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뉴스 페퍼민트의 기사중에 ‘기억에 관한 10권의 책‘에서 소개된 목록 가운데 흥미를 끄는 책이 있다. 바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인데, 번역서를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절판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교보문고에서 e-book을 판매하고 있어 읽어볼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교보문고 전용 안드로이드 뷰어는 여러모로 불편해서 그리 읽기에 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환자 Solomon Shereshevsky를 수십 년간 연구 관찰한 신경심리학자 Alexander Luria의 저서이다. 책 제목만 봤을 때, 보고 듣는 모든 현상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만, 그런건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자신이 기억하고자 의식적 노력을 하는 경우에는, 대상의 복잡도에 상관없이 아무리 오래된 사항이라도 기억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 책은 기억력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독특한 공감각 능력에 대한 임상관찰이라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책의 소개에서는 여러모로 그의 놀라운 기억력이 부각되어 있지만, 본인이 볼 때 그의 기억력은 일종의 부수적 현상같아 보인다. 그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을 공감각적으로 인지하고, 따라서 그 공감각을 재생함으로서 기억술을 보인다. 예를 들어 담벼락을 보고 맛과 소리를 느끼며, 단어를 듣고 그 단어를 시각적으로 느낀다. 따라서 단어와 연관된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단어들을 이해하거나, 동음이의어와 동의어를 파악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히 흥미로왔던 부분으로, 그가 태어난지 한 살도 안 된 시점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사람이 아주 어릴 적 기억을 잃는 Childhood amnesia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때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 매우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

정신 병리학에 관한 임상 관찰 기록일지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올리버 색스의 저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책의 뒤에 나오는 후기에서 실제로 올리버 색스가 루리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올리버 색스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저서들은 국내에도 꽤 많이 번역되어 있는데, 본 블로그에서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런 종류의 병리학적 관찰에 관심이 있다면 읽을만할 것 같다. 이 밖에도 이런 독특한 임상 관찰에 관심이 있다면 라마찬드란의 저서를 권한다.

텍스트 자체는 그리 길지 않으므로 다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루리아의 저서 중 국내에 번역된 다른 것으로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가 있다. 이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는 이 책의 뒷 부분에 위치한 해제에서 ‘조각난 기억을 가진 사나이’라는 번역으로 언급되어 있다. 요것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ㅎ

 


2014.5.2
공감각(synaesthesia)의 종류와 그 응용 in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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