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 상승 이유

일전에 맥주 시장점유율에 대한 데이터를 소개[1]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오비맥주가 하이트를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이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나온다.

박동휘/좌동욱 저, “1조원의 승부사들“, 한국경제신문, 2015

2014년 전 세계 투자은행업계가 한국 시장의 오비맥주에 주목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오비맥주가 아니었다. KKR과 어피너티가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재매각하여 무려 4조 원에 이르는 기록적인 수익을 남겼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월 가의 뱅커들이 놀란 것은 매각 차익뿐만이 아니었다. M&A 거래 배수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AB인베브가 인수한 가격(58억 달러)이 에비타의 11배에 달했다. 이는 AB인베브가 2009년 5월 KKR에 오비맥주를 매각할 때 회사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가격 조건을 에비타의 11배로 사전에 정해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설마 이 가격에 사겠어’라며 내건 조건을 AB인베브가 받아들인 셈이다.

뱅커들을 실제로 놀라게 한 것은 하이트와 오비맥주로 양분된 한국 맥주 시장에서 약 5년 만에 에비타를 2,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성장시킨 비결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0%에서 60%(업계 추정)로 늘어나면서 하이트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2009년엔 한국의 그 누구도 오비맥주 시장점유율이 60%로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향후 5년간 이익이 두 배가 된다고 장담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겁니다. 철저하게 기업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린 결과였죠.”

2009년 KKR과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경쟁했던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가 KKR의 매각 성공 스토리를 지켜본 후 털어놓은 속내였다. 오비맥주 인수전은 당연히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본질에 대한 고민들이 더 깊어졌다. 사실 KKR과 어피너티는 인수 후 구조조정을 하지도 않았고, 추가로 M&A를 하지도 않았다. 비용 절감 대신 과감한 투자가 비결이었다.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유통망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우수한 인력들을 끌어들였다. 2010년부터 시설 투자금으로 무려 2,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런 노력들을 기울인 결과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중략)

KKR과 어피너티라는 환상의 조합

오비맥주를 접수한 직후, 어피너티 한국팀들은 부산 등 전국 도매상 20여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베브 치하 10년(2004~2014년)’의 공과를 철저히 검증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글로벌 그룹인 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숫자로만 경영하려 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한국적인 기업 관행이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기준에 오비맥주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인베브그룹의 거대한 매트릭스 조직에서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했다. 오비맥주 CFO는 국내 CEO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베브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CFO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생각보다 뿌리 깊었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원가 절감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오비맥주도 예외 없이 동참해야 했다. 원료 구매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때도 있었지만 이 같은 ‘숫자 경영’은 한국적 기업 관행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일례로 오비맥주 관계자는 “부산 지역 도매상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아태 본부에 보고하면 그쪽에선 사태의 심각함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하이트진로와의 경쟁에서 마케팅과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선 이른바 ‘접대비’가 필요했는데 이를 용인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직원들도 위험을 굳이 감수하려 들지 않았다. 1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보고하면 윗선에선 ‘투자 후 예상되는 성과를 산출한 뒤 재보고하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어피너티는 10년간 누적돼온 비효율을 파악한 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숫자 경영’을 ‘독립 경영’으로 바꾼다는 게 골자였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사모펀드는 오로지 투자기업 한 곳의 경영 성과만 내면 그만이었다. 예컨대 SK그룹의 계열사 사장은 무엇 하나 결정하려고 해도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혹시나 겹치는 사업이 없는지 등을 포함해 경영 외 정무적인 사항들까지 고려해야 했지만 사모펀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어피너티는 진로 출신 영업의 달인인 장인수를 2010년 1월 CMO로 영입하는 등 경영기획 임원들을 소수만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 이호림 사장 등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의 실책은 엄중히 따지되, 경영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갔다.

이에 관한 일화 한 가지를 더 살펴보자. 어피너티와 KKR이 오비맥주를 인수했을 무렵, 이호림 사장은 무려 16개의 직보 라인을 갖고 있었다. 모두 영업, 마케팅과 관련한 보고 조직으로 16군데에서 매일, 수시로 보고를 받다보니 사장의 하루 일과는 회의만 하다가 끝나기 일쑤였다. 문제점을 파악한 어피너티는 곧바로 사장 보고 조직을 3분의 1, 즉 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에 밀려 30%대로 떨어졌던 시장점유율이 뒤집히며 2011년엔 오비맥주가 1위를 탈환했다. 2009년 8,161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1년 1조 원을 돌파했다.

시장 1위 탈환의 결정적 한 방

어피너티와 KKR은 2012년 6월의 인사이동에서 신의 한 수를 선보였다. 시장 1위 탈환이라는 실적을 남긴 이호림 사장을 경질시키고, 장인수 사장을 신규 선임한 것이다. 오비맥주 측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 변화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군기 잡기’에 능숙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이호림 사장은 위기의 오비맥주를 구해내는 데 적합한 인물이었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고졸 신화’의 장인수 사장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장인수 사장의 선임은 하이트진로와 비교해봤을 때 꽤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하면서 두 조직 간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갈등의 배경은 주류 영업에서 최고로 일컬어지던 진로계가 뒤로 밀리고 하이트 출신들이 임원진을 차지하며 권력을 장악한 데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잘나가던 ‘맥스’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갑작스레 ‘드라이피니시 디’라는 또 다른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마케팅에서도 혼란을 겪고 있었다. 급조된 새 브랜드들은 오비맥주의 고객을 빼앗아오기는커녕 기존 하이트맥주의 고객을 혼란하게 만들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는 진로 출신 영업의 달인을 수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에 영입될 때 진로 출신 핵심 영업맨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2009년 어피너티가 오비맥주를 인수할 당시 1.6억 달러 남짓이던 에비타는 2013년 말 5억 달러(5,290억 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시장점유율도 60%로 도약했다. 어피너티, KKR이 인베브그룹에 오비맥주를 재매각하기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후략)

오비맥주의 매각으로 KKR과 어피너티는 국내 사모펀드 역사상 기록적인 수익률을 남기게 된다고 한다. 결국 성공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장인수 사장의 영업력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KKR이 장인수씨를 영입한 부분이 신의 한수가 아닌가. ㅋ 참고할만한 기사가 몇 개[2,3] 있다.

 


[1] 내 백과사전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2011) 2011년 12월 16일
[2] 비지니스포스트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날개’를 달다 2014.01.21 16:29:11
[3] 서울경제 [CEO&Story] 장인수 오비맥주 대표 2014/10/09 18:05:39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