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생각이 직관에 묻다 : 논리의 허를 찌르는 직관의 심리학

생각이 직관에 묻다4점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안의정 옮김/추수밭(청림출판)

기거렌처의 명성을 많이 듣긴 했지만, 그의 저서를 읽는 것은 처음이다. 뭐 이 책이 유일한 번역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ㅎㅎ 다른 블로거들의 관련 포스트[1,2,3]가 많으니 참고바람.

나온지 꽤 된 책인데, 사놓고는 이제서야 읽게 되는구만… 켁. 그런데 사실 썩 인상이 깊지는 않았다. 책 서문에는 이 책이 직관의 작동방법에 대해서 설명할 것처럼 시작해놓고는, 실제로는 직관의 영향력이나 직관의 성질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 실망했다. 뭐 직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영역의 학문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직관의 성질에 대해서 연관성이 낮은 개별의 장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실제로 찾아보면 실망스러울정도로 적은 수의 샘플이나 특정 성질의 집단만으로 실험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서 쉽게 인정해야할지 의문이다.

뭐 여하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실험 내용은 행동 경제학에서 써먹는 다양한 심리학적 결과를 소개하고 있어, 행동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읽어볼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음 서평에서 소개할 도모노 노리오의 저서[4]에서 결합 오류(conjunction fallacy)를 다루고 있는데, 도모노의 책에서의 맹목적 결과 수용보다는 기거렌처의 책에서의 해석(probable의 모호성)이 더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닐까 싶다.

몇 가지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을 나열해본다.
p29에 병아리 감별사는 자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믿기 어렵다. 어떤 판단근거 없이 어떻게 암/수라는 이분법적 결과를 도출해내는지 의아하다. 체스나 저술과 같은 활동은 이분법적 결과가 아니지만, 병아리 감별은 이분법적인 결과인데 명확히 결과물이 다른 것이 아닌가.
p47에 워렌 버핏이 증권 전문가의 가치는 점쟁이의 가치와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주 적절하지 않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는 저자가 버핏의 말을 미세하게 오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일전에 소개한 바턴 빅스의 저서[5]이라는 책에서 느낀 바가 있는데, 투자자들의 성향은 모멘텀 투자가치 투자의 양극단에서 스펙트럼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버핏은 가치 투자쪽의 극단에 가깝다. 기거렌처는 버핏의 말을 ‘펀드 전문가보다 직관이 낫다’의 근거로 쓰고 있지만 사실 버핏의 말은 모멘텀 투자의 성향을 비난하기 위해 한 말이었을 뿐이다.
p120에 ‘go‘라는 게임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go’라는 게임은 바둑이다. 바둑은 영어권에서 ‘go’라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모르는 번역자들이 그냥 ‘고’라고 번역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마이클 모부신의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6]의 번역자도 동일한 실수를 하고 있다.
p128에 and의 모호성과 직관적 해석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일전에 소개한 ‘이상한 나라의 언어씨 이야기'[7]에서 and의 사용이 전혀 모호하지 않은 언어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연결해서 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썩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는데, 역시 심리학에 대한 선입견만 더 강해진 느낌이다. 위 소개한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1] 게르트 기거렌처, [생각이 직관에 묻다] by 덱스터
[2] 비판자 기거렌처(1) 오타쿠의 몸무게 by 아이추판다
[3] [서적] 생각이 직관에 묻다(Gut Feelings, 2007) by 월덴지기
[4] 내 백과사전 [서평] 행동 경제학 :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2010년 12월 27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 2010년 12월 20일
[6] 내 백과사전 [서평]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2010년 12월 27일
[7] 내 백과사전 [서평] 이상한 나라의 언어씨 이야기 : 900개의 발명된 언어, 그 탄생에서 죽음까지 2010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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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서평] 생각이 직관에 묻다 : 논리의 허를 찌르는 직관의 심리학

  1. 저도 이 책은 별로였고(게다가 오역이 완전 쩔어요 ㅠㅜ), Adaptive Thinking이라는 완전 책이 좋았어요! 이 책 번역서가 나오면 좋을텐데 말이죠…

    • Chick sexing에 관해서는 저도 조금 검색해봤습니다. ㅎㅎ 어느정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도는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가 제시한 인터넷 주소를 직접 봤는데, 상당히 개인적인 에세이여서 저자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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