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언어의 죽음

언어의 죽음10점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이론과실천

일전에 소개한 책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과 거의 같은 맥락선상에 있는 책이다. 점차 사멸해가는 언어들의 진행 상황, 보호의 당위성, 사멸 원인, 할 수 있는 대책 등 체계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어,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에 비해 더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다.

자꾸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과 비교하게 되는데, 두 책이 비교적 내용상 비슷하므로 각별히 관심이 많지 않다면 두 책 중 하나만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은 약간 인류학적 견지에서 쓰여진 반면에, 이 책은 상황 설명과 당위성부터 대책까지 좀 더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좀 더 나은 것 같다.

원체 소수 언어에 대한 정보가 없는 탓인지는 몰라도, 일전에 소개한 투유카 어의 동사활용에 대한 이야기(p96)가 또 나온다. 피라항 어도 그렇고 동사에 증거성 체계가 붙어있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일전에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으니 이건 패스.

장모 언어에 대한 설명이 잠시 나온다. 흥미롭지만 설명이 길지 않으므로 직접 인용해보겠다.

p101-102

언어는 또 어휘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친족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결혼이나 죽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금기 관계 때문에 완전히 다른 투style를 쓰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사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견되는 ‘회피 언어avoidance language’이다. 남자는 보통 아내의 여러 친족을 – 대개는 장모와 처남들, 때로는 장인과 처형ㆍ처제를 – 회피한다. 회피에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피하는 데에서부터 특별한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데까지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딕슨은 다르발 어의 회피 상황을 연구하면서 언어 선택에 관심을 두었다.78 이 언어에서는 일상 언어는 구왈Guwal이라고 부르고 ‘장모’ 언어는 댤릉구이Dyalnguy 라 부른다. 댤릉구이는 내가 하는 말소리가 회피 대상인 인척 귀에 들릴 만한 상황일 때 사용한다. 들의 차이점은 거의 어휘 쪽이다. 댤릉구이의 어휘는 구왈의 1/4 정도 된다.

 


78. Dixon, R. M. W.). 1972 The Dyirbal language of North Queenslan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오스트레일리아 언어에서 독특한 담화체discourse style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예는 다민 어Damin인데, 북부 퀸즐랜드의 라르딜 족Lardil이 남자의 성인식 일부로 배운다 다민 어는 음운 체계가 라르딜 어와는 아주 다르고 어휘가 대단히 축소되어 있다. 헤일에 따르면 이 언어의 어휘는 논리적 결속력이 있는 개념군을 나타내는 추상 명사 체계를 이용하여 거의 모든 개념을 다 나타낼 수 있으면서도 하루 만에 배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다민어를 유창하게 말한 최후의 사람은 몇 년 전에 사망하였다. Hale, Ken 1998. On endangered languages and the importance of linguistic diversity. 그레노블ㆍ훼일리(편), 205 이하에 수록.

촘스키 선생 이후로 언어학의 일반원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추상화작업이 유행하는 탓인지는 몰라도, 사멸 언어에 대한 연구가 언어학 주류에서도 점차 도외시 되고 있다는 부분(p103)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심지어 위기 언어 연구를 자원하는 학생의 신청을 거절하는 언어학과도 있다고 한다. 현대 언어학의 문제점 포스트도 참고 바란다.

일전에 소개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과 거의 비슷한 선상에 있는 책이므로, 그 서평을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이 책안에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를 슬쩍 언급하기도 한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은 이미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울 듯 하니, 이 책을 대안으로 읽는 편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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