘를 읽고 흥미가 당겨서 다시 읽어보았다. 지난 날림 서평은 삭제하고 이번에 제대로 서평을 써봐야겠다.

본 서는 한 번 재출간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도 이미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이 되어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알아주는 책인 것 같은데, 확실히 저자가 치밀하게 인터뷰하고 조사한 노력이 드러나는 책인 듯 싶다. 발로뛰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재출간임에도 오타가 너무 많다. 교정 좀 해서 내놓지….

이 책은 월가에서 날고기는 트레이더와 경제 이론가들이 만나 설립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말아먹었는지에 관한 장대한 스토리이다. 그들의 오만한 펀드가 급격히 돈을 벌고, 또 마찬가지로 급격히 돈을 잃는 과정이 모두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같은 사건이 된다.

사실 나이스하고 팬시한 경제학적 모델을 소개해주면 매우 그럴듯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작동할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나 ‘래퍼 곡선‘ 그 대표적인 예인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결정 모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사람들이 ‘뭐 좀 예외적인 경우를 따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진짜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뭔가 이론상 그럴듯해 보이는 모델링이 실제로도 그렇게 작동하리라 착각을 하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작동하지도 않는다. 일전에 본 sonnet씨의 변동환율제에 관한 포스트가 생각나는데,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어느정도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여하간 시장은 틀릴 리가 없고, 자신의 수학적 모델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똑똑한 이들이 이를 그대로 행하다가 왕창 몰락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한 뼈대인데, 매우 인상적인 구절이 많이 나온다.

p140

LTCM은 증서의 개념을 체이스맨해튼 전체에 퍼뜨렸다. 메리웨더는 심지어 체이스 맨해튼의 CEO 월터 시플리(Walter Shipley)에 까지 이 사실을 알렸다. 힐리브랜드숄스를 파견하여 옵션가격에 대한 강의를 해주겠다고 제의까지 했지만, 플러지는 공식을 창안한 장본인과 그에 관한 지식을 겨룰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플러지는 옵션 거래 공식의 ‘알파 베타 감마’를 가리키며 일갈했다. “당신들은 이렇게 그리스 문자를 써 놓고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들어가야 할 그리스 문자는 빠져 있구료. 바로 ‘오만’이란 단어요.”

p230-231

공산 국가인 헝가리에서 망명한 소로스메리웨더와는 철저히 다른 인간형이었다. 동유럽 출신다운 특징이 그의 모든 언행에 나타났다. 형식적이고 엄격한 태도의 그는 철학적인 논의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마치 늙은 부엉이처럼 보였다. 메리웨더는 비형식적이고 겸손한 중서부인이었다. 그는 어느 거리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타입이었다. 그들은 투자도 다른 방식으로 했다. LTCM은 시장을 가격들이 합리적인 균형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보았다.

“나는 다르게 봅니다.” 소로스는 그렇게 말했다. 이 투기꾼은 시장을 유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시장이 진행중인 사건들과 상호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불모의 추상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이 점에 대해 그는 “정상분포 곡선이란 틀린 개념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해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현상들이 들어있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로스의 펀드가 가까스로 20억 달러를 잃은 러시아는 교수들의 곡선에서 벗어나 있는 그러한 ‘예외적 현상’의 사례였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소로스의 면만을 볼 때 상당히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의 평전을 한 번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결국 끝까지 시장이 자신의 예측대로 움직이리라 예상하던 메리웨더와 그의 파트너들은 거대한 레버리지로 투기를 하다가 시장에 날뛰는 피라니아들에게 모두 뜯어먹히게 된다. 이 대목에서는 예전에 트레이더들이 단지 닉 리슨의 포지션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베어링스의 자산을 파먹는 과정이랑 비슷해 보인다. 결국 연방준비은행이 나서 중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 또한 탐욕과 이기심이 겹쳐진 아주 추악한 싸움이 이어진다. 책의 전반부는 그들의 기술적 방법과 오만함에 주목하고 있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연방준비은행에서 벌어지는 각종 알력싸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 읽으니 예전에 비해 훨씬 잘 이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이 책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모델이 결국에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런 생각에 좀 흔들림이 있다. 예전의 아이추판다씨의 말 처럼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도 날씨를 완벽히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물리학적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시스템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찌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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