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교 SF 단편선

박성환씨의 단편작품 ‘불교 SF 단편선’을 팔고 있는 웹사이트[1]를 발견했다.

박성환씨의 작품은 일전에 ‘앱솔루트 바디'[2]와 ‘U, ROBOT'[3]에서 이미 접한 바가 있다. 나름 괜찮은 재미를 주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상당히 독특한 주제의 SF 단편 모음집을 냈길래 읽어봤다.

이 작품들 중 일부는 웹진에 이미 공개되었던 것 같지만, 본인은 사전에 읽어본 바가 없었다. 사실 ‘불교 SF‘라는 제목이 너무 독특해서 ‘이건 레어템이다!!’라는 생각에 하나 사본 것이다. ㅎㅎ

각 작품별로 만족도의 편차가 상당히 심하다. 본인의 관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작품과 대단히 불만족스러운 작품이 섞여있다. 뭐 나야 대단히 만족스러운 작품 하나만 있어도 책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므로 상관없다.

작품의 내용누설을 가급적 하지않고 글을 쓰려 했지만, 작품의 재미를 온전히 보존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부터 읽지 않기를 권장한다.

 


애석하게도 ‘오레스테스의 귀향’은 도저히 불교 SF로 분류해 줄 수 없다고 본다. 그 앞의 ‘재와 이름’도 거의 불교 SF라고 보기 힘든데, 처음 읽어 봤을 때 저자와 제목에게 약간 기만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첫 작품인 ‘레디메이드 보살’과 ‘보살들의 사회’는 매우 마음에 드는데, 철학적인 관점에서의 (저자가 느끼는) 불교를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작품안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약 완전한 인격을 갖추고 인간과 감성적으로 분별할 수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고 가정하면, 이를 인간으로 봐야할 지, 그리고 윤리적 문제들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할 지와 같은 공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 단계를 넘어 이러한 인공인격체가 열반에 다다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오 참으로 재미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완독 후에도 오래오래 공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인 것 같다. ㅎㅎ

‘보살들의 사회’의 경우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의 어정쩡한 경계에 놓인 사회를 묘사하는 상상력이 참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결말은 안타깝게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깝게 허무하게 끝내서 조금 아쉽다. ㅋ

엽편들은 그리 재미가 없었지만 ‘레디메이드 보살’과 ‘보살들의 사회’ 두 작품만으로 충분히 책값을 하고 남는다는 생각이 드니 한 권 읽어보시길 바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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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교 SF 단편선 페이지입니다. (foolsgarden.cafe24.com)
[2] 앱솔루트 바디 l 크로스로드 SF컬렉션 2 송경아, 박민규, 배명훈, 박애진, 서진, 은림, 류형석, 임태운, 이준성, 유서하, 박성환, 정희자 (지은이) | 해토 | 2008-09-30
[3] 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듀나, 김주영, 김보영, 정소연, 배명훈, 박애진, 곽재식, 임태운, 박성환, 정희자 (지은이) | 황금가지 | 2009-02-27

6 thoughts on “[서평] 불교 SF 단편선

  1. 레디메이드 보살은 2004년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이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죠. 김지운 감독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천상의 피조물”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었는데, 뭐 흥행은…

  2. 시간이 좀 지난 게시물이라 아직 책이 남아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남았다고 해서 바로 결제를 ㅎㅎ
    그나저나 책 보다 부록과 후기가 더 기대되는…ㅋ

    부록 : * 미공개 (깜짝선물입니다)

    후기 : * 나는 왜 불교 SF를 썼나(부제 : 그리고 왜 불교 SF는 팔리지 않나)

  3. 혹시 불교 sf 단편선을 구할 수 있을까요? 소장중이신 책을 판매하시거나 구입처를 아시면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급하게 구할 일이 있어서요… ㅠ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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