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에 대한 소고

작문의 종결 후, 글을 다듬는 과정인 ‘퇴고‘의 유래에 대해 다들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한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밀 퇴推, 두드릴 고敲에는 ‘퇴고’의 의미가 없다. 왜 이런 의미가 되었나?

이는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_- 남송의 문학가 계유공이 쓴 ‘당시기사(唐詩紀事)’에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전해진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推敲

독음 : 퇴고
단어 : 推 옮길 추, 밀 퇴 敲 문두드릴 고

풀이 : 미느냐 두드리느냐라는 뜻으로, 시문(詩文)의 자구(字句)를
여러 번 고침을 이르는 말

설명 : 당(唐)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문득 좋은 시상(詩想)이 떠올라서 즉시 정리해 보았다.
제목은 ‘이응(李凝)의 유거(幽居)에 제(題)함’으로 정하고, 다음과 같이 초(草)를 잡았다.

閑居隣竝少(한거소린병) 이웃이 드물어 한적한 집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이 자란 좁은 길은 거친 뜰로 이어져 있다.
鳥宿池邊樹(조숙지중수) 새는 못 속의 나무에 깃들고
僧推月下門(승퇴월하문)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밀친다.

그런데, 결구(結句)를 밀다(推)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敲)로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궁리하며 가다가 자신을 향해 오는 고관의 행차와 부딪혔다. 그 고관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이며 부현지사(副縣知事)인 한유(韓愈)였다. 가도는 먼저 길을 피하지 못한 까닭을 말하고 사괴하였다. 역시 대문장자인 한유는 뜻밖에 만난 시인의 말을 듣고 꾸짖는 것은 잊어버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 내 생각엔 두드리다가 좋을 듯하네.” 이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이 고사로 인해 퇴(堆)와 고(鼓) 두 자 모두 문장을 다듬는다는 뜻이 전혀 없는데도 그러한 뜻을 지니게 되었다.

근데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조금 다르다. 일단 시인 가도가 고민했다는 것은 推자를 쓰든 敲자를 쓰든 어느 글자든 어느 정도 어울리며, 시문의 형식적 부분을 완전히 충족시킨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고민한다는 것은 순전히 감상적 측면에서의 선호를 따르는 것이며, 이로 미루어 볼 때 현대인도 충분히 두 글자 중 한 자를 선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반적인 한적함, 고요함, 그리고 정적인 이미지로 미루어 볼 때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는 것 보다 밀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문을 두드리는 행위는 일종의 이벤트로서 어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다가 결구에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끝낸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차라리 전체적인 풍경과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밀어내며 (들어오는 것이든 나가는 것이든) 이동하는 고즈넉한 풍경이야 말로 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은 감히 단언컨대 비록 그가 당송팔대가 중의 한 사람이지만 한유의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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