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공정의 스피드

한국인의 특성인 ‘빨리빨리’ 근성이 보통은 부적절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몇 안되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다. 기술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quick and dirty 수법이 잘 먹히는게 아닐까 싶다.

포브스 한국어판 11월호에 미하엘 그룬트 한국 머크 사장 인터뷰가 실려있다. Merck KGaA는 독일에 본사를 둔 화학 및 제약 기업으로,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을 연구하는 모양이다.

여하간 그의 말을 잠시 인용해보자면 이러하다.

(전략)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주도했다.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는데.

한 나라에 하나 정도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삼성과 LG라는 2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했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일본은 독일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TV의 경우 디스플레이 구석까지 선명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아주 세부적인 정확성에 치중하다 보니 대규모 투자나 신기술 상용화에 한국보다 스피드가 떨어졌다. 한국은 정확한 공정 수율(yield)이 나오지 않아도 일단 가동을 해 보고 이후 이를 수정해가며 기술 학습을 한다. 실행을 통한 재빠른 학습이 한국의 특징이라고 할까. 독일이나 일본은 연구를 통한 학습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이 기술 흡수 능력이 떨어졌던 1990년대만 해도 독일ㆍ일본이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격차가 거의 없다. 당분간 한국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후략)

미하엘의 분석은 유노가미 다카시의 ‘일본 반도체 패전‘에서 짚어내고 있는 것과 정확히 동일하다. 그가 유노가미의 저서를 읽었을 가능성은 낮은 것 같고,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여하간 유노가미의 원인 분석이 비교적 정확했음을 증명하는게 아닐까 싶다. ㅎ

 


2014.8.6
지디넷 日, 韓·臺에 밀려 UHD 패널 길을 잃다 2014.08.06 / PM 03:52
여기서 지적하는 일본 패널 산업의 문제도 유노가미의 지적의 재탕이다. 문제가 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없는 기묘한 상태이다. 이거야말로 zugzwang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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