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그레이트 게임10점
피터 홉커크 지음, 정영목 옮김/사계절출판사

피터 홉커크 선생의 책은 일전에 ‘실크로드의 악마들'[1]이라는 책에서 한 번 접한 바가 있다.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매우매우 만족스럽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책을 구입하는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 역시 기대대로 만족감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다른 흥미로운 책들이 몇 권 더 나와 있지만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아 매우 애석하다.

표트르 대제부터 예카테리나를 거치며 19세기에 강국으로 부상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서 팽창주의적 정책을 펼치면서 영국과 충돌하게 되는데, 이 책은 표트르 대제부터 러일전쟁까지 대략 100년간 러시아와 영국 사이에 있었던 중앙아시아 쟁탈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두 열강에 의한 중앙아시아 쟁탈전을 속칭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카스피해 서쪽부터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티벳까지 이야기의 초점이 점차적으로 동진한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개개인의 회고록이나 여행기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를 탐험했던 모험가들의 경험담을 소개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특히 독서가 까다로운 부분이 지명인데, 책의 앞부분에 지도 몇 장이 나와 있긴 하지만, 본인이 중앙아시아의 지리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자주 지도를 봐야 했다. 독서할 때 아이패드로 구글지도도 상당히 많이 찾아봤는데, 지도를 자주 보다보면 지명이 어느정도 눈에 익는다. 특히 많이 나오는 도시인 헤라트, 카불, 히바, 부하라, 칸다하르의 위치를 기억해두면 좋다.

전반적으로 영국과 러시아가 펼치는 국제역학 및 개인의 영웅담으로 읽힐 수 있는 책이지만, 반면에 중앙아시아 민족들의 열강에 의한 약탈과 침탈의 역사로도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사건은 대부분 19세기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후에 극동에서 조선의 침탈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인다.

p238에 헤라트 방어전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꽤 인상깊어서 본 블로그에 발췌한 적[2]이 있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p494에 프르제발스키라는 러시아 장교 이름이 나오는데, 문득 어디서 본 이름인데 하면서 검색해보니 일전에 마크 오렐스타인의 둔황 유물발견 관련 포스트[3]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헉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p543에 영국의 거문도 점령사건이 잠시 언급된다. 본인의 기억으로는 여태까지 영국이 수많은 위치 중에서 하필 왜 거문도를 하필 왜 그때 갑자기 점령하는지 적절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이 거문도 점령이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헤라트 북쪽의 작은 오아시스인 판데를 갑작스럽게 점령함으로써 위협을 느낀 영국이 러시아에 영토에 대한 무력 압박을 주기 위해 세계에서 동시에 시행한 여러 대러 강경책 중 일부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단지 영국이 거문도를 불법점령했다는 것만으로는 별로 오는 느낌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열강들의 외교 상황을 파악해보면 당시 일촉즉발의 전쟁 직전의 위기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세계사는 큰 눈으로 봐야 이해가 되는구나 싶다. ㅎㅎ

책의 말미에는 러일전쟁으로 끝나는데, 확실히 그레이트 게임의 일부로서 러일전쟁을 바라보니 전쟁이 일어난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모호한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일전에 소개한 ‘청일 러일전쟁'[4]과 더불어 조립해보면 확실히 명확해진다. 러시아 군부의 막무가내적 팽창정책으로 러시아는 끊임없이 남진/동진 하는데 비해, 일본의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주장한 소위 ‘이익선’이라는 개념이 위협받게 되면 국민적으로 전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익선’의 개념은 ‘러일전쟁의 세기'[5]에서도 소개하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더불어 ‘러일전쟁의 세기’에서 황해해전에서 도고 헤이하치로가 발틱함대를 격파했다는 소식에 중동에서 환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레이트 게임을 보고 나니 그 이유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페르시아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그레이트 게임기간 내내 러시아와 영국의 눈치를 보며 서구권 국가들의 압력을 받아왔는데, 동양의 국가가 강국이라 생각했던 러시아군을 격파했으니 환호할 수 밖에 없다. 이로서 이해하기 힘든 범아시아적 관점이 형성된 이유가 이해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통해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한층 넓어진 느낌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강력추천하니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2016.3.12
조선일보 [新 실크로드 열전] ⑨ 최초로 실크로드 조사한 러시아 탐험가 프르제발스키 2016.03.05 07:00

 


[1] http://zariski.egloos.com/2576823
[2] 내 백과사전 1838년 헤라트 공성전 2012년 12월 15일
[3] http://zariski.egloos.com/2429473
[4] 내 백과사전 [서평] 청일 러일전쟁 2012년 11월 30일
[5] 내 백과사전 [서평] 러일전쟁의 세기 : 연쇄시점으로 보는 일본과 세계 2012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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