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소비자 광고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

벤 골드에이커 저/안형식, 권민 역, “불량 제약회사“, 공존, 2014

p314-319

의약품의 ‘소비자 대상 직접(direct-to-consumer) 광고’는 그것이 유발하는 단순한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940년대부터 금지됐다. 즉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는 의사의 처방 행위를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늘린다. 하지만 미국과 뉴질랜드, 파키스탄과 한국은 1980년대 초에 정책을 바꿔서 이런 공개적인 마케팅을 다시 허용했다. 그렇다고 이런 광고가 그런 나라들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광고 영역을 확보하려는 지속적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인터넷 시대에 이런 광고가 국경을 넘어 흘러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런 광고를 통해 제약회사들의 속셈과 관련있는 명확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 이 불가사의한 세계를 한 번 들여다 보자. 의약품의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가 미국에서 다시 합법화됐을 당시 광고는 인쇄된 형태로만 노출될 수 있었다. 약 라벨에 있는 모든 부작용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는 요건 때문이었다. 1997년부터는 법규가 완화돼 이제는 부작용을 요약해도 된다(텔레비젼 광고에서는 부작용 정보를 끝부분에서 빠르게 재잘재잘대는 소리로 들려준다). 이런 변화가 있고 나서 제약회사들의 연간 광고 예산은 불과 몇 년만에 2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증가했다. 주목할만한 개별 광고비 지출을 꼽아보자면, 1억 6100만달러가 투입된 바이옥스와 7800만 달러가 들어간 셀레브렉스(Celebrex)가 있는데, 바이옥스는 자료 은폐와 관련된 중대한 혐의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됐고, 셀레브렉스는 환자에게 위해를 끼쳐서 퇴출됐다.

이런 광고의 실질적 영향을 평가하는데는 다양한 접근법이 이용됐다.4 한 연구에서는 여전히 의약품의 소비자 대상 직접 광고가 금지돼있는 캐나다와, 허용돼 있는 미국에서 외래 환자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자신에게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미국의 외래환자들이 더 높았다. 또 텔레비전에 광고된 특정 약을 요청하는 비율도 더 높았고, 그렇게 요청한 약을 실제로 처방받는 비율도 더 높았다. 다시 말해 광고가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환자가 요청한 약이 적절한지 우려한 비율도 미국의 의사들이 더 높았다.

(중략 : 다른 실험들)

입증된 근거에 따르면, 약 광고는 행동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행동을 나쁜 쪽으로 변화시킨다. 어떤 약들이 광고되는지 조사해 보면 이런 현상은 점점 더 걱정스러워진다. 한 연구에서 시판 중인 169종의 약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판촉 패턴을 찾아봤다.6 첫째, 현재의 환자 수보다 잠재적인 환자 수가 많은 경우 약 광고가 더 많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주목할만한 결과다. 사람들이 환자로 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정말 아프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아프지 않다면 나쁜 소식이다. 둘째, 약이 신약일 경우 광고가 더 많이 실시된다. 이것은 불가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신약은 대개 좋은 대안이 아니다. 신약은 우리가 아는 바가 별로 없는 약이다. 신약은 세상에 나온지 오래되지 않아서,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최상의 최신 치료제보다 나은게 아니라 대개 ‘없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만 증명됐기 때문이다. 설령 기존 약들과 비교해 효과가 똑같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싸다.

우리는 이미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오메프라졸을 ‘자기유사약’인 에소메프라졸로 둔갑시킨 수법을 살펴봤다. 그런데 그들의 광고 전략에서도 그런 수법을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2000년 오메프라졸에 1억 달러의 광고비를 썼다. 이것은 그 해 의약품 광고비 지출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그러고 나서 2001년 오메프라졸의 특허가 만료되기 직전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메프라졸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대신에 ‘자기유사약’인 에소메프라졸 광고에 5억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살펴봤듯이 두 약은 거의 동일해서 기본적으로 에소메프라졸이 오메프라졸보다 나은 게 없다. 값만 훨씬 더 비쌀 뿐이다.7 하지만 광고는 효과 만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약보다 나은게 없는 약에다 돈을 낭비하고 있다.

앞서 다룬 것 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면, 제약회사의 마케팅이란 환자가 제약회사에 약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편향된 정보를 꾸며내서 치료제 결정을 왜곡시킴으로써 약효를 덜 보게 만드는 그들을 위해. 이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라 해석한 것이다. 또 약제비와 제약회사 광고 예산을 추적하면 실시간으로 이 현상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 ‘항(抗)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을 조사했다. 이 약은 혈액 응고를 막아주기 때문에 각종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투여된다.8 이 약은 널리 이용되면서도 비싸다. 그래서 2005년에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약으로 등극했다. 클로피도그렐은 199년 광고도 없이 출시됐고 2001년까지 광고도 없이 널리 이용됐다. 그 이후 해당 제약회사는 텔레비전 광고를 시작해 총 3억 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광고는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수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정확하게 똑같은 비율로 증가세를 이어갔을 뿐이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클로피도그렐의 가격이 1정당 40센트가 올랐다. 그 결과 노인 의료보험 보조기구인 메디케이드(CMS)에서 이 약에 추가로 지출한 돈만 2억 700만 달러에 달했다. 내가 볼 때 이 삽화적 예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제약회사의 마케팅에 돈을 대는 자가 바로 환자와 일반인이라는 주장의 확실한 근거다.

요모조모 잘 설명된 믿을 만한 정보에다 돈을 지불하는 것이면 그런 마케팅은 뭐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설령 광고가 적절한 검열을 거친다 해도 광고는 여전히 약과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의학적 중재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 관점을 왜곡시킨다. 물론 사람들에게 어떤 질병의 발생 위험과 증상을 줄이는 것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합리적인 공중보건 캠페인에서 관련 처방약들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캠페인에서는 환자들에게 처방약 말고 운동, 음주, 흡연, 다이어트, 기분 전환용 약물 사용, 사회적 참여 활동, 사회 불평등 같은 것들에 대한 똑같이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클로피도그렐에 투입된 광고비와 똑같은) 3억 5000만 달러가 드는 대중 교육 및 참여 프로그램이면 이 모든 것들에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환자와 일반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단 하나의 약을 위한 텔레비전 광고에 허비되고 있다.

 


4. Gilbody S, Wilson P, Watt I. Benefits and harms of direct to consumer advertising: a systematic review. Quality and Safty in Health Care. 2005;14(4):246-50.
6. Iizuka T. What Eplains the Use of Direct-to-Consumer Advertising of Prescriptioin Drugs? The Journal of Industrial Economics. 2004;52(3):349-79
7. NICE. CG17 Dyspepsia: full guideline [Internet]. [cited 2011 Jan 4] . Available from: http:// … (url 생략)
8. Law MR, Soumerai SB, Adams AS, Majumdar SR. Costs and Consequences of Direct-to-Consumer Advertising for Clopidogrel in Medicaid. Arch Intern Med. 2009 Nov 23;169(21):1969-74

위 주7의 웹사이트는 여기로 이동되었음.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