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막말 유신

막말.유신10점
이노우에 가쓰오 지음, 이원우 옮김/어문학사

기다리던 어문학사의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 1권이 나오길래 잽싸게 샀는데, 독서를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어봤다. ㅎ 저자 井上勝生선생은 의외로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 듯?

책 자체는 페리 개항부터 서남전쟁까지 격변하는 일본내 사건들을 요약정리하면서 기존에 생각해오던 막부를 바라보는 관점을 약간 달리해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각 사건의 연대가 헷갈려서 독서중에 위키피디아 검색을 상당히 많이 했는데, 책의 맨 뒤에 연표가 있었다-_- 젠장.

저자는 막부가 단순히 구시대적 체제로서 쇄국정책을 펼쳤다고 보기 보다는, 당시에 취할 수 있는 비교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페리에 의한 개국 협상의 경우도, 불평등 조약이었기는 하나 이는 서구권의 관례를 막부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페리가 일본이 비 인도적 국가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미국의 멕시코 전쟁의 사례를 들어가며 오히려 논박(p29)하고 있다는 부분이 나온다. 러시아 푸탸틴이 자유무역이 국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개국을 요구할 때도 보호무역의 장점으로 논박을 하는 부분(p41)이 나온다. 일전에 네덜란드 풍설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외교에 대한 준비와 풍부한 해외 정보 없이는 이러한 대응이 나올 수 없지 않은가 싶다. 강화도 조약과 미일화친조약을 자주 비교하는데, 이건 수준이 다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밖에 몇몇 본인의 지식을 교정한 부분이 있었다. 나마무기 사건으로 발발한 사쓰에이 전쟁을 묘사하는 부분(p135)은 본인이 알고 있었던 바와 꽤 다른 분위기로 묘사하고 있다. 영국이 사쓰마 번을 일방적으로 포격하면서 상륙작전의 필요성조차 못 느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인 줄 알았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영국의 피해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일본의 식민지화 위기 논의가 언급(p136)이 되는데, 막말 일본의 식민지화 위기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왜 일본이 식민지가 안 되었는지는 흥미로운 논쟁이다. 이 부분에서 1861년 러시아 군함이 대마도를 무단점령하는 사건(ロシア軍艦対馬占領事件) 이야기가 나온다. 본 서에는 언급이 없지만 본인이 볼 때 이것은 더 큰 세계사의 관점에서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 1861년이면 일전에 소개한 피터 홉커크 선생의 저서에 잘 설명되어 있듯이, 한창 그레이트 게임 중이 아닌가! 이 책에는 러시아 군부에 퍼져 있는 주전론적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어, 왜 러시아 해군이 정부도 모르는 독단적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 러시아 식민지가 될 가능성은 영국의 견제 때문에, 또 지정학적 위치상 영국의 식민지가 될 가능성도 비교적 낮지 않나 한다.

역시 유신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유력번 중 하나인 사쓰마 번은 오늘날 가고시마 현 일대인데, 가고시마시의 유신후루사토관(維新ふるさと館)에 가면 유신에 대해 이런저런 사료나 역사적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어 꽤 유익하다. 일전에 본인의 가고시마 기행문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ㅋ

판적봉환 이후로 유신 개혁파들이 국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헌법을 제정하고 삼권분립을 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또 그 와중에서 반대하는 민중을 폭력적으로 억압했지만) 어떻게든 정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하는 과정이 무척 인상깊다. 일전에 소개한 이토 이로부미의 전기나 마루야마 마사오와 가토 슈이치의 대담을 엮은 ‘번역과 일본의 근대‘에서도 느끼지만, 당대 지식인들이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제도들을 만들기 위해 했던 고뇌들을 느낄 수 있다. 과연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 밖에 아이누류큐 등 일본의 주변 억압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씩 언급하고 있어, 후에 있을 제국주의 정책의 전조로 보고 있다. 괜찮은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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