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

퀀트,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10점
이매뉴얼 더만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승산

물리학을 공부하는 본인의 지인은 이 책을 두고 너무 읽기 괴로와서 못 읽겠다고 하였다. 과연,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인생과 일에 대해 품고 있던 허황된 환상이 세상이라는 거친 사포에 아프게 쓸리며 서서히 벗겨져나가는(p203) 이야기이다. 이 표현 한 줄로 이 책을 압축할 수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ㅎ

책의 절반정도는 물리학을 공부하던 저자가 느끼는 암울함과 답답함을 그리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월스트리트에서 좌충우돌하며 성찰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체로 담담한 문체를 유지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인데, 전반부에 저자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끼는 암울한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읽기가 벅차다. 나는 내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느낌의 글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ㅎ

전반적으로는 저자 자신의 개인사에 관한 내용이지만, 중간중간에 자신이 연구하던 이론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도 잠시 들어있다. 저자 자신이 수학이나 과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을 중시하므로 내용상 크게 난해한 부분은 없다. 관심있는 아마추어들도 읽어볼만 할 것이다. 물리학사에 관심이 있으면 전반부에 설명하는 여러 물리학적 발견들(오메가 바리온의 발견, 패리티 비보존[2] 등)에 관한 이야기가 더 잘 이해될 것 같다.

물리학과 경제학에 모두 관심이 있는 본인의 관점에서는 참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물리학 쪽이든 경제학 쪽이든 본서에 등장한 전체 인물의 절반정도는 이래저래 여러 경로로 이름을 한 번 이상 들어본 사람들인 것 같다. 특히 피셔 블랙에 관한 묘사와 존 메리웨더에 관한 묘사[2]는 약간 인상깊었다.

유명한 투자은행 Salomon Brothers를 본서에서는 ‘잘로몬’으로 번역했던데,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투자은행인줄 알았다. ㅋ 역자의 의도가 궁금하다. 사람이름이나 여러 고유명사의 스펠링이 궁금하면 맨 뒤에 색인이 있으니 찾아보면 된다. 이걸 몰라서 원문을 직접 뒤져보는 삽질을 몇 번 했다-_-

결국 괴롭고 긴 여정을 거치긴 했지만 저자 자신은 자신이 설 자리를 찾았으니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직업에서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만큼 중요한 부분은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그가 진실로 부럽다.

 


[1] http://zariski.egloos.com/174789
[2] 내 백과사전 이매뉴얼 더만이 보았던 존 메리웨더의 모습 2013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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