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위족의 혼인관습

하트 필링 저/왕한석 역, “티위 사람들”, 교문사, 1988

p30-39

약혼과 결혼

호주 본토의 부족들과 같은 대부분의 단순 사회에서는 여자들의 일생의 주요 목적이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티위 사람들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를 했고, 나아가 모든 여자들은 나이, 조건, 기호에 관계없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아마도 지구상의 모든 인간 사회들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여자들은 결혼을 해야 될 것이다”라는 데서 “모든 여자들은 꼭 결혼을 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그 단계를 바꾸어 말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주민들로만 살던 시기의 티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라는 개념은 아예 없었고, 그 사람들의 언어에도 그러한 조건을 뜻하는 단어가 없었으며, 실제로 명목상의 남편이라도 최소한 갖고 있지 않은 여자는 아무데도 없었다.

이러한 독특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설명은, 임신에 대한 그리고 어디서 아기가 생겨나는지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연결된다. 인류학자들은 호주 원주민들이 (그리고 저 유명한 트로브리안드(Trobriand)섬 사람들과 같은 여러 멜라네시아인들도) 아기를 배는 데서 남자가 갖는 역할은 무시하고, 여자의 임신은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온 정령(spirit)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티위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이사람들은 정령이 그 예측 못할 일을 저지름으로써 생기게 되는 위험한 상황을 대처하는 데서, 본토인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즉 여자는 어느 때고 정령에 의해 임신될 수 있기 때문에, 아기를 배어 그 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를 가질 수 있게끔, 모든 여자들은 항상 남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식의 논리를 쫓아 사고를 한 결과, 모든 티위 아기들은 태어나기 전 또는 태어나자마자 약혼시켜졌고, 따라서 여아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약혼한 남편의 “아내”가 되었다. 같은 이유로 과부들은 죽은 남편의 무덤가에서 재혼을 해야 했고, 또 이 규칙은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미 5~6명의 남편들을 땅에 묻은 쭈그렁 할머니에게까지 그대로 적용되었다. 여자 아기가 태아 때부터 약혼을 하고 또 모든 과부는 즉시 재혼을 해야 한다는 이 규칙은, 티위 사회에서 미혼녀가 될 모든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것으로 보였다. 또 이 규칙은 이 규칙은 미혼모나 아버지 없는 자식이 될 가능성도 배제시켰다. 예측할 수 없는 정령이 어느 사람 몸에서든 간에 – 즉 예쁜 여자의 몸에서든, 쭈그렁 할머니의 몸에서든, 또는 예닐곱 살 먹은 어린 소녀의 몸에서든 간에 – 임신한 여자에게는 남편이 있었고,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를 가질 수가 있었다. 따라서 티위 사회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사생아 율이 영인 유일한 사회였을 것이다.

이상스런 이 두 가지 규칙을 실제로 적용하였을 때 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중략 : 복잡한 티위 결혼 문화의 소개)

티위 사회에서 남편은 증여된 아내보다 필연적으로 나이가 많았고, 따라서 일찍 죽었다. 첫 남편이 50살일 때 시집을 온 14살짜리 소녀는 15년 이내에 과부가 되었을 것이고, 다시 첫 남편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에게 시집을 갔더라도 비교적 새파란 나이에 두 번째 과부가 되었을 것이다. 한 집에서 함께 산 여자들의 결혼 경력에는 여러 유형이 있었는데, 투림피가 나민 과부 중의 한 사람인 봉다두(Bongdadu)란 쭈그렁 할머니(1930년 당시)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1865년에 태어난 이 노파는 태어나자마자 자기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했던 왈리타우미(Walitaumi)란 권세 좋은 영감과 약혼하였다. 이 봉다두가 아직 어린이였을 때, 즉 남편 집에 채 시집을 가기도 전에, 그 영감은 말할 것도 없이 죽었다. 그러자 그 약혼은 죽은 남편의 배 다른 형제였던 투림피에게 재배당되었고, 그 때 투림피는 40대 초반이었다. 7년 뒤 이 여자는 14살 수줍은 새색시로 투림피 집에 시집을 갔고, 그 때 남편은 50살이 다 되었었다. 그 후 20년 동안 봉다두는 투림피의 아내들 중에서 가장 출산력이 좋은 아내였고, 그래서 많은 자식들을 두었다. 그 중의 셋이 1883년에서 1900년 사이에 각기 태어난 안토니오(Antonio), 마리아노(Mariano), 루이스(Louis)였는데, 이들은 모두 1930년 당시 티위 사회의 정치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고, 루이스는 아직도 살아있다,6) 1900년 경 봉다두가 아직 35살이었을 때 엠(M)이란 중년의 티클라우일라 사람에게 넘겨졌고, 1925년께 엠이 죽었을 때까지 그의 아내였다. 이 때 봉다두는 60살이 넘었고 모두 10명의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 중 넷은 어려서 죽었다.

봉다두는 이제 티위 사회의 기준으로도 당연히 파파 할머니의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그녀는 다시 재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에 대한 증여의 권리를 주장할 사람들은 모두 오래전에 이미 저 세상으로 갔고, 그녀의 큰 아들들은 중요한 위치의 어른들이 되어 어머니인 봉다두를 돌볼 수가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봉다두는 아기를 더 이상 낳을 수가 없었다.7) 지금 그녀가 가진 주요한 가치는 식량을 생산하고, 살림을 꾸리며, 다른 여자들을 잘 다스리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투림피와 엠의 아내로서 잘 닦아온 역할들 이었다.

봉다두의 위치에 있던 늙은 여자들도 재혼을 하기는 해야 했지만, 이 때에는 누구와 재혼할 것인지 그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었고, 특히 영향력이 큰 아들들을 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아들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부추김을 받는(또 때로는 강제되기도 하는) 과부의 경우에 흔히 나타나는 유형은, 그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젊은 아들 친구이거나 또는 아들 나이 또래에게 별 어려움 없이 재혼을 하는 것이었다.

1925년 이미 세 번씩이나 과부가 된 봉다두는 도미니코(Dominico)란 네 번째 남편을 맞이 하였는데, 도미니코는 그 때 나이가 마흔이 다 되었고, 아직도 한 사람의 아내도 증여받지 못한 그런 힘 없는 친구였다. 그러나 도미니코는 이미 한 명의 과부와 결혼하였으므로 봉다두는 그의 두 번째 과부 출신 아내가 되었다. 이 결혼은 봉다두의 이전 결혼생활에서 태어난 세 아들들, 즉 안토니오, 마리아노, 루이스가 그들의 동년배인 친구 도미니코에게 그들의 어머니를 시집 보내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루어졌고, 또 한두 해 전에 안토니오가 도미니코의 예전 어머니가 과부가 되었을 때 그리로 장가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좀 더 재미있어진다. 다시 말하면, 안토니오와 도미니코는 각기 서로의 어머니와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자신의 처음 증여받은 아내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도미니코에게는 기다릴 증여받은 아내가 없던 상태였다. 이 결혼들이 이루어졌을 때, 쌍방의 대체적인 나이는 안토니오가 37세, 도미니코의 어머니가 55세, 그리고 도미니코가 38세, 봉다두(즉 안토니오의 어머니)가 60세가 넘었다. 앞서 여아 증여 체계에서 아버지들이 딸을 서로 바꾸는 관행에 대해서 언급하였는데, 여기서는 과부 재혼 체계 내에서 아들들이 어머니를 서로 바꾸는 관행을 보게 된다.

이 경우는 극히 복잡한 티위의 가족제도 중에서 비교적 단순한 한 가지 예일 뿐이다.

 


6) 티위 사람들의 이름은 다음절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들이 기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그 사람들의 “백인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러한 “백인 이름” 중에는 마리아노니 도미니코(Dominico) 같은 스페인 식 이름이 많은데, 그것은 선교단 기지의 원래의 건물을 성직자들이 데리고 왔던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은 데서 연유한다.
7) 티위 사람들은 정령에 의해 임신이 된다는 믿음과 늙은 여자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믿음 간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에게 있어 임신이란 개연성의 문제였고, 우리에게서처럼 그 사람들도 어쩌다 할머니가 아기를 낳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실들이 그들의 논리적 입장을 입증해 주는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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