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 시인 황허 인터뷰

예술하는 사람들이 왜 마약을 하는지 조금 알 듯도 하다.

라오웨이 저/이향중 역, “저 낮은 중국“, 이가서, 2004

p117-124

(전략)

그래서 자네는?

그날 밤은 술은 안 하고 류형이 특제 대마초 세 개비를 만들었지. 그 친구 말로는 권련으로 만들면 빠는 맛이 안 난대. 낭비도 많고. 제대로 맛을 보려면 가루를 은박지 위에 조금 올려 놓고 그 밑에 알콜 램프로 열을 가해서 코와 입으로 그 연기를 쑥 들이마시는 게 최고래. 중독성이 아주 강해서, 처음 하는 사람은 힘들지. 왜냐면 코로 그렇게 빨리 못 빨아들이거든. 솔직히 난 망설였어. 중독 될까봐 겁났거든.
헤이형 말이, 예술한다는 사람 중에 약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야. 말콤 카울리27의 소설 <Exile’s Return>을 읽어보면 곳곳에 아편이나 대마초 얘기라는 거지. 약을 하는 건 시를 쓰기 위해서지. 사람이 느슨해지고 최대한 자신의 잠재의식을 깨울 수 있으니까. 초현실적인 시ㆍ소설ㆍ회화ㆍ음악 작품들 중에 약하고 무관한 게 어디 있나? 바로 이 대마초 속에 영감이 있는데 이리저리 힘들여 돌아다녀서 뭐해? 이런 얘기였지.
그 친구들 모두 시인이고 호의로 권하는 거니까, 하자는 대로 한번 따라해보자 했어. 셋이서 침대에 드러누워서 약을 하는데, 깊이 빨아들인 다음, 내밷지 말고 좀 참고 있으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바로 뿜어져 나온대. 욱! 하고 구역질이 나왔지만, 한 이삼 분 지나니까 괜찮데. 헤이형이 내 귀에 대고 계속 “긴장을 풀게, 긴장을!” 이라고 속삭이는 거야. 시킨 대로 했더니 정말 마음이 느긋해지고 긴장이 쫙 풀려!
어느 샌가, 헤이형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들리기 시작해. 그리고 내 몸이 공중에 두둥실 떠오르고 천장이 계속 높이 올라가더니 결국 둔황이 태양속에서 보여! 동굴이 많이 보이고 그 속에 가물가물하게 벽화도 있어. 석가모니는 잠이 드셨어. 하시는 말씀이 자기는 이제 죽은 몸이래. 근데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갑자기 엄청 많은 시구가 내 눈에 막 들어와! 그 시구들이 마치 철로처럼 사막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널려있는데, 갑자기 그 철로가 벌떡 일어나기 시작했어! 땡그랑 땡그랑 거리는 시구 속을 지나가다가 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 나는 마치 그 철로처럼 무궁무진한 시구를 마음속에 담어 넣고는 외쳤지. “난 모든 대시인들을 다 압도했다! 노벨문학상은 나 아니면 안된다!”라고.

(중략)

그게 언제지?

89년이지. 그때만 해도 정식 약물치료소가 별로 많지 않아서 보통은 파출소에 가두어 두곤 했지. 하지만 난 마누라가 감히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못할 거라는 걸 감 잡고 있었지. 그 여자는 체면이 정말 중요한 여자거든. 그 여자가 끔찍이도 소중하게 여기는 거는 내 사회적 지위야! 내가 아니라고!
난 저축한 돈을 탈탈 털어서 다 썼어. 그리고 물건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팔아버리고 약 살 돈을 마련했지. 되기만 한다면 마누라하고 애새끼도 벌써 팔아버렸을 거야. 이놈의 세상에 인간들 너무 많지 않아? 그러니 필요한 데 쓰이도록 유통시켜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내 피 속에서 욕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어.
마누라가 미쳤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막 약을 하는 중이었거든? 그 여자, 부엌에서 식칼 두 개를 들더니 뭐라 뭐라 중얼거리면서 춤을 추며 내 쪽으로 오는 거야! 도대체 이 여자가 미쳤나? 무슨 노래를 부르고 지랄이야? 정말 이상했어. 마치 콩을 한 움큼 쥐었다가 바닥에 탁 하고 뿌리는 것 같았어. 그렇게 이 여자 목소리가 이리저리로 마구 튀었어.
결국 칼을 내 목에 들이대더니 “끊을래? 죽을래?”라는 거야. 난 약에 취해서 손 들 힘조차 없었어.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지 내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게 보여. 그 여자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됐어. 입가가 ‘씨익’ 하고 당겨지더군. 마누라가 “그래도 웃어?” 그래 사실 난 웃은 게 아냐. “이렇게 예뻐 보인 건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지. 침대가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어. 그 넓은 바다에서 난 마누라가 내 목을 쳐주길 애원하고 있었어! 기도에 칼을 대고 ‘스윽’ 하고 한번 그어주기만 하면, 난 바로 수많은 물고기로 변해서 파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약 기운이 떨어진 후에, 마누라는 완전히 미쳐가지고 길거리에 나가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어! 난 옷이 모두 칼에 찟겨서 너덜너덜해졌고, 온몸에 모두 쉰 네 군데 칼자국이 났어. 근데 별로 아픈지도 몰랐어. 병원 가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 그냥 집에 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상처가 모두 아물더군.
근데 마누라는 한번 미치기 시작하니까 도저히 수습이 안 되데. 나중에는 거리에서 칼춤을 추다가는 옷을 벗어던지고 지랄발광이었어. 결국 사람들이 붙잡아서 정신병원에 데려갔지. 애새끼는 도망갔고. 참, 현대인들은 모두 가정을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나는 이혼이나 재산분할도 안 하고 그냥 홀아비가 되어버렸네.

 


27 말콤 카울리 Malcolm Cowley (1898~1989), 미국의 시인이자 사회사가.

무슨 환상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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