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

생명의 도약10점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글항아리

저자 닉 레인은 그의 전작 ‘미토콘드리아'[1]를 통해 익히 들은 바 있기도 하고, 그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은 탓에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물학의 열 개의 테마 – 생명의 기원, DNA, 광합성, 진핵세포, 성, 운동, 시각, 온혈성, 의식, 죽음 – 에 대한 현존하는 이론과 쟁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약간 잡탕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광범위한 지식과 입담으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문외한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전에 오파비니아 시리즈로서 소개한 그의 다른 저서 ‘미토콘드리아'[1]만큼 내용이 난해하지 않은 듯 하다. 다만 저자 자신이 생화학자이다보니 생화학적 설명에 약간 힘이 더 실려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1장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이미 이에 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 ‘생명 최초의 30억 년'[2]과 ‘제너시스'[3]를 읽은 바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두 권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진핵세포 및 일부 테마는 그의 전작 ‘미토콘드리아'[1]의 내용과 일부 겹친다.

7장 ‘시각’은 무척 흥미로웠는데, 일전에 읽은 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4]에서의 주장을 자주 언급한다. 파커의 주장은 생명체에 눈이 발생함으로서 인해 캄브리아기 초기 문(Phylum)수의 급격한 증가 – 소위 캄브리아기 대폭발 – 가 일어났다는 내용인데, 저자 닉 레인은 파커의 주장에 중립적인 느낌으로 서술한다. 확실히 캄브리아 대폭발은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내는 떡밥의 진원지가 아닐 수 없다. ㅎㅎ

그리고 시신경이 망막세포 앞쪽에 있는 눈의 비효율적 구조[5]는 자주나오는 이야기인데, 이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실려있다. 잠시 인용해본다.

p286-287

그러나 우리 눈의 배열에 관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생물학에서 흔히 있는 일처럼,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뉴런은 색이 없으므로 빛의 경로를 그다지 방해하지 않는다. 설사 방해를 한다 해도, 빛이 감지세포에 수직으로 도달해 광자photo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도파로waveguide’ 구실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빛 감지세포는 지지세포(망막색소상피retinal pigment epithelium)에 바로 박혀 있어 혈액 공급이 아주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치 때문에 감광색소photosensitive pigment가 끊임없이 바뀐다. 인간의 망막은 뇌보다 1그램당 산소 소비량이 더 많은, 인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런 배치가 아주 중요하다. 문어의 눈은 틀림없이 이렇게 높은 대사율을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빛의 세기가 약한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문어는 감광색소를 그렇게 자주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9장의 ‘의식’ 부분은 다른 장과는 달리 내용이 상당히 허술하다. 이 부분은 저자의 전공과 아마 가장 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직접적으로 언급은 없지만 비과학적 입장까지도 어느정도 포용하려는 스탠스라는 느낌이 든다. 약간 저자에게 실망했는데, 본인은 일전에 본 아이추판다님의 포스트[6]가 매우 설득력있다고 본다. 이 장만큼은 오히려 스티븐 핑커의 저서가 훨씬 볼만하다.

그 밖에 여러 인상적인 책의 부분을 발췌하여 포스팅한 바[7,8] 있으므로 일전의 포스팅을 참조하여 독서의 여부를 결정하기 바란다.

여하간 전작과 마찬가지로 흥미있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그의 전작을 인상깊게 읽은 사람이라면 거의 확실히 만족할 수 있을 듯 하다.

 


[1] 내 백과사전 [서평] 미토콘드리아 :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 2011년 7월 1일
[2] 내 백과사전 [서평] 생명 최초의 30억 년 : 지구에 새겨진 진화의 발자취 2010년 11월 1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제너시스 : 생명의 기원을 찾아서 2010년 8월 12일
[4] http://zariski.egloos.com/1753625
[5] 안구; 사람과 문어의 눈 비교 by 어부
[6] 관찰불가능한 비결정론적 체계 by 아이추판다
[7] 내 백과사전 물리학을 기다린 생물학자 2011년 6월 29일
[8] 내 백과사전 티라노사우르스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동물 2011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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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서평] 생명의 도약 : 진화의 10대 발명

  1. 아~ 이책 재미있고도 유익하네요. 워낙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각 주제마다 적절한 사례와 감각적인 표현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제 블로그에 주제별 서평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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