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언어학의 문제점

니컬러스 에번스 저/김기혁, 호정은 역,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글항아리, 2012

p431-433

하지만 이상하게도, 학문적 영향력이 큰 국가들의 유력인사들은 최근까지도 기술 작업의 역할을 모욕하고 무시해왔다. 생성문법처럼 이른바 좀 더 고상하고 과학적으로 좀 더 도전할 만하다는 형식적 패러다임의 ‘이론’연구에 경도되어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촘스키의 생성언어학이 우세해진 이래, 그 학문적 조류를 따르는 북미와 그 외 수많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경험적 연구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미 잘 알려진 언어들을 붙들고 이를 이론적으로 모델화하는데 초점을 두어왔다. 미국 대학 가운데 대부분은, 이제껏 기술된 바 없는 언어에 대한 ‘문법 총람reference grammar’을 박사논문 주제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 연구야말로 언어학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지적 작업인데도 말이다.32 그 결과 영어를 포함한 10여개의 친숙한 언어에 대한 연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6000개에 이르는 나머지 언어들은 무시되어왔다.33

모든 언어학 박사과정생이 현지조사를 잘 해나갈 만한 성격이나 흥미, 생활 형편을 가졌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뉴먼이 말하는 절망적인 비율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다. 다행히도 세계 학계는 단일 공동체가 아니며, 호주와 네덜란드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북미의 지배적인 학문 조류에 개의치 않고 박사학위 과정에서 기술 연구의 가치를 놓지 않고 있다. 좀 더 최근에는 몇몇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위한 현지조사의 가치를 새로이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학 분야는 여전히 대전환을 필요로 한다. 전문성에 우선권을 주고, 현지조사 훈련을 확대해야 하며, 기술 연구의 가치와 그에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훈련된 언어학자들을 충분히 양성하여, 앞으로 수십 년이면 사라질 언어유산을 기록화할 수 있다. 북부 파키스탄에는 아주 불가사의하고 연관 언어를 찾기 어려운 부르샤스키어라는 언어가 있는데, 1935년 영국의 식민주의 행정가 로리머가 부루샤스키어 문법서를 저술한 바 있다. 그 책 서문에서 로리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작업을 할 수 있을지는 시간 요인에 좌우될 것이다 수확물은 익었다. 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하다.”34

 


32_ 박사논문 주제로 기술문법이 허용되는 호주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도 사전이나 주석을 단 텍스트 모음집은 허용되지 않는다. – 그러나 다른 언어 과목에서는(특히 고전어 연구) 오랫동안 박사논문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33_ Newman, Paul. 1998. ‘We has seen the enemy and it is us’: the endangered languages issue as a hopeless cause. Studies in the Linguistc Sciences 28.2:11-20 에는 1997년부터 1998년 사이 제출된 언어학 박사논문에서 세계의 언어 대부분이 무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도표들이 있다.
34_ Lorimer, David L.R. 1935-1938. The Burushaski Language I: Introduction and Grammar; II: Texts and Translation; III Vocabularies and Index. Oslo:Instituttet for sammenlignende kulturforskning. (LXII)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