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메모리 몰락의 원인

일전에 세계 D램 생산 3위의 일본기업 엘피다 메모리가 파산했다 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가 펄쩍 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과 한국의 D램 전쟁에서 한국의 승리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 이제 엘피다가 마이크론에 인수[1]되었다고 한다.

‘일본 반도체 패전’이라는 책[2]에 엘피다 메모리가 왜 몰락했는지에 관한 설명이 잠시 있는데, 이를 옮겨본다.

유노가미 다카시 저/임재덕 역, “일본 반도체 패전”, 성안당, 2011

p111-118 (원문에 이해를 돕기위한 다양한 도식이 있으나 없어도 독해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함)

합작회사의 딜레마

다수의 컨소시엄이나 국가 프로젝트가 동시에 양사 합작에 의해 엘피다 메모리와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설립되었다. 그 때, 양사 통합에는 어떠한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사원 2배 증가, 생산능력 2배 증가, 개발비 부담 반감 등이 간단하게 실현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즉, 최소 1+1=2.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재미가 없다. 모처럼 색깔이 다른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따라, 시너지 효과의 창출을 기대하게 된다. 1+1=3을 의도한다. 예를 들면, 엘피다메모리를 설립할 때, 강력한 생산 기술력을 갖고 있는 NEC와 강력한 기술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 히타치제작소가 융합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DRAM 메이커가 되리라 기대했었다.

이러한 의도에 따라 틀림없이 합병 전보다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경영통합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의도된 바와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양사 통합에 의해 합병회사에는 어떤 혼란과 마찰이 생겼던 것일까? 엘피다메모리를 사례로 하여 합작회사의 문제를 들여다보자.

히타치와 NEC의 합작

히타치와 NEC가 합작을 했을 때, 이하와 같은 조직과 거점이 생겨났다. 먼저, 조직에 대해 살펴보자. 엘피다메모리의 모든 섹션은 히타치와 NEC사원으로 구성되었다.

구성비는 섹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반반이었다. 그에따라 과장, 부장, 본부장에서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위는 이중화되었다. 그 때, 과장은 히타치, 부과장은 NEC, 부장급은 반대로 부장은 NEC, 부부장은 히타치로 하는 식으로 엇갈린 십자구조의 인사가 되었다.

다음은 설계센터, 개발센터 및 양산거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엘피다메모리의 설계센터 및 개발센터는 NEC 부지 내에 설립되었다. 이곳에 히타치 및 NEC의 설계기술자, 프로세스 기술자가 전출되어 왔다. DRAM설계, 개발 양산의 청사진은 다음과 같이 고안되었다.

먼저, NEC 부지 내에 설치된 엘피다메모리의 설계센터에서 DRAM을 설계한다. 다음 NEC 부지 내에 있는 개발센터에서 앞서 설계된 DRAM을 시험제작해 공정 플로를 완성한다.

이런 공정 플로를 양산공정에 기술 이관한다. 양산거점은 히타치의 양산공장, NEC의 양산공장 및 엘피다메모리가 새롭게 건설할 최신예 양산공장 등이 된다. 이러한 조직, 직위 및 사업거점을 바탕으로 1+1=3을 의도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설계 기술의 융합은 가능한가?

NEC 부지 내에 설립된 설계선터에 NEC의 설계기술자 및 히타치의 설계기술자가 모여 일치단결해 1개의 DRAM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할까?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다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황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내게 되어 최후의 수단으로 두 회사를 통합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그러한 충분한 준비기간은 있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최대한 단기간에 설계를 완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비상상황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가?

회로선폭 0.13μm DRAM부터 시작한 엘피다메모리의 설계센터는 NEC판 0.13μm DRAM과 히타치판 0.13μm DRAM의 2종류가 설계되고 말았다. 역시, 설계기술을 융합해 일치단결한 한 개의 DRAM을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욱이 양쪽 설계자 모두 자신이 설계한 0.13μm DRAM을 우선적으로 시험제작하도록 디바이스 프로세스 부분에 압력을 가했다. 인력이 부족한 디바이스 프로세스 부문은 비명을 질렸다. 그러나 엇갈린 십자구조의 인사문제로 어느쪽이 먼저 선택될지 결정이 되지 않아 회사는 혼란스러워졌다.

프로세스의 장점을 취하는 것은 가능한가?

다음은 개발센터의 디바이스 프로세스 부문에 대해서 살펴보자. 개발센터의 인티그레이션 및 각 요소 프로세스 부문에는 “장점을 취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들리는 지침이 요소 프로세스 부문을 혼란스럽게 해 무의미한 마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것은 왜일까?

“장점을 취하라”는 것은 각 기술에 대해 상호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을 말한다. NEC의 기술자와 히타치 기술자 모두 자신이 No. 1이라는 프라이드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1980년대 NEC는 DRAM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의 자리를 여러 해 차지했다. 그 뒤, 한국의 삼성전자에게 세계 1위의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일본 1위의 프라이드가 있었다. 반면, 히타치는 요소기술, 특히 미세가공 기술 No. 1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양쪽이 가지고 있던 이러한 프라이드가 이곳 저곳에서 충돌했다. 충돌을 하자 두 씨름꾼이 서로 샅바를 꽉 잡아 당기는 양상이 되어 양쪽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여기저기서 이러한 혼란과 마찰이 생겨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프로세스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

프로세스의 “장점을 취하기”가 불가능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프로세스의 차이는 문화의 차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드와 같은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물리적인 문제이다. 두 회사가 경영통합을 할 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새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예를들어 설명한다.

미세가공을 한 후 플라즈마를 사용한 에싱ashing 처리에 의해 레지스트를 제거한 후, 에싱으로 제거를 다 할 수 없었던 레지스트 찌꺼기를 습식wet 세정하는 기술이 있다. 세정기술에서는 A사보다 B사의 기술 방식이 잔류물 소거 능력에서 우수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A사의 시험제작 라인에 B사의 세정기술을 도입하면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우선, 레지스트를 소거하는 프로세스는 플라즈마에 의한 에싱과 습식 세정의 조합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A사의 철학은 강력한 에싱으로 가능한 한 잔류물을 남기지 않는 프로세스를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습식 세정은 잔류물 소거능력이 낮아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A사의 강력한 에싱 기술과 B사의 잔류물 소거능력이 뛰어난 세정기술을 조합해 적용시켜도 괜찮을까? 이것은 No Good이다. 이러한 조합은 반도체 디바이스에 큰 손상을 주는 일이 된다.

② 백보 양보해 손상은 문제가 아니라고 하자. 그래서 B사의 습식 세정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B사의 세정액은 A사의 세정장치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관계통에 부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정장치란 필요한 세정기술의 실현을 목적으로 전용 특수 세정액을 사용하도록 제작된다. 따라서 다른 세정액이 사용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장치마다 신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습식 세정장치의 가격은 수억 엔, 납기는 약 1년이다.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절대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즉, 프로세스라고 하는 것은 한 철학이다. 한 반도체 메이커 안에서 긴 세월에 걸쳐서 숙성된 문화라고 해도 좋다. 따라서 일부분만을 잘라내 단순하게 비교해 우수한 부분이니까, 비슷한 장치니까 등의 이유로 간단하게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두 회사가 통합을 했을 때, 양사의 프로세스 기술을 비교해 “장점을 취하라”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양산 전개에 있어서의 문제

결국, 두 회사가 경영통합을 해도 간단히 프로세스 ‘장점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결과, 엘피다메모리가 개발한 DRAM의 공정 플로는 NEC의 인프라를 사용해 NEC의 프로세스로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이렇게 개발된 공정 플로를 당초의 의도대로 양산할 수 있을까?

상기의 반도체 디바이스를 NEC 양산공장에서 양산하는 것은 가능했다. 왜냐하면, 회사 통합 전과 동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반도체 메이커 내부라면 개발센터와 양산공장에 대부분 같은 제조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copy exactly에 의해 양산 이관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면 상기의 DRAM을 히타치의 양산공장에서 양산하는 것은 가능했을가? 히타치 양산공장의 경우에는 제저장치의 약 60%가 NEC 개발센터의 장치와 달랐다. 이러한 경우, copy exactly에 의한 양산 이관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장치로 같은 프로세스 틀성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이관을 copy essentially라고 한다. copy essentially가 필요한 공정이 많으면 많을 수록 양산공장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양산이 가능하기까지의 시간이나 코스트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NEC의 개발센터에서 개발된 DRAM의 공정 플로를 히타치의 양산공장에서 이관하기 위해서 전체 공정 중 약 60%의 공정이 copy essentially로 프로세스를 다시 고쳐 만들 필요가 생겼다. 양산공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copy essentially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NEC에서 개발된 DRAM의 공정 플로를 히타치의 개발센터에서 copy essentially하여 히타치 사양의 프로세스로 다시 고쳐 만들고 이 프로세스를 히타치의 양산공장에 이관하는 방법이 취해졌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는 두 회사 통합의 장점은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통합에 의해 보다 번잡해지고 보다 비효율적인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그 결과 기술자는 피폐해지고, 양산이관은 도중에 좌절되어 버렸다.

엘피다메모리가 설립된 당시, NEC와 히타치를 합쳐 DRAM 세계시장 점유율은 16%였다. 그런데 그 점유율이 1년 뒤 8%로, 2년뒤 4%로 감소되었다.

그 배경에는 처음 의도했던 대로 DRAM을 양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오판이 있었다. 프로세스 문제에 의해 히타치의 양산공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한쪽 엔진으로 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엘피다메모리가 신규로 예정했던 최신예 공장은 불황으로 인해 모회사로부터 투자가 승인되지 않아 양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1+1=3을 의도했던 두 회사의 통합은 결과적으로 1+1=0.5가 되고야 말았다.

 


[1] 디지털 데일리 日엘피다 美마이크론 품으로… 세계 2위 D램 업체로 부상 2013년 03월 01일 17:40:34
[2]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57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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