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스의 ‘일본사’에 묘사된 충주 탄금대 전투

임진왜란 당시, 포르투칼의 선교사 프로이스가 쓴 ‘일본사’라는 책 중에, 고니시 유키나가의 군대가 충주 탄금대에서 신립의 기병을 전멸시킨 탄금대 전투를 묘사한 부분이 있다. 이 전투에서 조선의 정규군이 궤멸되면서 일본군은 서울을 직접 압박하게 되고, 선조는 피난을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인 전투이다.

국립진주박물관 저/오만,장원철 공역,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부키, 2003

p210-212

충주 근처에는 수량이 풍부한 강이 흐르고 있다. 아고스띠뇨(고니시 유키나가의 세례명)가 군대를 거느리고 그 마을에 도착하자, 역관(경응순)이 약속대로 기다리기는 커녕 조선 국왕의 회답 대신 최후의 운명을 걸고서 서울로부터 온 8만명의 군대가 그들을 목표로 출전해 왔던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기마병으로서 일본군과의 야전을 치르기 위해 선발된 왕궁의 신분 있는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병력 수에서도 훨씬 우세하였고 아고스띠뇨의 군대가 도중의 피로를 무릅쓰면서 무리해서 진격해 오기 때문에 승리는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사실 일본인들도 피아의 병력 차가 너무 크고 불균형한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하고 주저하였다. 그러나 아고스띠뇨는 용감한 지휘관으로서 매우 설득력있는 근거를 들어 병사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후퇴는 비겁하다. 적들에게 사기를 올려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도망가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패배의 표시이다. 이미 우리는 커다란 명예와 위신을 걸고 조선인으로부터 많은 땅을 탈취하였고, 국왕의 도시인 서울을 얼마 후에 함락시키려고 하는 지금에 이르러 이때까지 승리해서 얻은 것을 모두 잃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 이제까지의 싸움과 마찬가지로 승리의 행운은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가 이 같은 도리를 간결하게 말하자 병사 일동은 그의 설득으로 용기가 북돋았다. 그곳에서 아고스띠뇨는 병사들에게 전투 대열을 갖추도록 명령했다. 게다가 “막상 부딪쳐서는 조선인들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아무 깃발도 올리지 말고 의기를 잃은 것 처럼 보이게 하면서 진격시켜라. 추후에 깃발을 일제히 펄럭이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다.”라고 명했다.

조선군도 진을 정비하고 달 모양으로 전투 대형을 펼쳤다. 그들은 적군이 소수인 것을 보자 적진의 중앙을 공격하면서 한 명이라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포위하기 시작하였다.

양쪽 군대가 이미 접근하였을 때 조선군의 예상은 어긋났다. 깃발들이 펄럭이고 다수의 일본인 병사들이 모습을 나타내고서 조선군의 양쪽 끝을 노리고서 맹렬한 포화를 퍼부었다. 조선군은 그러한 공격에 견딜 수 없게 되어 조금 후퇴하였다가 이내 태세를 가다듬어 한두 번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군은 매우 계획적으로 진격하면서 총포에 더하여 대도의 위력으로써 맹렬하게 공격하였기 때문에, 조선군은 싸움터를 버리고서 발을 날개처럼 하여 앞다투어 도망쳤다. 그들은 그곳을 흐르는 수량이 풍부한 강을 작은 배로 건너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강에는 얕은 여울이 없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조선 병사들은 익사하고 말았다. 일본군은 이 전투에서 8000명에 가까운 적병을 살육하였다.

아고스띠뇨의 동생 루이스는 20살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였는데 적군의 목을 벤 것은 그가 최초였다.6 전투에 참가했던 몇몇 병사들의 이야기로는 조선군의 하급자 중에는 약간 비겁한 자들이 눈에 띄였으나 상급자들은 매우 용감무쌍하였다고 한다. 앞서의 젊은이 루이스는 기마병으로 참가했던 조선군 지휘관 중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을 생포하였다. 그리고는 그를 살려주겠다고 하자, 그는 이것은 명예가 걸린 문제이므로 자신은 풀려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장수는 자신의 목을 앞으로 내보이면서 머리를 자르라는 손짓만 하여 일본인들은 마침내 그의 뜻대로 머리를 베었다.7

 


6 고니시 유키나가는 본래 차남으로 밑으로 3남 죠안(隼人), 4남 루이스(与七郎), 5남 베드로(主殿介)가 있었다.
7 이 장수가 누군지는 분명치 않다. 주장 신립은 강물에 투신해 자살하였으므로 부장이었던 이종장, 이희립, 김여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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