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속의 수를 세는 모듈

일전에 상모실인증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두뇌속의 모듈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모듈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 매우 특화된 기능을 가지는 듯 하다. 인간의 수학적 능력도 어쩌면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ㆍ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저/신상규 역,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 바다출판사, 2007

p59-63

기억을 형성하는 데 해마가 하는 역할은 분명히 확립된 사실이다. 그런데 수 감각처럼 인간에게 고유한 심원한 능력들에 대해서도 특화된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가? 얼마 전 나는 빌 마샬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1주일 전에 뇌졸중을 일으켰으며, 회복 중인 상태였다. 그런데 그는 생명이나 병의 상태를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쾌활하고 행복해 보였다. 가족들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자식들의 이름과 직업을 나열하고 손자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거침 없었고 지적이었으며 논리정연했다. 모든 뇌졸중 환자가 그렇게 빨리 회복되지는 않는다.

“당신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내가 빌에게 물었다.

“공군 조종사였습니다.”

빌이 대답했다.

“어떤 종류의 비행기를 몰았습니까?”

그는 비행기의 이름을 말한 후, 그 비행기는 당시 지구상에서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다음에 그는 그 비행기가 얼마나 빨랐는지 말해주었고, 그것이 제트엔진이 나오기 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덧붙였다. 그때 갑자기 내가 그에게 물었다.

“좋습니다. 빌. 그런데 100에서 7을 빼보시겠습니까? 100 빼기 7은 무엇입니까?”

“아. 100 빼기 7 이라고요?”

그가 말했다.

“네.”

“음. 100 빼기 7이라.”

“그러니까 100에서 7을 빼보라는 거군요. 100빼기 7이라.”

“네.”

“96?”

“아닙니다.”

“아!”

그가 말했다.

“다른 것을 해 보죠. 17 빼기 3은 무엇입니까?”

“17 빼기 3이라. 사실 나는 이런 것을 그리 잘 하지 못해요.”

빌이 대답했다. 다시 내가 물었다.

“빌. 답은 17보다 더 큰 수일까요, 아니면 더 작은 수일까요?”

“물론, 작은 숫자지요.”

그는 빼기가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17 빼기 3은 무엇이지요?”

“12인가요?”

마지막으로 그가 대답했다.

나는 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수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의 본성을 이해 못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수에 관한 질문은 피타고라스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되고 심오한 문제이다.

“무한이 무엇입니까?”

내가 그에게 물었다.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큰 수입니다.”

“101하고 97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큰 수입니까?”

“101이 더 큰 수입니다.”

그는 즉각 대답했다.

“왜요?”

“자릿수가 더 많으니까요.”

이 대답은 최소한 빌이 암묵적으로 자릿수와 같은 복잡한 수 개념을 여전히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가 비록 17빼기 3을 계산할 수 없었지만, 그의 대답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75나 200이 아니라 “12”라고 대답했다. 이는 그가 여전히 근사치를 추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그에게 짧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기로 작정했다.

“하루는 한 남자가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새로 만든 공룡전시장으로 들어갔고, 엄청나게 큰 뼈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고 싶어서 구석에 앉아 있는 나이 든 안내인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이봐요, 이 공룡뼈는 얼마나 오래 된 것입니까?'”

“안내인은 이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이것들은 6천만 년 하고 3년이 된 것들입니다.'”

“‘6천만 년하고 3년이라고요? 공룡의 뼈에 대해서 그렇게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있는지 몰랐군요. 도대체 6천만 년 하고 3년이 지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아, 그것은 말이죠. 3년 전 내가 이 직업을 구했을 때, 사람들이 이 뼈가 6천만 년 된 것이라고 말해주었으니까요'”
(블로그 관리자 주 : 백악기-제3기 대멸종은 약 6천 5백만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므로 6천만 년된 거대 공룡뼈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소한 옥의 티니까 넘어가자 ㅋ)

그때 빌은 박장대소했다. 그는 분명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수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 농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자들이 보통 ‘잘못된 구체성의 오류’라고 부르는 것과 연관된 상당히 복잡한 이해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다시 빌을 쳐다보며 “왜 이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정확성의 단위가 부적절하다”고 대답했다.

빌은 농담과 무한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17빼기 3은 계산할 수 없었다. 이는 두뇌의 왼편 각이랑 부위에 더하기나 빼기, 곱하기나 나누기를 수행하는 수 센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이 부위가 빌이 뇌졸중을 일으킨 부위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이랑 부위는 분명 수와 관련된 계산을 수행할 때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기억, 언어, 유머 같은 다른 능력들을 위해서도 이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계산에 필요한 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각이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직 각이랑에 있는 이 ‘산수’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어디를 살펴보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빌처럼 계산장애dyscalculia를 겪는 많은 환자들은 손가락인식 불능증finger agnosia이라 부르는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의사가 어떤 손가락을 가리키거나 만지고 있는지 대답할 수 없다. 산수연산과 손가락 이름 대기를 하는 영역이 두뇌 속에 서로 인접해 있다는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인가? 아니면 이는 우리 모두가 어릴 적에 손가락을 이용해 셈하기를 배운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는가?

 


2016.1.14

영상에 나오는 Brian Butterworth 선생은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인지신경 심리학과의 석좌교수라고 한다. 영상은 친절하게도 영문 자막이 있으니 자막을 켜면 듣기 훨씬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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