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광학 망원경들의 경쟁

Nautilus 매거진의 웹사이트에서 근래 건립중인 대형 광학 망원경들에 관한 이야기[1]가 올라와 있는데, 무척 재미있어 소개한다. 꽤 긴 글이지만 읽을만하다.

일전에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소개[2]한 적이 있다. 팔로마 산 천문대에서 지내는 천문학자들의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인데, 그 낭만적인 묘사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현재 애석하게도 절판이지만, 꼭 한 번 읽어보시라.

그 팔로마 산 천문대의 ‘눈’인 Hale 망원경은 단일 반사경으로 직경이 5.1미터에 달한다. 1949년에 건립되어 1975년 BTA-6이 건립될 때까지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이었다. BTA-6은 6.05미터의 직경으로 Hale보다 좀 더 크지만, 자체 무게로 인한 균열 등으로 인해 제 능력을 그리 많이 발휘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에서 묘사하듯이 낚시바늘 두께의 오차로도 상이 흐려지는 망원경의 정밀성을 감안해본다면, 거대 광학 망원경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물건인지 능히 짐작이 간다.

1992년 하와이에 직경 10미터의 Keck 망원경이 건립될 때 까지, 컴퓨터는 수백만 배 빨라지고 입자가속기가 여덟 개가 건립되는 그 기간 동안 Hale은 거의 반세기가량 실질적으로 세계 최대 망원경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오오.

Keck 망원경은 단일 반사경이 아니라 각기 독자적인 곡률을 가진 육각형 모양의 여러 반사경을 정교하게 조립한 것이라고 한다.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에서도 묘사하고 있지만, 정교한 대형 반사경을 만들기 위해 하는 고생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10미터짜리 단일 반사경의 건설은 아마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는 점에서 이러한 기법은 실용적인 듯.

이제 21세기에 들어와 천문학 투자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듯 하다. 근래 전세계에서 세 개의 거대 망원경이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이름 그대로 직경 30미터짜리 반사 망원경 Thirty Meter Telescope가 하와이에서 건설 예정에 있는 모양. 두 번째는 칠레에 직경 25.448미터의 Giant Magellan Telescope가 건설 예정에 있다. 마지막으로 무려 직경 39.3미터의 European Extremely Large Telescope가 칠레에 건설예정에 있다. 근데 세 개 모두 참 이름 짓는 센스는 없는 듯. ㅋㅋ

재미있게도 TMT와 E-ELT는 반사경의 육각형 부품 사이즈가 1.44미터로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쪽이 다른 쪽을 대체할 수는 없다. 모든 반사경은 각자 고유의 곡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하다보니 우연히 된 듯. TMT는 492장이 들어가고 E-ELT는 798장이 들어간다.

반면에 GMT는 8.4미터 크기의 일곱 개 원형 반사경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원형이면 완전히 커버를 못하고 원 사이가 빌 것 같은데, 뭐 잘은 몰라도 이 정도 집광력이면 상관없는 모양이다. 각 여섯 개의 반사경은 중심에서 대칭적이지 않은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19나노미터의 정밀도로 연마해야 한다고 한다. 헉.

역시 이런 건설사업은 돈이 중요한데, TMT의 가장 큰 손은 중국인 것 같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이 합쳐서 10억달러 정도 투자하는 듯. 중국은 독자적으로 30미터 스케일의 망원경 건립 계획도 했던 모양인데, 천문대를 놓을 정도로 좋은 환경을 가진 지역이 그 넓은 중국땅에도 없어서 계획을 변경한 듯 하다. ㅎㅎ 그 밖에 인도, 일본도 TMT를 지원하고 있다.

E-ELT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에 국가의 GDP에 비례하는 일정 투자금액을 제공해야 하는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3]으로서는 메리트가 낮은 듯. 그러나 브라질은 E-ELT에 참여하기로 하고 국회 비준만 남아있다고 한다. GMT에는 한국과 호주가 지원하고 있다.

어쩌다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이 세 개의 거대 프로젝트가 수면에 올라오면서 서로 경쟁심리같은게 슬슬 발동하는 모양이다. 아직은 언제 완공될지 확답할 수 없지만, 자기네들이 먼저 완공해야겠다는 의지가 저면에 깔려 있는 듯 하다. 그 시기는 아마 2020년 이후가 될 것 같지만, 세 개의 큰 ‘눈’들이 뜨는 순간을 개인적으로 기대해본다. ㅋ

 


2015.12.7
네이쳐 Hawaiian court revokes permit for planned mega-telescope 03 December 2015
TMT의 대위기!

 


[1] Nautilus The Billion-Dollar Telescope Race MARCH 13, 2014
[2] http://zariski.egloos.com/2315334
[3] 내 백과사전 중국의 GDP가 일본의 GDP를 따라잡다 2010년 8월 21일

2 thoughts on “대형 광학 망원경들의 경쟁

  1. 내셔널 지오그래픽 2009년 7월호에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내용들이 조금 더 있습니다. 레이저로 성층권 나트륨 원자를 들뜨게 해서 관측용 인공별을 만든 다음 그 별 상태를 바탕으로 보정거울을 초음파 모터로 초당 천 번씩 진동시켜 화질을 끌어올리는 (카메라의 손떨림 방지 기능인 셈이죠) 적응광학이 여러 천문대에 적용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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