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10점
마샤 게센 지음, 전대호 옮김/세종서적

이 책, 정말 대단한 책이다! 빨려들듯이 읽어나갔다. 수학 전공자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책의 중간에 푸앵카레의 추측을 소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상수학을 잠깐 언급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수학적 내용은 들어있지 않으므로 일반인이 읽기에도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

수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레고리 페렐만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이가 없을 듯 하다. 이 책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행적과 더불어, 범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심리상태까지도 추적하는 내용이다.

애석하게도 저자 마샤 게센은 페렐만의 거부로 직접 페렐만을 만나 인터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의 주변에 있었던 광범위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 하면서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그의 행적을 조립해 나간다. 책의 뒷부분을 보니 그가 유명해지면서 상식없이 밀려드는 사람 때문에 고생을 좀 많이 한 모양이다. 인터뷰를 거절한 그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수학을 전공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처음에 잠시 나오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가장 큰 수학적 영향을 주었던 것은 루크신의 수학경시대회 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역시 천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머리 뿐만 아니라 운과 환경도 필요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 자신도 러시아 출신 유태인으로서 책 내용속에 자신이 러시아에서 유태인으로 부당하게 차별받았던 일화가 아주 잠깐 언급되고 있지만, 페렐만은 그러한 차별조차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사람들 속에서도 탁월했다. 루크신의 수학경시팀에서 그의 핸디캡을 주변의 사람의 도움으로 극복하는 일화는 진실로 감동적이다.

책의 중간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전형적인 증상을 소개하며 페렐만의 행동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추측을 한다. 확실히 저자의 추론은 지금까지 그의 행적으로 볼 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반사교적이고 따라서 사회와 융화되기 어렵다. 저자에 따르면 러시아 사회와 수학계는 이러한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을 용인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본인이 알기로 오늘날 수학계에서 러시아가 상당히 탁월한 업적을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무관하지는 않지 않을까 싶다. 사교성과 사회성이 중시되는 한국 문화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일전에 본인이 소개한 뉴요커지의 Manifold Destiny 사건과 그 이후 일어난 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일전에 페렐만과 사이먼스의 만남에 대해 책의 내용을 인용도 했지만, 이걸로 그의 생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클레이 수학 연구소의 백만달러를 거절하는 내용이 있다. 왜 안 받았을까? 저자와 나누었던 그로모프의 대화가 정확히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p282

페렐만을 이해한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때때로 페렐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듯한 유일한 인물은 그로모프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가 100만 달러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안 받아들일 겁니다.”

“왜요?”

“그는 원칙을 지키거든요.”

“무슨 원칙을요?”

“수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클레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왜 그가 클레이의 돈을 받아야 합니까?”

“그래요, 클레이는 사업가지요. 하지만 결정을 하는 건 페렐만의 동료들이잖아요.” 나는 반발하면서 러시아어로 ‘결정’과 ‘해결’을 동시에 뜻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동료들은 클레이와 한통속입니다!” 그로모프는 몹시 흥분했다.

“그들이 결정(해결)한다고요? 그들의 해결 따위는 그에게 필요 없어요! 그는 이미 그 정리를 해결했어요. 해결할 것이 더 남았나요? 누가 뭘 해결한다는 말입니까? 그는 그 정리를 해결했어요.”

읽으며 전율 같은 걸 느꼈다. 절대로 수학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 도전한 문제를 못 푼 적이 없는 사람. 말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니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2013.11.29
위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마샤 게센이 기고한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이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줄 몰랐네. ㅎㅎ
푸틴과 죽은 시인의 사회 in NewsPeppermint

6 thoughts on “[서평]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

  1. 2/3 쯤 읽었는데, 유일하게 맘에 안드는 부분이라면, 한글 책 제목이 “세상이 가둔 천재 페렐만”이라는 점이네요.
    원제는 Perfect Rigor… 원제가 책 내용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2. 책 내용 중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 서로 아는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이거나 모르는 사람이 적어도 세 명이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해야 할까?]라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답이 여섯 명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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