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뉴스 페퍼민트의 기사 ‘기억에 관한 10권의 책'[1]에서 소개된 목록 가운데 흥미를 끄는 책이 있다. 바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인데, 번역서를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절판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교보문고에서 e-book을 판매하고 있어 읽어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교보문고 전용 안드로이드 뷰어는 여러모로 불편해서 그리 읽기에 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환자 Solomon Shereshevsky를 수십 년간 연구 관찰한 신경심리학자 Alexander Luria의 저서이다. 책 제목만 봤을 때, 보고 듣는 모든 현상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만, 그런건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고자 의식적 노력을 하는 경우에는, 대상의 복잡도에 상관없이 아무리 오래된 사항이라도 기억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 책은 기억력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독특한 공감각 능력에 대한 임상관찰이라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책의 소개에서는 여러모로 그의 놀라운 기억력이 부각되어 있지만, 본인이 볼 때 그의 기억력은 일종의 부수적 현상같아 보인다. 그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을 공감각적으로 인지하고, 따라서 그 공감각을 재생함으로서 기억술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담벼락을 보고 맛과 소리를 느끼며, 단어를 듣고 그 단어를 시각적으로 느낀다. 따라서 단어와 연관된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단어들을 이해하거나, 동음이의어와 동의어를 파악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히 흥미로왔던 부분으로, 그가 태어난지 한 살도 안 된 시점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주 어릴 적 기억을 잃는 Childhood amnesia 현상이 나타나므로, 개인적으로 이 때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 매우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

정신 병리학에 관한 임상 관찰 기록일지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올리버 색스의 저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책의 뒤에 나오는 후기에서 실제로 올리버 색스가 루리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올리버 색스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저서들은 국내에도 꽤 많이 번역되어 있는데, 본 블로그에서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2]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런 종류의 병리학적 관찰에 관심이 있다면 읽을만할 것 같다. 이 밖에도 이런 독특한 임상 관찰에 관심이 있다면 라마찬드란의 저서[3]를 권한다.

텍스트 자체는 그리 길지 않으므로 다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루리아의 저서 중 국내에 번역된 다른 것으로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가 있다. 이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이 책의 뒷 부분에 위치한 해제에서 ‘조각난 기억을 가진 사나이’라는 번역으로 언급되어 있다. 요것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ㅎ

 


2014.5.2
공감각(synaesthesia)의 종류와 그 응용 in NewsPeppermint

 


[1] 기억에 관한 10권의 책 in NewsPeppermint
[2] 내 백과사전 [서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2012년 5월 18일
[3] 내 백과사전 [서평]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 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2011년 8월 18일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