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도덕적 판단

국내에서 인문서로서는 이례적으로 100만권이상이 팔리며 센세이션을 불러온 센델 교수의 그 유명한 저서[1]에 사고 실험이 나온다. 이미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정확한 워딩은 본인도 읽은지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대충 이런 설정이다.

어느 내리막 철로를 빠르게 이동하는 카트가 다섯 사람을 치어 죽일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철로 위 인도(footbridge)에 아주 뚱뚱한 한 사람이 있어 그를 밀어내서 희생하면 그의 몸무게로 카트를 정지시킬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가정할 때, 이 뚱뚱한 사람을 죽여서 다섯 사람을 살릴 것인가?

물론 도덕적 상황판단에 대한 사고실험이라서, 실제적인 다른 요소를 배제하도록 강제되어 있으므로 가능한 대답은 deontological judgment와 utilitarian judgment 두 가지 뿐이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2]를 봤다.

스페인에 소재한 Pompeu Fabra 대학 소속의 Albert Costa 교수 외 6명의 논문[3]에 따르면, 이런 사고 실험을 질문할 때, utilitarian judgment의 비율이 모국어로 질문할 때보다 외국어로 질문할 때 더 높다고 한다. 즉, 동일한 질문을 외국어로 받으면 뚱뚱한 사람을 밀어야 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plos one 사이트에서 무료로 논문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많은 샘풀을 구했나 싶어서 앞부분만 대~~충 봤다. ㅋ 모국어-외국어 순서로 영어-스페인어 사용 미국거주자 112명, 한국어-영어 사용 한국거주자 80명, 영어-불어 사용 프랑스거주자 107명, 스페인 또는 영어-헤브루어 사용 이스라엘거주자 18명을 조사한 모양이다. 모국어에서는 20%이던 비율이 외국어로 질문받으면 33%로 증가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정신자원은 유한자원[4]이라 외국어를 번역하는데 지력을 소모한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진 게 아닐까 하는 적당한 망상을 한 번 해 본다. ㅎ

 


2014.8.20
어떤 언어로 묻느냐에 따라 답이 바뀝니다 in NewsPeppermint

 


[1] 내 백과사전 [서평]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7월 27일
[2] 이코노미스트 Gained in translation May 17th 2014
[3] Costa A, Foucart A, Hayakawa S, Aparici M, Apesteguia J, et al. (2014) Your Morals Depend on Language. PLoS ONE 9(4): e94842. doi:10.1371/journal.pone.0094842
[4] 내 백과사전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 2011년 11월 12일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