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상한 나라의 언어씨 이야기 : 900개의 발명된 언어, 그 탄생에서 죽음까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10점
에리카 오크런트 지음, 박인용 옮김/함께읽는책

우리가 쓰는 언어는 대부분 명확한 개발자나 제창자가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과 문화 사이에서 자연스럽고도 암묵적인 규약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런 언어가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에 의하면 적어도 900개 이상은 되는데, 그러한 언어들을 누가 만들었으며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본인은 인공어라고는 에스페란토 하나밖에 몰랐는데, 세상에나 이렇게 인공어가 많은 줄은 몰랐다. 물론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현재는 쓰는 사람이 없는 사멸된 언어이다. 사실 에스페란토의 역사에 대해 좀 알고 싶어서 샀는데, 이 책보다는 ‘바벨탑에 도전한 사나이’라는 더 적절한 책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의 감상은 본 블로그에 다시 서평을 통해 올려보겠다.

물론 900개 모든 언어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몇몇 인공어가 생긴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데, 세상에 또라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구만. ㅎㅎ 또라이들의 또라이 이야기를 읽고싶다면 이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듯. ㅎㅎㅎ

클링온(Klingon)이나 로지반(Lojban)이라는 인공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는데, 특히 논리적인 구조를 매우매우 중시하는 로지반이 무척 흥미롭다. 몇몇 부분을 발췌해보겠다.

p271-276

and 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때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도 알 필요가 없다! ‘I like ham and eggs’ 라고 할 때, 그들 두 가지를 각각의 장점을 따로 평가한 뒤 그들을 각각 좋아한다는 것인지, 그들이 한꺼번에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할 것인가? 아니다. 우리가 게으르게 단지 and만 툭 내던지먼 나머지는 주위의 맥락에 따라 이루어진다. 우리가 I woke up and ate breakfast 라고 말할 때 먼저 잠을 깬 뒤 아침식사를 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일까? 아니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했다는 뜻일까? 또는 어쩌면 아침식사가 잠자고 있어 그것을 깨운 뒤 먹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다. 독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고 어쩌면 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를 것이라고 로지반 사용자는 말한다.

로지반에는 and를 말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만약 다음 문장과 같이 .e를 사용한다고 하자(.는 약간 멈추는 것을 나타낸다.)

la djan. .e la .alis. pubevril le pipno
“John and Alice carried the piano”

그러면 두 가지 명제 ‘존이 피아노를 운반했다’와 ‘앨리스가 피아노를 운반했다’를 주장하는 셈이다. 존과 앨리스는 번갈아 가면서 그렇게 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은 1963년에 옮기고 다른 사람은 어제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장은 존과 앨리스가 그 피아노를 함께 운반했던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려면 다음과 같이 joi를 사용해야 한다.

la djan. joi la .alis. pu bevri le pipno
“John and Alice (as mass entity) carried the piano”

그렇지만 John and Alice are friends 라고 말하고자 할 때 joi를 쓰면 잘못이다. 그 같은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이 jo’u를 사용해야 한다.

la djan. jo’u la .alis. pendo
“John and Alice (considered jointly) are friends”

만약 여기에 joi를 사용하면 존과 앨리스가 한 덩어리를 이루어 친구라는 어떤 개체를 이루었다는 셈이 된다. 만약 .e 를 사용하면 존은 누군가의 친구이고 앨리스도 누군가의 친구이며, 그래서 어쩌면 그들은 서로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로지반에는 and를 말하는 방법이 적어도 스무가지 정도는 된다. 그러나 or나 if의 경우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짧은 어구에 관한 많고 많은 규칙을 완벽히 숙지했다고 해도 로지반이라는 빙산 근처에 갔다고도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여러 언어를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여러분이 이해하기 쉽도록 로지반을 간단히 요약하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다. 그 언어는 극히 일부만 명시되어 있는데도 문법책의 분량이 600페이지가 넘는다. 사전 부분은 제외된 것이 그렇다.

(중략)

나는 에스페란토를 말할 때 유럽의 언어에 대한 익숙함으로 그것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로지반에는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없다. 그 언어에는 피곤할 정도로 규정된 통사론이 있으며, 그것은 전혀 모호하지 않다. 다양한 표시를 사용해 문장 전체의 구조를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예컨대 로지반에는 ‘ancient (history teacher)’와 ‘(ancient history) teacher’ 사이에 어떤 혼란도 있을 수 없다. 로지반으로 ‘I saw the man withe the binoculars” 라고 말할 때도 우리도 쌍안경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내가 그것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문도 없다. 로지반의 문장들에는 단 하나의 구조분석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로지반으로 작문하는 것은 컴퓨터 코드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 잘못된 함수를 고르거나 변수를 하나 빠뜨리거나 괄호 하나를 잃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저자가 입심이 있는만큼, 대부분의 이야기는 읽기 쉽고 부드러운 서술로 흥미롭게 이끌어가므로, 기술적 설명이나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가볍게 괴짜들의 기행을 읽어보고 싶다면,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ㅎㅎ

 


2013.9.27
이코노미스트 Simple, logical and doomed Sep 26th 2013, 9:11

 


2014.7.14
뉴욕타임즈 Questions Answered: Invented Languages MARCH 10, 2010 6:2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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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완벽한 통사 문법 | 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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