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가 일으킨 혁명

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크리스틴 케닐리 (지은이), 전소영 (옮긴이) | 알마 | 2012-11-05 | 원제 The First Word: The Search for the Origins of Language

p48-52

1950년대 초반, 촘스키는 MIT에서 헤브라이어 문법을 다룬 석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그와 동시에 ‘언어 이론의 논리 구조The Logical Structure of Linguistic Theory’라는 제목의 추상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문법에 관한 방대한 원고를 쓰고 있었다.3 그는 실제 언어를 묘사하기보다는 언어가 묘사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식을 논했다. 그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이 원고의 제 1장을 제출했지만, 논문을 읽은 언어학자들은 당시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하던 방식과는 무척 다른 그의 글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몰랐다.4 1954년, 언어의 소리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MIT 대학의 모리스 할레Morris Halle 교수는 저명한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나는 언어학자로서 노암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그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다만 일을 가장 어려운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는 점이 문제죠.”5

촘스키의 그 다음 프로젝트는 동료들의 관심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것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그는 MIT 전자공학과 연구실험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6 그는 자신의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동시에 언어학을 가르치고 충분한 돈을 벌고자 독일어, 프랑스어, 철학, 논리학도 가르쳤다. 1957년 촘스키는 자신의 첫 번재 언어학 강의 해설을 《통사 구조Syntactic Structure》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 책에서 촘스키는 언어를 추상적으로 고찰하면 언어의 문법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언어의 모든 단어와 소리를 목록으로 만들기 보다 이 요소들의 연결방식을 규정하는 문법이야말로 그 언어의 진정한 이론이라고 주장했다.

문법도 하나의 이론으로서 모든 과학 이론과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최소한의 설명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한다. 간단하면서도 정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 언어에 대한 여러 문법 후보를 비교할 때도 다른 과학 이론들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즉 의문의 현상에 대해 가장 적은 용어를 사용하여 더 완전하게 설명하는 것이 성공한 문법인 것이다.

이를테면 《통사 구조》는 문법을 쓰는 두 가지 방법을 서로 대조한다. 촘스키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언어의 모든 것을 하나의 규칙 체계로 만드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서 출력을 생성하듯이, 이 규칙들도 언어 전체를 생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어 문장은 ‘S → NP VP’로 기술될 수 있다. 이것은 하나의 문장(S)은 명사구(NP)와 동사구(VP)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NP → Det N’의 의미는 명사구는 관사 ‘a’ (Det)와 명사(N)로 구성된다는 의미다.7

또한 촘스키는 일정한 문장들을 서로 연결하는 방법을 포함하면 언어 규칙들이 적어지고 더 단순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The man read the book”과 “The book was read by the man”사이에는 강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촘스키는 이 문장들 각각에 개별적인 규칙을 부여하지 않고, 더 복잡한 두 번째 문장이 첫 번째 문장에서 연역적으로 추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변형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다.8

만약 “The man read the book”의 구문 구조 분석이 ‘S → NP1 VP NP2’면, “The book was read by the man”은 ‘S → NP2 VP by NP1’로 표시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영어는 단순한 능동형 문장과 수동형 문장은 두 개의 단순한 구조와 그것들을 잇는 변형 규칙에 의해 기술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언어는 기본적으로 일련의 문장들이다. 그리고 문법, 즉 언어 이론의 기능은 언어에서 허용되는 모든 문장(“고양이가 그 방석 위에 앉았다.” “비행기는 난기류로 크게 흔들렸다”)을 생성하되, 비문非文(“고양이 방석 그 위에 앉았다.” “난기류 비행기 크게 그 흔들렸다”)은 제외하는 것이다. 하나의 문법은 한 언어의 가능한 모든 발화를 생성한다면서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화학이론이 가능한 모든 화합물을 생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9

촘스키는 《통사 구조》를 내면서 학계에서 어느 정도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출간 당시 특별히 유명해지지는 않았다. 2년 후 촘스키는 스키너B.F. Skinner의 《언어행동Verbal Behavior》에 대한 평론을 발표하면서 세상을 더 크게 놀라게 했다. 그 평론은 당시 언어학 분야의 최고 잡지인 <언어Language>에 실렸다. 스키너는 행동주의 이론으로 이미 유명한 심리학자였다. 행동주의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기계와 같아서, 일정한 방식으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모든 것이 행동주의로 설명될 수 있으므로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이나 사고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인간이든, 고양잇과 동물이든, 조류이든, 자신이 상대하는 기계의 종류를 안다면 그 기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매우 복잡한 행동이라도 몇 번의 추가된 버튼 누르기로 환원될 수 있다.

스키너를 향한 당대 사람들의 태도는 후대 사람들이 촘스키에게 보인 태도와 같은 수준이었다.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저서 《동물과의 대화Animals in Translation》에서 대학생 시절에 이 행동주의자한테서 받은 영향을 이렇게 회고한다. “스키너 박사는 전국 모든 대학생들의 책장에 《자유와 존엄을 넘어Beyond Freedom and Dignity》가 한 권씩은 꽂혀 있을 만큼 무척 유명했다.” 행동주의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이 개념이 미친 영향력을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거의 종교와도 같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만찬가지로 내게 스키너 박사는 신이었다. 심리학의 신!”10

촘스키의 평론은 스키너의 책이 출판되고 2년 후에 나왔는데, 이는 학계에서도 서평치고는 이상하다 싶을 만큼 늦은 시기였다. 그랬는데도 이 평론은 즉각 영향을 미쳤다. 스키너는 언어가 단순한 행위라고 주장했는데, 촘스키는 이 관념을 어처구니 없는 것으로 일축했기 때문이다. 스키너는 실험실 쥐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하지만 쥐가 먹이를 얻으려고 지렛대를 누르는 행위는 언어의 사용에 비견될 수 없다. 사람은 말을 하기 위해 여러 복잡한 규칙을 지키는 동시에 엄청난 창의성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촘스키의 주장은 이러했다. “스키너에게 자극 제어의 전형적인 예는 음악 한 곡에 ‘모차르트’라고 반응하거나 그림 한 점에 ‘네덜란드 풍’이라고 반응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물리적 대상이나 사건의 ‘극히 미묘한 특성을 제어’하여 나오는 반응이다.” 촘스키는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만약 우리가 ‘네덜란드 풍’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벽지랑 안 어울리네, 네가 추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본 적 없는 그림인걸, 기울었다, 너무 낮게 걸었어, 아름다워, 끔찍해, 작년 여름 우리 캠핑 간거 기억나?” 등과 같이 반응하거나, 그림을 보고 아무 생각이든 떠오르는 대로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의 반응은 그들이 그림에 대해 아는 것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촘스키는 말했다. 그들의 반응은 내부에서 나오며 언어의 무한한 창의성은 그것을 촉진한다.11

스키너의 행동주의의 핵심 개념, 만약 무엇을 일정한 방식으로 자극하면 그 대상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개념은 자극-반응 이론으로 불렸다. 그러나 언어에 관한 한 촘스키는 특히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배우는 경우에 자극-반응 이론은 타당한 모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언어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아이가 수백만 개의 단어와 그 단어들을 결합하는 많은 규칙들을 배워가는 놀라운 속도다. 사실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듣는 말에는그 용례를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충분치 않다. 촘스키는 이 현상을 ‘자극의 빈곤Poverty of stimulus‘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언어가 그렇게 터무니없이 복잡하다면 아이는 어떻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그의 결론에 따르면 아이는 이미 그러한 일에 준비되어 있다. 아이는 언어를 배우게 하는 정신적인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촘스키가 스키너와 행동주의를 크게 한 방 먹인 것 같은 파장을 몰고 왔다.12 이 서평은 학계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많은 학자들은 그 사건을 촘스키가 그들의 관심을 잡아채 영원히 고정시킨 순간으로 기억한다.

 


3. 그후 20년이 지나서야 출판되었다.
4.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8.
5. 로만 야콥슨 연구집Roman Jakobson Collection, MIT Archives.
6.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9.
7. 위의 책.
8. 촘스키가 그 용어나 기본 개념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 개념에 대한 촘스키의 관점이 그 분야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9. R. A. Harris, 《The Linguistics Wars》, 39.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점점 변화되어 문법은 심리적으로 실제적이고 구구조규칙도 화자들의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
10. T. Grandin, C. Johnson 《Animals in Translations》, 9~10.
11. N. Chomsky, “B. F. 스키너의 언어 행동에 대한 비평”, 26~58.
12. 이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한다. 촘스키 자신은 아니더라도 촘스키 이론은 동물은 사고하지 못하는 기계라는 관점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오오오오오오오 촘스키 형님 대단하다. 이와 유사한 논의는 핑커 선생의 ‘언어본능‘[1]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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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4
open culture Noam Chomsky Makes His First Power Point Presentation April 2n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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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15
https://www.facebook.com/groups/memetics/permalink/2146054132110597/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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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본능 – 마음은 어떻게 언어를 만드는가? 스티븐 핑커 (지은이), 김한영, 문미선, 신효식 (옮긴이) | 동녘사이언스 | 2008-12-20 | 원제 The Language Instin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