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그 많던 언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8점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

타 민족의 탄압이나 세계화등 다양한 이유로 여러가지 언어가 더 이상 쓰이는 일이 없어 사멸해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책은 현재 사멸해가는 언어들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왜 그런 현상을 막을 필요성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절판이라 하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대여해 읽어보았다. 어떤 거지같은 놈이 도서관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은 흔적이 엄청 많다. 도서관 책에 줄 좀 긋지 맙시다!

여하간 문외한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언어가 적으면 적을 수록 좋은게 아니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본인도 언어에 무지한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해 왔었다. 그러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종족의 문화, 정신, 유산, 역사를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인류에 대한 깊고도 다양한 이해를 할 기회를 그만큼 놓치게 되는 현상이다. 일전에 기 도이처의 저서에서 소개한 구구이미티르 어도 역시 안타깝게도 사멸 중인 언어인데, 이 언어가 없었다면 언어가 인간의 방향감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덜했을 것이다. 뭐 이런 언어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함에 대한 당위성은 생물의 다양성과 비교하며 본 서에서 끊임없이 설명하고 있으니 굳이 본인까지 첨언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특히 소수민족에 대한 핍박이나 반인류적 행위의 결과들 중의 하나로 표출되는 현상이 언어 사멸이므로, 본질적으로 언어 사멸 문제는 민족 분쟁문제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본 서에서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설명하고 있다.

사실 본인은 언어학적 지식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그러한 내용은 비교적 적다. 전반적으로 책 전체의 내용은 설명문보다 논설문에 더 가깝고, 언어학보다는 인류학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몇 군데 짚어볼 데가 있다.
p35에 에야크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한 말이 인용되어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어가 사멸하여 일상 생활에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최후의 인물이 된다면, 어떤 느낌이 될까? 알래스카 코르도바 지역의 마지막 에야크 인디언인 마리 스미스는 유일한 순혈 에야크인이자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히 말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내 아버지가 에야크 족의 마지막 추장이셨는데, 내가 부친의 자리를 물려받았지요. 지금은 내가 추장입니다. 내가 코르도바로 가서 우리 땅에서 행해지는 벌목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정말 애절한 느낌이 들지 않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p110에는 투유카어의 동사 활용법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 있다. 투유카어는 일전에 이코노미스트지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로 선정된 바 있지만 (뭐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만 ㅋ)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아쉬웠는데, 부가적인 정보가 있어 도움이 된다. 투유카어는 정보를 얻는 방법에 따라 동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른데, 여기서 예시를 보이고 있다.

díiga ape-wi 나는 그가 축구하는 것을 보았다(시각적 의미)
díiga apé-ti 나는 축구할 때 나는 소리와 그의 목소를 들었지만 보지는 않았다(비 시각적 의미)
díiga apé-yi 나는 그가 축구를 했다는 증거 – 예를 들면 운동장에 남은 발자국 등 – 을 보았다. 그러나 그가 축구하는 것을 본 것은 아니다(추정상의 의미)
díiga apé-yigɨ 나는 다른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간접적 의미)
díiga apé-hĩyi 그가 축구를 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위 동사의 네 번째 활용에서 i에 슬래쉬를 겹쳐 표기하고 있는데, 본인이 무지해서 그런지 동일한 유니코드를 발견할 수 없어 i에 가로 빗금을 대용으로 표기하였음)

p120에 디르발어의 독특한 명사 분류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일견 복잡하고 불규칙해보이긴해도, 일전에 소개한 기 도이처의 저서에서 젠더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별도의 포스팅을 해 보겠다.

p144에 파푸아 뉴기니의 다양한 언어 생태학적 환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으로 인상적이다. 별도의 인용을 해 보겠다.

p235에 웨일스어의 쇠락에 관한 역사를 소개하면서, 영국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는데, 토착어 탄압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일본 식민지로 더 오랜 기간을 보냈다면 거의 확실히 한국어가 사라졌을 것이라 본다.

여하간, 인류학적 관점에서 언어의 소멸과 보전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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