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파피루스에 묘사된 유방암

싯다르타 무케르지 저/이한음 역,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까치글방, 2011

p53-54

1862년에 에드윈 스미스 – 학자인 동시에 물건 강매자이며, 골동품 위조꾼이자 독학한 이집트 학자였던 독특한 인물이다 – 는 이집트 룩소르의 한 골동품 판매상에게서 길이가 4.5미터쯤 되는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샀다(훔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7) 두루마리는 부서지고 있었고,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는데, 그 안에는 이집트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금은 그것이 기원전 2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원본을 기원전 17세기에 필사한 것이라고 본다. 필사자 – 아주 서둘러 베낀 표절자 – 는 옮기다가 군데군데 잘못 적기도 했고, 여백에 붉은 잉크로 수정을 하기도 했다.

파피루스의 내용은 1930년에 번역되었다. 지금은 그것이 기원전 2625년경에 살았던 위대한 이집트 의사 임호텝의 가르침을 모은 것이라고 본다. 임호텝은 우리에게 알려진 구왕국 시대의 인물 중에서 왕가에 속하지 않은 극소수에 속한다. 그는 이집트 문예 부흥 시기의 중심에 서 있던 르네상스인이었다. 조세르 왕의 궁정 고관이었던 그는 신경외과, 건축, 점성술과 천문학 분야에 두루 통달했다. 심지어 수 세기가 흐른 뒤에 이집트로 행군한 그리스인들조차도 그의 강렬하게 타오르는 지성에 감명을 받아서 그를 고대의 주술사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와 동일시했다.

그러나 스미스 파피루스의 놀라운 점은 주술과 종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주술과 종교가 없다는 데에 있다. 주문, 마법, 부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임호텝은 초연하고 냉철한 과학 용어로 마치 현대 외과 교과서를 쓰듯이, 부러진 뼈와 탈골된 척추에 관해서 썼다. 파피루스에 적힌 48가지 사례 – 손의 골절, 피부의 커다란 종기, 산산조각 난 머리뼈 – 는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의학적 상태로 다루어졌으며, 사례마다 해부학 용어, 진단, 요약, 예후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고대 외과의사가 환하게 비추는 불빛 아래에서 최초로 암은 독자적인 질병으로 등장한다. 45번째 사례를 기술하면서 임호텝은 조언한다. “유방에서 튀어나온 덩어리를 살펴볼 때면 그것이 유방 전체로 퍼졌는지 알아보라. 유방밑에 손을 대서 차가운지, 손을 댔을 때 거기에서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지를 알아보라. 육아(肉芽) 조직도 없고 체액도 없고 액체도 흘러나오지도 않는데 만질 때 튀어나온 것이 느껴진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맞서 싸워야 할 불룩한 덩어리이다. … … 유방의 불룩한 종양은 유방에 크고 번지는 단단한 혹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만지는 것은 둥글게 뭉친 포장지를 만지는 것 같고, 혹은 단단하고 차가운 것이 덜 익은 헤마트 과일에 비교할만 하다.'”8)

“유방에서 튀어나온 덩어리” – 피부 밑으로 모르는 사이에 퍼지는, 헤마트 열매처럼 차갑고 단단하고 치밀한 덩어리 – 라니, 유방암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파피루스에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사례마다 치료법이 간결하게 논의되어 있다. 신경외과 환자의 귓속으로 우유를 붓고, 상처를 찜질하고, 화상에는 향유를 바르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임호텝은 45번째 사례에서는 유달리 침묵한다. 그는 “치료법”이라는 항목 아래 그저 한 문장만 적어놓았다. “없음.”

 


7) James Henry Breasted, The Edwin Smith Papyrus: Some Preliminary Obervations (Paris: Librairie Ancienne Honore Champion, Edward Champion, 1922): also avaliable online at http://www.touregypt.net/edwinsmithsurgical.htm (accessed November 8, 2009)
8) Breasted, Edwin Smith Papyrus. 다음도 참조. F. S. Boulos. “Oncology in Egyptian Papyri.” in Paleo-oncology : The Antiquity of Cancer, 5th ed., ed. Spyros Retsas (London: Farrand Press, 1986), 36; and Edward Lewison, Breast Cancer and Its Diagnosis and Treatment (Baltimore: Williams and Walkins, 1955), 3.

기원전 2500년경의 증거중심의학이라니!

One thought on “스미스 파피루스에 묘사된 유방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