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언어의 기원

언어의 기원10점
베르나르 빅토리 외 지음, 이효숙 옮김/알마

위키피디아의 Origin of language 항목에 따르면, 1866년 파리언어학회는 정관에 언어의 기원에 관한 어떤 연구도 금지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일전에 소개한 크리스틴 케닐리의 저서[1]에서도 잠시 소개가 된다. 그만큼 사람들은 언어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방대한 지식의 축적으로 인해 인류 최초의 언어에 관한 정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아낼 수 있다. 동물의 의사소통과 비교하여 초기 언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추적한다든지(동물행동학), 고인류의 두개골을 비교하여 초기 언어를 구사하는 발성 능력이나 인지 능력을 추정한다든지(고인류학), 진화 과정에서 초기 언어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였고 왜 자연선택에 살아남은 다른 많은 종들은 그러한 언어능력을 구사할 필요가 없었는지(진화생물학), 인간의 유전자의 어느 부분이 언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분자생물학), 여러 언어들을 비교하여 언어의 고유한 속성을 통해 초기 언어의 형태를 추적한다든지(비교언어학) 등등 수많은 첨단 지식의 협력을 통해 그 기원을 대략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 따라서 언어의 기원을 연구하는 것은 대단히 광범위한 분야의 다각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이 대단히 적지만 세 명의 다른 저자가 쓴 짧은 글을 모아 놓은 책인데,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논의들의 어렴풋한 면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저자인 파스칼 피크의 글은 크리스틴 케닐리의 책[1]을 요약정리 한 글이라 볼 수 있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케닐리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저자인 베르나르 빅토리의 글은 초기 언어를 추론하는 내용인데 지나치게 추론하는 내용 뿐이라 실체적인 증거가 좀 더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 저자인 장 루이 데살의 글은 초기 언어에 관해서라기 보다는 진화상 언어의 일반 기능에 관한 글이라 약간 제목에서 벗어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ptation이라는 단어가 두 번(p54, p68) 나오는데, 한국어로 확정적인 번역이 없는 단어다 보니 역자가 일관성 없이 번역하고 있다. 고생물학 책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단어라서 의미를 알아 두면 좋은데, 생물의 어느 한 기능이 원래 그 기능이 사용되도록 하는 용도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이도록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 밖에 ‘단속 평형‘등 몇몇 고생물학 용어가 나오는데, 주석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여하간 200쪽이 안 되는 짧은 책이니 만큼 슬쩍 재미로 보는 입문서로서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2013.9.2
사이언스매거진 Striking Patterns: Skill for Forming Tools and Words Evolved Together 2013-08-30 17:00

 


[1] 내 백과사전 [서평] 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2013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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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서평] 언어의 기원

    • 헛, 처음 봤습니다. 링크 감사합니다. 백만년이면 호모 에렉투스까지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사실이라면 상상해왔던 호모 속의 생활모습이 꽤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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