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정리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정사각형의 정의 by snowall

이등변삼각형을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이라고 해도 되지만 ‘두 각이 같은 삼각형’이라고 해도 된다. 어느 쪽이 정의일까?

사실 이건 수학적 문제가 아니라 교육학적 문제이다. 본인이 알기로는 중학 교육과정에서는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을 정의로 지정하고 ‘두 각이 같은 삼각형’을 정리로 지정하고 있다. 종종 시험문제에 ‘다음 중 정의가 아닌 것은?’과 같은 5지선다 문제의 보기에 ‘이등변삼각형은 두 밑각이 같은 삼각형이다’와 같은 항목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수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어느 쪽을 정의로 써도 유클리드 기하학을 구성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고 있다. 대학 이상에서 쓰이는 수학 텍스트에는 동일한 용어의 동치 관계에 있는 서로 다른 정의를 쓰는 교과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연로그의 밑\lim_{n\to\infty}\left( 1+ \frac{1}{n}\right)^n 으로 정의해도 되고, \sum_{n=0}^{\infty}\frac{1}{n!} 이라고 정의해도 되고, 적분으로 로그함수를 정의한 후에 정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중학레벨에서는 교과서마다 정의가 다르면 교수나 학습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 따라서 하나를 정의로 지정하고 나머지를 정리로 정해두는 편이 수월하다. 이것은 도량형의 문제와 비슷하다. 사람들간에 다른 도량형을 쓰면서 단위간의 변환법을 익히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통일해주는 편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본인이 알기로는 국내 어느 고교 교과서도 자연로그의 밑을 \sum_{n=0}^{\infty}\frac{1}{n!}라고 정의하는 책은 없다.

경험상, 뭔가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된다는 식의 일관성 없는 설명은 좋지 않다. 그런 설명은 그러한 용어와 지식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초심자의 경우는 논리적인 구조가 복잡해지면 자기 나름대로의 비수학적이고 편리한 습득법으로 이해해 버리고 자신이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특히 이제 막 수학적 문제해결법을 배우는 중학생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론 공부를 소홀히 하는 많은 고교생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절대값을 처음 배울 때, 절대값의 정확한 정의를 알려주어도 중학생들은 로직을 익히기보다는 몇 개의 예 (|5|=5, |-5|=5)를 관찰해보고는 ‘그냥 마이너스를 지우는 것이 절대값’이라고 습득해버린다. 따라서 a<0 일 때, |-a|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처음 보면 보통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따라서 교육적인 편의에서 이등변삼각형을 글자 그대로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이라고 정해두는 편이 보통인데, 이러한 교육법의 문제는 배우는 사람이 정의와 정리가 고정불변이라고 오해한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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