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10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말많고 탈많은 이 책을 드디어 얼마전에 완독했다. 신비주의로 일관하다가 자신이 죽을 때를 맞춰서 전기 출간을 하다니, 쇼맨십에 이토록 충실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분량은 꽤 되지만 상당량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니 읽는 속도는 꽤 나왔다.

확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더 인간적인 결함이 많았던 사람이었던 같다. 이런 걸 보면 세상에 100% 존경할만한 인물은 없는게 아닌가 싶다.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세밀하게 현미경을 들이대어 시대배경과 세부적인 정보를 접하면 어느샌가 인간적 결함이 많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뭐 일단 약간 까는 듯하게 글을 시작했긴 하지만, 확실히 대단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가 가진 편집광적인 집착은 보통의 기업가 정신과는 상충되기도 하고, 동시에 그러한 이익추구와는 거리가 있는 행위로 물질적인 성공을 일구어 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국내 한정으로 잡스의 인기가 좀 더 배가되는 면이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과거 통신사의 거지같은 폐쇄 정책으로 스마트폰 불모지역이던 우리나라에서 아이폰은 진실로 외세 해방군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스마트폰 노키아 6210s[1]는 불행히도 아이폰 이전의 스마트폰이라 어처구니 없게도 와이파이가 안 된다-_-

책 초반부에 매킨토시 개발과정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일전에 소개한 ‘미래를 만든 Geeks'[2]의 내용과 상당부분 겹친다. 이 책[2]에서 오히려 더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므로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책의 중반에 픽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전에 소개한 ‘픽사 이야기'[3]의 내용과 약간 겹친다. 물론 이 부분도 이 책[3]에서 더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으므로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p58에 잡스와 워즈니악이 에스콰이어지의 존 드래퍼 인터뷰를 읽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인터뷰는 해커 역사에서 무척 유명하다. 일전에 소개한 ‘따라해보는 실전 해킹'[4]이라는 책에 전문 번역이 소개되어 있다.

p108에 파퓰러 일렉트로닉스 1975년 1월호 사건도 해커 역사에서 무척 유명하다. 일전에 소개한 글[5]이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IT업계 뿐만 아니라 광고 및 산업 디자인과 경영에도 관심이 많은데, 이것과 관련된 내용도 많아 상당히 흥미로왔다. 특히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타협할 수 있는 부분들을 수많은 사람과 협상하고 설득하고 비난도 서슴치 않으면서 끝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내는 부분이 무척 인상깊다. 여러 인상깊은 문구가 많은데 한 군데만 인용해본다.

p881

동기가 충만한 사람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에 내 열정을 쏟아왔다.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2순위였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부여였다. 스컬리는 이러한 우선순위를 뒤집어 돈 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세한 차이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어떤 사람들을 고용하는가, 누구를 승진시키는가, 미팅에서 무엇을 논의하는가 등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방식이 아니다.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고객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읽어 내는게 우리의 일이다.

전반적으로 아이작슨이 그의 현실 왜곡장[6]에 영향을 받은건지 ㅎㅎ 약간 띄워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저서를 쓰기 전에 잡스에게 책의 내용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하니 그의 저널리즘 정신을 믿고 읽는 수밖에 없다. ㅎㅎ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7]과 같은 기자들이 쓴 여러 책들을 읽어봤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풍부한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서양애들이 그래도 한국인이랑 달라서 저널리즘 개념은 갖추고 있는 기자는 많은 것 같다.

서평에서 잊지 않고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 책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다. 선인세를 출판 역사상 최고가격을 지불했다[8]고 해서 약간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출판사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쬐끔 보기 좋지는 않다. 이것은 출판사측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판권을 가진 미국 출판사측에 대한 불만이다. 번역서에 대한 인세를 그렇게 까지 받아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두 번째는 번역 오류에 대한 논란인데, 뭐 이건 본인이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 민음사의 공식입장[9]이 걸릴 정도로 사태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민음사가 받은 책과 출간된 책이 다른 판본이라고 한다. 엄청난 선인세를 내면서도 출간본과 다른 판본을 받는 바보같은 거래를 대체 왜 한 것일까. 판놈은 나쁜 놈이고 산 놈은 멍청이다.

다만 읽다가 본인도 한 군데 잘못 번역한 부분을 찾았다. p45에 ‘모비 딕'[10]의 ‘아합 선장’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Ahab를 ‘아합’으로 옮긴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애이해브’로 읽는다. forvo.com[11]에서 확인해 봐도 확실히 ‘애이해브’로 읽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인생 자체가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이니, 아마 관심있는 사람은 이미 거의 다 읽었을 테지만 그래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한 번 일독을 권한다.

 


[1] http://zariski.egloos.com/2377089
[2] 내 백과사전 [서평] 미래를 만든 Geeks 2011년 2월 17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픽사 이야기 PIXAR TOUCH : 시대를 뒤흔든 창조산업의 산실, 픽사의 끝없는 도전과 성공 2011년 5월 26일
[4] http://zariski.egloos.com/2158077
[5] http://zariski.egloos.com/2439521
[6] 내 백과사전 현실 왜곡장 2011년 2월 8일
[7] http://zariski.egloos.com/2315334
[8] 주간동아 1000만 달러 선인세 레이스 2011-01-31 09:37:00
[9] http://cafe.naver.com/minumsa/18955
[10] 내 백과사전 [서평] 모비 딕 2011년 11월 5일
[11] http://ko.forvo.com/word/ahab/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