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력거꾼 자오얼 인터뷰

중국 최하층민들을 인터뷰하고 그 대담을 책으로 엮은 ‘저 낮은 중국’을 읽고 있는데, 사회의 바닥을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 너무 생생하고 박력있게 묘사되어 있어 볼만하다.

라오웨이 저/이향중 역, “저 낮은 중국“, 이가서, 2004

p44-60

(전략)

가족계획 같은 건 안 했나 보네.

물론 했어. 어쩌다 하나 더 싸질렀더니 바로 벌금 3000위안을 때리데. 씨바, 때리면 뭐해? 돈이 없는데. 요즘은 예전하고 또 달라. 그러니 이것들이 걸핏하면 남의 집에 들이닥쳐 가지고 마누라를 잡아서는 피임링을 박아버리는 거야. 그거 한번 박으면 젓가락으로 꺼내려고 해도 안 돼.

숭단단이 나오는 <초생유격대>10란 테레비 프로 있지? 우리 같은 인간들이 배가 산만한 마누라를 데리고 전국을 싸돌아다니며 애새끼 싸질러대는 거 말야. 씨바 그건 완전 구라야! 생각해 보라고. 그 돌아다니는 데 드는 차비는 어떻게 감당해? 밥값은? 요즘 기차 몰래 타기 그렇게 쉬운 줄 알아? 탄다고 해도 몇 역 못 가서 바로 붙잡아 끌어내려.

딸래미들 셋은 모두 우리 동네에서 그냥 낳았지. 그랬더니 당연히 가족 계획 담당 공무원들이 들이닥치데. 걔들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성큼 들어오다가 재떨이만 밟았지. 딸내미 하나는 엄마 젖 먹고 있지, 나머지 둘은 이모 붙잡고 사탕 달라고 조르면서 울지. 이걸 보고 가더니 다음부터는 아예 찾아오지도 않아. 포기했나봐.

그렇게 가난하면서 뭐하려고 그렇게 많이 낳았어?

가난한 거는 타고난 거야. 어쩔 수 없지. 근데 말이지. 이 좆대가리는 그런 거 몰라. 내 몸에서 이게 제일 쓸만해. 그렇게 많이 싸질러대도 또 잘 살아나거든? 우리 같은 촌놈이 나이트클럽 갈 돈이 어딨니? 그러니 침대가 바로 나이트클럽이지. 불 끄고 나면 할 일 없잖아? 마누라 올라타고 나이트클럽 가는 거지 뭐. 인간이, 없이 살고 몸에 이가 들끓어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 돼. 까딱 잘못 하다간 마누라 배가 또 불러오거든. 아들놈을 하나 가지고 싶은데 잘 안 돼.

돈 모아서 집에 보낼 생각은 없나 보지? 보니까 지는 것도 아끼면서 절약하는 것 같은데.

집에 돈 못 보낸지 벌써 오래됐어.

그럼 집에서는 어떻게 먹고사는데?

어떻게가 어딨어? 알아서 하는 거지 뭐. 시골 애들이 무슨 금지옥엽이야? 두세 살만 되면 걸어다녀. 그럼 밥도 빌어먹고 구걸도 다들 잘해. 그게 안 되면 그냥 밥그릇이나 핥아도 살긴 살아. 마누라가 애들 데리고 시내 가서 그러나 보더라고. 뭐 이리저리 길도 잘 알고 하니, 모르긴 해도 나보다 많이 벌걸? 애들은 너무 곱게 키우면 안 돼. 희멀건 뒤룩뒤룩 해가지고 이틀이 멀다 하고 병원이야. 우리 애들은 아무리 내놓고 키워도 한 번도 아픈 적 없어. 그냥 모른 체하고 조금만 지나면 쑥쑥 커.

형씨 진짜로 아버지 노릇 하는 거 신경 안 쓰네?

그런 소리 하지 마.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들어 죽겠어. 걔들은 그래도 잘 데는 있잖아? 보라고 나는 그냥 길거리에서 자는데? 여기 사람들 10명쯤 돼도 내가 나이 많은 축이야. 여기가 쥬옌교 인력시장에서 가깝잖아? 그러니 아침 일찍 가서 밥 먹고 일꾼 뽑는 거 기다리는 거야. 아 씨바! 또 배고프네. 날이라도 아직 좀 밝으면 그냥 공사판 가서 노가다 해서 돈이라도 챙기는데.

(중략)

인력거 돈도 안 주나?

그 동네 깡패들 괜히 건드렸다 큰일 날라고? 그 새끼들한테 세금 안 뜯긴 것만 해도 다행이라니까. 게다가 내가 불법이잖아? 그러니 무슨 일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나 할 수 있나? 괜히 파출소 가면 바로 자수하는 거나 다름없어. 그 동네 깡패들 조직이 몇 개나 돼. 지들끼리 맨날 싸움질이지. 칼부림도 하고 아주 난리야. 난리.

사람 다치기도 하겠네?

당연하지! 창자도 튀어나오는데! 그래서 내가 한놈 싣고 병원까지 달린 적도 있어. 참, 의사도…… 무슨 의사라는 인간이 그래? 돋보기 끼고 무슨 아줌마들 구두 꿰매는 것 처럼 툭툭 소리 내면서 상처를 꿰매. 피가 계속 줄줄 흘러서 밑에 세숫대야에 탁탁 떨어지는데 의사 간호사 바지 가랑이가 흠뻑 젖을 정도였다니까. 근데 재밌는 건 찔린 놈들 그렇게 많이 봤지만, 죽는 놈은 별로 없어.

제일 독한 놈들이 바로 이족11애들이야. 길가에 시커멓게 둘러앉아 가지고 무슨 독수리새끼 같애. 걔들 차얼와 걸치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루 종일 꼼짝도 안 해. 먹고 마시지도 않아. 똥오줌 쌀 때나 움직이지. 반년 전에 아까 그놈들 구역이었는데 한족 애들이 감히 근접을 못해. 결국 물러나면서 이족 애들보고 ‘먹구름’이란 별명이나 하나 붙였지.

그 별명 참 실감나네

이족 애들 얼마나 게으른 줄 알아? 걔들은 배고파 죽을 정도가 아니면 강도짓도 안 해. 하지만 한번 마음먹고 만만한 놈이 보이잖아? 그럼 우우 그냥 따라가. 그러고는 차얼와를 쫙 펼치고 둘러싸서는 아무말도 안 해. 그냥 “워! 워! 워!” 하고 섬뜩한 소리만 질러. 분위기 보고 알아서 지갑 줘야지. 개긴다, 그럼 바로 칼침이지. 그 칼에 무슨 이상한 독이 묻어 있어서 몇 달 가도 상처가 잘 안 낫는다나?

결국 이족이 도둑놈들 밀어낸 거네?

그의 그렇다 봐야지. 이족 애들이 한번 온다, 그럼 그 동네 도둑놈들하고 강도는 씨가 마르는 거야. 그러고 나면 이족 애들이 행동 개시 하는 거지. 한밤중에 밤 고양이처럼 민가를 털어. 갈고리 달린 밧줄만 있으면 담벼락 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걔들 고향이 원래 저기 산동네잖아? 그러니 그런 건 모두 도사지.
걔들 특징이 뭐냐. 보이는 대로 가져간다는 거야. 베란다에 널어 놓은 순대, 고기, 옷, 심지어는 갓난애들 기저귀까지 닥치는 대로 차얼와 안에 집어넣어. 집 안으로 들어가잖아? 그럼 그집은 작살난 거야. 못 들고 가는거, 특히 냉장고 세탁기 같은 거, 그 자리에서 아주 박살내버려. 이러니 사람들 원성이 자자하지. 매년 경찰이 일제단속하지. 범죄혐의 있는 놈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잡아서 모조리 고향으로 강제로 돌려보내.
그러니 이족 애들이 제일 무서워하는게 경찰이야. 한번 떳다 하면 하수도고 뭐고 바로 숨어. 밑에서 숨어있는 놈 끌어내면 바지 벗겨지고 안 나가겠다고 버티고 난리도 아냐. 단속이 끝나고 나면 한 3주 조용하지. 대신에 이번에는 깡패새끼들이 들이닥치는 거야. 이족들이 떠났으니 주민들은 좋아하지만, 이제는 행인들이 낭패를 보는 거지.

강도당하는 걸 본 적은 있나?

그럼. 2년 전만 해도 혼자서 살짝 지갑이나 슬쩍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이것들이 아예 조직을 만들어서 백주대로에서 뜯는다니까? 귀걸이며 팔찌며 몇 놈이서 여자애 하나를 개털 만드는 거야. 제일 만만한게 요란하게 치장하고 다니는 여자들이야. 걔들 손바닥만한 가방 하나 들고 엉덩이 살랑거리며 돌아다니잖아? 아주 사람 죽이지! 눈깜짝할 새에 가방을 뜯어버려. 아니면 아예 그냥 뺏어서 들고 가. 만약 “도둑이야”하고 소리치잖아? 바로 뒤통수에 돌멩이가 날아들어.
한번은 무슨 사장 한 명을 태우고 가는데 이 사람 덩치가 장난이 아냐. 가는 내내 핸드폰으로 뭐라 뭐라 씨부리는데 정말 짜증났어. 근데 갑자기 뒤에서 일곱 여덟 놈이 왕창 나타나서 날 꽉 붙잡아. 하마터면 인력거도 뒤집어질 뻔했다니까. 씨발 그 사장이라는 인간 온 몸을 샅샅이 뒤지더군. 허리띠도 뽑아버리고 빤스 안까지 뒤졌다니까. 결국 무슨 서류, 핸드폰, 신발까지 다 가져갔어. 그 인간이 제발 신발은 좀 그냥 두고 가라고 울며불며 매달렸지. 그러니까 그 강도 새끼들이, 많이 챙겼으니까 신발은 주지, 하면서 신발 밑창을 완전히 뜯어버리고는 툭 던져주더군. 거기 안에 또 뭘 숨겼나 보는 거지. 그 사장 완전히 거덜 났어.

형씨, 뭐하는 인간이야? 백주대로에서 강도를 봤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왜? 나도 겁나 죽겠는데? 게다가 이런 일이 어디 한두번 이야? 괜히 끼어들었다 죽을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내 인력거만 신경 썼지. 망가지면 수리비용 장난이 아냐. 그래서 그냥 옆에서 초조하게 보고만 있었지. 그 사장 인간 아주 병신같은 자식이야. 생긴 건 힘깨나 쓰겠는데, 나중에 인력거 탄 돈 달라고 했더니 막 욕을 하는 거야 글쎄.

(후략)

 


10 계획 외 출산을 위해서 정부의 인구출산 관리망을 피해 도시에서 도시,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 다니는 유동인구를 빗대서 하는 말. 1989년 설날에 방영된 이런 주제의 TV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이 용어가 퍼졌다. 超生遊擊隊. 유동인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증가하여 현재는 약 1억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중국정부는, 각 지역 정부가 성省을 넘어 유동하는 인구에 계획생육(계획출산) 증명서를 발행하여 이들 각급 정부가 해당 지역의 인구관리에 나서도록 촉구한다.
대도시인 상하이는 유동인구가 정부의 계획생육 정책의 감시망을 피해서 계획 외 출산을 할 수 있는 ‘피풍항(避風港 : 피난지)’으로 불릴 정도였다.
숭단단宋丹丹은 연기자로서, 1990년 설날에 이러한 초생유격대의 행태를 풍자한 특집 TV프로에서 딸이 이미 셋 있는데 아들 하나를 낳기 위해서 감시의 눈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 다니는 농촌 부녀자로 출연했다.

11 중국 서남부 윈난 쓰촨 구이저우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소수민족. 차얼와察爾瓦는 이들의 민족의상으로서 망토처럼 검은색의 외투다. 彝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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