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경제학의 향연

경제학의 향연10점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 옮김/부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자면, 7~80년대 횡행한 공급 중시론자와 이후 클린턴 정부에 들어 나타난 전략적 무역론자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책이다. 원제가 ‘하찮은 번영(Peddling Prosperity)‘인데, 번역판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것은 좀 에러가 아닐까 싶다.

대략 20년전에 쓴 책인데, 현재 읽기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내용이다. 놀랍게도 그가 비판하는 상당부분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유의미하다는 점에서, 한국은 외국을 바라보며 별로 배우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이 든다.

공급 중시론자는 더 낮은 세금 및 법적 규제가 실질적으로 사회에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주장으로, 주로 래퍼 곡선을 써먹는 측의 주장이다. 어, 이거 감세론의 대표주자 강만수씨가 일전에 한 이야기[1]랑 비슷하지 않은가?

책의 전반부는 공급 중시론자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들의 생각이 레이건 정부 시절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결국 어떤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를 표준적 경제학 이론과 여러가지 통계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논박하는 내용이다. 크루그먼 형의 거침없고 신랄한 필체는 이미 일전에 한 번 소개한 적[2]이 있다. 크루그먼 선생은 공급 중시론자를 작도 삼등분가 정도로의 취급을 하고 있다.

결국 레이건 정부 이후 공급중시론 때문에 얻은 경제의 실질적인 이득은 없고, 미국내 빈부격차는 훨씬 더 커지게 되었음을 입증한다. 이 책에서도 은행권에 대한 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판(p197)이 이어지는데, 최근 리먼 사태를 보면 미국 경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또한, 영국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민영화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 사례(p218)도 등장한다. 가카의 민영화 의지가 묘하게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클린턴 정부의 전략적 무역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데, ‘세계화’나 ‘국제 경쟁력’ 등을 강조하는 주장은 국내에서 어제 오늘이 아니다. 미묘하게 한국의 사정과 많이 겹친다. 켁.

오래된 경제서라고 해도 사회가 역사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얼마전에 폴 형이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는데, 과거에 보였던 그의 탁견이 더욱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느 블로거의 리뷰[3]가 괜찮은 듯 하니, 책을 고를 때 참고하시길 바란다.

 


[1] 감세정책에 관해 by sonnnet
[2] 내 백과사전 공급중시론자와 크랭크 2011년 12월 6일
[3] 경제학의 향연(Peddling Prosperity) by 어쨌건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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