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의 멸종

스펜서 웰스 저/황수연 역, “최초의 남자“, 사이언스 북스, 2007

p223-225

우여곡절 끝에 현생인류가 마침내 도달한 중국은 사실 그들의 먼 친척뻘인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전부터 살던 장소이다. 이 직립 원인은 말하자면 외젠 뒤부아가 찾고 있던 인간과 유인원의 연결 고리인 셈인데, 나중에 자바에서 발견된 원인과 같은 종족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북경 원인이라고 불렸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이 직립원인의 흔적이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 갑자기 중국 대륙에서 사라져 버렸고, 따라서 4만 년 전 현생 인류가 등장했을 때 이곳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공백이 생겼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다시 악화된 기후 조건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중국 북동부 베이징 근처에 있는 저우커우뎬은 그 주변에서 북경 원인들의 유적이 많이 발견되는 장소인데, 지금도 이 지역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25만 년 전에서 15만 년 전 사이, 마지막에서 두 번째 빙하기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을 무렵 이 지역이 얼마나 혹독하게 추웠을 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시대 이후로는 저우커우뎬에서 원인들의 유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아마도 견디기 힘든 추위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 갔거나 모두 얼어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아시아에서 보낸 100만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직립 원인들의 생활 방식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여기에는 안정된 기후가 한몫을 했으리라고 짐작되는데, 다른 원인 집단과 부대끼는 일 없이 언제나 일정한 기후 속에서 사노라면 변화를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직립 원인들의 문화에 대도약 전진(Great leap forward)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중국학자들은 이 지역 직립 원인의 일부가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소위 ‘지역적 연속성(regional-continuity)’ 모델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전적 증거는 없다. 오히려 유전자 변이형들은 중국 대륙으로 들어간 현생 인류와 직립 원인 사이에 (만일 이 무렵까지 살아남았던 직립 원인이 있었다면) 아무런 성적 교류가 없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인 학자 리진(Li Jin)의 연구팀은 최근에 무려 1만 2000여 명의 극동 지역 남성을 조사하여 이 사람들이 모두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의 후손임을 밝혀냈다. 조사 대상 남성들의 Y 염색체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M168 표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얻은 결론이다. 이는 극동 지방에 살던 호모 에렉투스가 현생 인류로 진화했거나 호모 사피엔스와 성적 교류를 나누었을 그 어떤 가능성도 부인하는 결과로, 지역적 연속성을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리 진의 실험 결과는 남성들에게만 해당되지만, 수천 명을 대상으로 mtDNA를 분석했을 때도 결론은 같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호모 에렉투스가 어떤 형태로든 극동 지방 현생 인류의 유전자 조성에 기여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뒤부아의 원인들은 빙하기 때 멸종의 길로 들어섰고, 그래서 중국이라는 무대는 나중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의 차지가 되었던 것이다.

 


2013.8.20
livescience Early Humans Lived in China 1.7 Million Years Ago August 15, 2013 09:06am ET
호모 에렉투스가 중국에서 살기 시작한 시점이 170만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는 기사.

 


2015.10.15
네이쳐 Teeth from China reveal early human trek out of Africa 14 October 2015
중국에 도착한 시기가 10만년경으로 올라가면서 out of africa의 시기가 더 앞당겨진다는 내용.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빨 하나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회의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중국 사이에 10만년 전의 거주 흔적의 증거가 발견되거나 유전자적 증거가 뒷받침 되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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