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중시론자와 크랭크

폴 크루그먼 저/김이수, 오승훈 역, “경제학의 향연“, 부키, 1997

p116-118 강조는 원문을 따름

그보다 내가 의도하는 의미는 하나의 독특한 지적 스타일, 즉 유사과학(類似科學)을 다룬 마틴 가드너의 멋진 책 『과학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Science)』에서 “괴짜(crank)”라고 규정하고 분류하는 스타일이다.

가드너의 정의에 따르면, 괴짜란 과학의 정통성에 도전 – 그러나 평범하고 익히 알라진 방식을 따르지 않고 – 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정통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과학적인 이유보다는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기존의 지혜를 반박하려고 하는 아웃사이더이다. 진화론을 거부하는 “천지창조파 과학자들(Creation scientists)”이나, 지구는 문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이아(Gaia)” 신봉자들이 현대의 유명한 괴짜들이다. 물론 오늘날의 경제학이 생물학만큼 완숙한 과학은 아니며, 또 로버트 바틀리가 철저하게 괴짜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가드너가 묘사한 내용 대부분이 공급 중시론자들에게 기막히게 들어맞는다.

가드너는 괴짜의 확연한 특징 두 가지를 규정하였다. 첫째로 괴짜는 정상적인 토론 경로와 동떨어져 있다. “그는 연구 결과를 공인된 잡지에 보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조직 앞에서 발언하며, 자신이 편집하는 잡지에 기고한다……6)” 로버트 바틀리는 자축의 의미를 담은 책 『풍요의 7년(The Seven Fat Years)』에서 공급 중시 경제학의 기원에 대해 월가의 한 레스토랑 미이클 원(Michael 1)에서 몇 차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틀이 잡히게 되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와 래퍼는 바로 그 곳에서 케인스 경제학이 논리적으로 불일치한다는 사실 – 폴 새뮤얼슨 및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이 수백 번의 학술 토론회를 벌이면서도 놓친 통찰력 – 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또한 통화 정책이 경제에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밀튼 프리드먼도 잘못되었다는 사실 – 프리드먼과 루카스 및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이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시카고 세미나를 30년 가까이 진행하면서도 놓친 통찰력 – 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저녁 식사 도중 이와 같은 심오한 사색의 결과는 놀랍게도 『월 스트리트 저널』의 사설란이나 크리스톨의 『퍼블릭 인터레스트』에 발표되었다.

가드너의 논의에 따르면, 괴짜의 또다른 성격은 기성 학계나 인사가 자기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필경 어리석어서가 아니면 정직하지 못해서, 혹은 둘 다이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가령 1978년 폴 크레이그 로버츠는 조세를 감면하면 반드시 투자가 증가된다고 논하였는데, 의회 예산국장 엘리스 리브린 같은 닳고닳은 경제학자들이 초보적인 논리에 오류를 범하다 보니 자기의 주장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바틀리는 『풍요의 7년』에다 레이건 재임 중의 교훈이라고 본 일을 요약해놓고 그 장의 제목을 “깨어 있을 때 배운 것(What You Learned If You Were Awake)”이라고 붙였다. 레이건의 전직 보좌관 마틴 앤더슨은 『사원의 사기꾼들(Impostors in the Temple)』을 출간하여 학계를 질타하였는데,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주요 대학들이 공급 중시론자들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지적 타락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 6. Martin Gardner, In the Name of Science (New York: Putnam, 1952), p.11

ㅋㅋ 크루그먼 형 신랄하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