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뉴얼 더만이 보았던 존 메리웨더의 모습

이매뉴얼 더만 저/권루시안 역, “퀀트”, 승산, 2007

p311-314

클래프키는 나를 잘로몬의 어디에 배속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를 존 메리웨더의 팀과 함께 점심을 먹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나중에 롱텀 캐피털매니지먼트 회사의 핵심이 된 저 유명한 차익거래 그룹이었다. 그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한 것은 내가 피셔와 협력 연구를 한 경력이 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생각보다 내가 아는 게 훨씬 적다는 사실이 걱정됐다. 거래사 중 많은 수가 그렇듯 허장성세에 능했던 가바즈는 차익거래 그룹의 관심사라며 잠시동안 내게 승마투표(pari-mutuel betting, 경마에서 이긴 말에 돈을 건 사람들이 수수료를 뺀 나머지를 액수 비례로 나눠 갖는 방식을 말한다(옮긴이))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그날 드디어 뉴욕플라자 1번지 높다란 곳에 자리잡은 연회실에서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난다.

그 자리에 정확히 누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덟 명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래리 힐리브랜드, 존 메리웨더, 빅터 해거니, 빌 크래스커, 그렉 호킨스 중 몇 사람과 팀 중 좀 더 젊은 몇몇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초보자였다. 내가 월스트리트에 몸담고 있었던 것은 통틀어 2년 남짓할 뿐이었다. 내가 피셔와 윌리엄 토이와 함께 한 연구는 창의적이고 쓸모가 있었고, 나중에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식은 대부분 이론적이었다. 그에 비해 메리웨더의 그룹 소속 사람들은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더 정통했다. 그들은 이론과 실제를 모두 꿰고 있었다.

점심동안 나를 면접한 사람들은 한없이 정중했다. 피셔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대한 전반적 질문을 받았다는 게 기억난다. 당연히 그들은 내가 피셔의 지적 협력자로서 정말로 어느 수준까지 깊이 관여했는지 판단하고 싶어했다.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금융 세계에서 내가 아는 사람 중 피셔만큼 어떤 문제에 대해 선입관 없이 접근하면서 끝까지 스스로 생각하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내게 아시아 옵션과 유럽 옵션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기술적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 내가 정반대로 틀린 대답을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대답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잘못을 바로잡아 주지는 않았다. 며칠 뒤 클래프키는 그들이 나를 자기네 그룹에 채용하고 싶어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데에서는 쓸 만한 재목이 될 것으로 생각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1999년 어느 날 아침, 그때 연회실에서 점심을 먹으며 나를 면접했던 동일인물 몇몇과 함께 전화 회의에 참석했다. 나는 골드만삭스에 있었고 그들은 이제 와해돼 구제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은행 컨소시엄의 감독을 받고 있던 롱텀 캐피털매니지먼트 소속이었다. 나는 골드만의 금융전략 그룹 소속 동료인 크레시미르 드미테르피, 마이크 카말, 조 저우와 함께 변동성 스왑에 대한 해설 논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구매 고객이 변동성 그 자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장외 거래 수단이었다. 롱텀은 변동성 스왑 구매에 흥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회사의 파멸에 일조했으나 아직도 보유중인 일부 포지션에서 안고 있는 변동성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서였다.

롱텀에 파견된 골드만 측 감독관이 그날 아침 롱텀의 파트너 몇몇을 시켜 스왑 가치 평가의 세밀한 부분을 우리에게 전화로 논의하게 한 것이었다. 전화로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이 우리에게 물었던 질문으로 미루어, 그들이 이론적으로 난해한 부분을 직접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골드만의 거래사가 우리에게 물었던 어떠한 질문보다도 훨씬 더 통찰력 있고 정교했다. 퀀트의 세계와 거래 세계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뛰어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런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그런 참담한 파국에 빠트렸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었다.

p322-323

가장 난공불락의 장애물은 메리웨더의 그룹과 그 나머지 그룹간의 장벽이었다. 이따금 차익거래 그룹이 멀리서 얼핏 보이곤 했다. 메리웨더, 해거니, 호킨스, 크래스커 및 그들의 동료는 다른 모든 사람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거래장 한가운데 둘러앉아 있었다. 자그마한 페르시아 카펫이 그들의 특권 구역을 나타내는 표식처럼 한가운데 깔려 있었다. 모두의 경외심을 자아내는 동시에 경외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의 고귀한 무리였다. 그들에게게는 누구도 엿볼 수 없는 그들만의 모델과 아무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그들만의 자료, 그들만의 컴퓨터 시스템, 그들만을 전담하는 시스템 관리자가 따로 있었다. 그들은 또 원하기만 하면 채권 포트폴리오 그룹 내 최고의 모델과 머리를 끌어 쓸 수 있었다. 그들 쪽으로 통하는 일방통행 도로였다. 정예부대인 그들은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화국 친위대였으며, 그 때문에 모두가 그들을 부러움 반 혐오반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식, 독립, 특권, 많은 양의 돈까지 모든 것을 다 지니고 있었다.

어느 책이든 메리웨더 일파의 이야기는 오만으로 신세를 망친 이미지로 가득차 있어 이와 같이 그들을 칭찬하는 듯한 느낌의 발언은 꽤 신선하다. 그들은 정말 평균 이상의 능력자이었던 것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다. 일전에 소개한 로저 로웬스타인의 저서를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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