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코와 반제티 : 세계를 뒤흔든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사코와 반제티10점
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삼천리

보스턴은 미국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본인은 보스턴 차 사건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근래 있었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80년도 더 전에 있었던 보스턴이 미국의 양심을 팔아넘긴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20세기 초 아나키즘 운동사에 있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이 사코와 반제티 사건인데,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는 미해결 케이스로 남아있지만, 편견에 가득찬 인간들이 행했던 사법살인이 주는 메세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전반적으로 그들에 대한 판결은 편견에 가득한 판사와 정의를 망각한 검사, 그리고 무능한 변호사의 합작품이다. 미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지만, 드레퓌스는 결국 풀려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처형되고 만다.

이 책은 사코와 반제티 사건의 경과를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고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제화공장의 임금 지불일에 있었던 노상 무장강도의 살인사건 이후, 아무런 범행동기가 없는 아나키스트였던 사코와 반제티가 검거된다. 당시 아나키스트와 공산주의자들은 사회의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고, 때마침 월스트리트 폭탄테러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의 간략한 부분은 일전에 소개한 ‘자동차 폭탄의 역사'[1]의 앞부분에도 소개가 되어 있다. 이후 이들의 부당한 재판과정에 반응한 전 세계의 아나키스트들이 항의하면서, 점차적으로 아나키스트는 아니지만 양심이 있는 지식인들까지 부당한 판결에 맞서 그들의 석방을 주장하게 된다. 결국 이 사건은 원래 강도사건을 떠나 이데올로기와 정치세력간의 대결로 격화되고, 결국 7년의 시간을 끈 끝에 그들은 전기의자에 처형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진범이 자백하고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나서면도 아직까지 당시 유죄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의견을 굽히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면에서 보자면 인간은 참으로 터무니 없이 비논리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노상강도 사건 당시의 정황을 알려진데까지 상당히 상세하게 설명한 후, 그 뒤에 펼쳐지는 법정공방에 관한 내용이 앞부분 절반정도에 해당하고, 후반부에서는 그들의 석방을 위해 헌신한 다양한 부류의 사람과 전세계에 울려퍼지는 함성을 그리고 있다.

몇 가지 코멘트할 부분이 있다.

p20에 미국 국가가 울릴 때 자리에 일어서지 않던 사람을 해병이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죽이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가 아나키스트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 수 없다.

(통상 공산주의자라고 불리는) 마르크스주의자와 아나키스트는 전통적으로 매우 관계가 좋지 못한데, 마르크스주의자는 혁명의 중간부분에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과도기적 단계를 필수적으로 보았고, 아나키스트는 그 부분을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마르크스주의 독립운동가와 아나키즘 독립운동가들간의 투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부분은 일전[2]에 소개한 바도 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사코와 반제티 문제를 이용했던 부분(p390)에서는 치가 떨린다.

책 속의 디테일한 묘사 때문에 약간 지루하다고도 생각될 수 있지만, 그만큼 사건의 상세한 부분을 알려주려는 저자의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앞부분은 약간 늘어지지만 조금 지나서 법정 공방 부분에 들어가면 법정 드라마를 연상시킬만큼 긴장되는 공방이 오고가므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세계를 울리는 함성이 있었건만 세월에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알려주는 기념물이 거의 전무한 듯 싶다. 다행히도 이런 출판물이 국내에까지 번역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고나 할까.

 


[1] 내 백과사전 [서평] 자동차 폭탄의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2012년 5월 4일
[2] http://zariski.egloos.com/248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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